급식이든 도시락이든, 급등하는 물가에 학교 점심값 ‘비상’

미국 학부모들이 새 학년 개학을 앞두고 학교 점심 비용 부담에 빨간불이 켜졌다. 땅콩버터와 잼을 바른 간단한 샌드위치조차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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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소폭 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이는 학교 급식과 가정에서 싸가는 도시락 비용 모두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Deloitte)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학부모와 보호자가 집에서 준비해 보내는 점심 한 끼평균 비용은 올해 학년도 기준 6.15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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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미국 소매‧소비재 부문 리더이자 두 자녀의 학부모인 내털리 마르티니(Natalie Martini)는 “인플레이션 정점은 2022년이었으나, 식료품 가격은 5년 전보다 20%나 비싸졌다”며 “

결국 집에서 도시락을 싸는 비용 자체가 크게 늘었다

”고 밝혔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전면적 관세(Blanket Tariffs)’ 정책까지 겹치면 신선 농산물, 견과류, 치즈 등 일부 품목 가격이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관세가 불러온 추가 부담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그라운드워크 콜래버러티브(Groundwork Collaborative)센추리 재단(The Century Foundation)이 공동으로 실시한 별도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식 관세 정책 탓에 학부모들은 올해 기본 도시락 재료만으로도 전년보다 평균 163달러(5.4%)를 더 지출할 전망이다.

그라운드워크의 정책‧옹호 총괄 리즈 판코티(Liz Pancotti)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

도시락 가방부터 주스 박스, 연필에 이르기까지 부모들은 사방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고 토로했다.

실제로 CNBC 분석에 따르면, 연필‧노트 등 학용품 가격 역시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최소 2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급식이 싸다지만… 여전히 도시락을 고르는 이유

미국에서 학교가 제공하는 급식은 일반적으로 1식 3달러 안팎이며, 저소득 가정에는 무상 또는 할인으로 제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딜로이트 조사에 참여한 학부모의 42%는 “우리 아이는 대부분의 등교일에 도시락을 가지고 간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가격 부담 못지않게 ‘건강식’ 여부를 최우선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용 절감을 위해 이름난 브랜드 제품 대신 PB(Private Brand)‧점포 브랜드로 바꾸거나, 주재료를 비교적 저렴한 샌드위치로 대체하겠다는 응답도 다수였다.

※ 용어 설명: PB상품은 유통사가 기획‧제조를 주도해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동일 카테고리 내 유명 브랜드보다 가격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번 조사는 2025년 5월, 미국 전역의 학교 연령 자녀를 둔 보호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형태로 진행됐다.


학교 급식 가격도 ‘꿈틀’

School Nutrition Association(SNA·학교영양협회)이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식재료비노동비 상승, 인력 부족 세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학교 측 급식 단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실제 미국 노동통계국(BLS) CPI 세부 자료에서는 2025년 5월 기준, 초·중·고 학교 급식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농무부(USDA)는 “10여 년 전 급식 영양 기준 강화를 위해 과일‧채소‧통곡물 비중을 높인 것이 구조적으로 비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 SNA 조사에서 영양 담당 이사 10명 중 9명은 “인력 부족이 급식 운영에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건강식 기준을 맞추려면 추가 인력, 교육, 장비가 필수인데, 현장에서는 이를 충원하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장의 목소리

아이오와주 거텐버그에 사는 7남매의 엄마 셸리 워거(Shelly Werger)는 “우리 학군의 급식 가격이 작년 3.20달러에서 올해 4.80달러로 치솟았다”고 밝혔다. 그는 “막내들이 12세, 16세인데,

음식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덜대면서도 아침마다 도시락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 결국 급식을 택한다

”고 토로했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도시락과 급식 사이에서 ‘가성비’와 ‘건강’을 저울질하는 딜레마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 진단과 전망

전문가들은 향후 관세 정책이 실제 시행되면 채소, 과일, 유제품 등 신선 식품의 공급망 비용이 추가로 상승해 점심 재료비가 더 오를 가능성을 경고한다. 동시에 학부모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탓에 PB상품과 대체 식단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학교와 정부가 협력해 구매력 집중조달 모형을 확대하거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급식 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학계에서는 “아이들의 영양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공공-민간 협력 모델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물가 상승, 관세, 인력난이라는 ‘삼중고’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도시락이든 급식이든 학부모들의 지갑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