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주가지수가 8월 첫 거래일에 약세를 딛고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스위스 증시는 미국발 고율 관세 충격으로 한층 깊은 조정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관세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유럽 전반의 수출·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범유럽 지수 STOXX 600은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07시20분에 전장 대비 0.2% 상승했다. 이는 지난주 금요일 기록했던 3개월 만의 최대 일일 낙폭을 일부 만회한 수치다.
반면, 스위스 대표 지수 SMI는 장기 연휴 이후 거래를 재개하자마자 1.5% 급락하며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려났다. 전주 후반 미국이 스위스산 일부 수입품에 대해 39%의 관세를 전격 부과한 데 따른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 관세 파문과 스위스 정부의 대응
스위스 경제부를 이끄는 가이 파멜랭(Guy Parmelin) 장관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관세가 부과됐다”며
“대미(對美) 제안을 전면 재검토해 관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수정안을 내놓겠다“
고 밝혔다. 그는 지나친 관세가 국내 실물경제에 경기침체(recession)를 초래할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신속한 대응을 천명했다.
국제무역에서 관세(Import Tariff)란 특정 상품·서비스에 매기는 세금을 뜻한다. 보통 5~10% 수준이 일반적이지만, 39%는 ‘징벌적 관세’에 가까운 이례적 수치다.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이 높은 스위스 경제에는 상당한 파급력이 있다.
2. 제약·명품주 약세 두드러져
관세 소식과 맞물려, 제약·명품 업종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헬스케어 대장주 노바티스(Novartis)는 1.3%, 로슈(Roche)는 2.3% 하락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개 글로벌 제약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약가 인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것이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내 처방약 가격 인하 압력이 거세지면, 글로벌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위스 명품기업 리치몬트(Richemont)와 스와치(Swatch) 역시 각각 1.5% 넘게 밀렸다. 두 회사는 미국·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환율 변동에 가장 민감한 종목군으로 꼽힌다.
3. 금융주 엇갈린 주가… UBS 부진, 로이드銀 급등
스위스 대형 은행 UBS는 미국 주택담보대출 채권(MBS) 오판매 소송을 합의금 3억 달러(약 4,050억 원)에 마무리하기로 하면서 2.5%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과거 리스크 자산 정리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지만, 향후 자본비율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영국계 로이드(Lloyds) 은행은 6.3% 급등하며 STOXX 600 지수 상승률 1위에 올랐다. 영국 대법원(Supreme Court)이 자동차 할부 금융수수료와 관련된 기존 불리한 판결을 뒤집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전반의 잠재 법적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4. STOXX 600이란 무엇인가?
STOXX 600 지수는 유럽 17개국 600개 대형·중형·소형주를 포괄하는 대표적 광역 주가지수다. 미국의 S&P 500, 아시아의 MSCI 아시아 지수처럼, 유럽 전역의 시장 심리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투자자들이 실시간으로 유럽 경제·정책 리스크를 반영하는 척도가 되는 만큼, 0.2%포인트 변동이라도 의미가 크다.
5. 시장 전문가 견해 및 향후 변수
취리히 소재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39% 관세는 과거 미·중 무역분쟁 시 부과됐던 평균 25%를 훌쩍 넘어선다”며, “스위스가 속한 유럽 공급망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ECB(유럽중앙은행)가 하반기 금리 동결을 시사하고 있어, 각국 정부의 재정·통상정책이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변수로는 ① 미국 대선 국면에서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 여부, ② 유럽 제조업 PMI 흐름, ③ 달러화·스위스프랑 환율 등이 꼽힌다. 환율은 관세 효과를 상쇄하거나 증폭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6. 데이터로 보는 오늘의 시장
자료: Refinitiv·Investing.com (2025년 8월 4일 07:20 GMT 기준)
- STOXX 600 지수: +0.2% (월간 -1.8%)
- SMI 지수: -1.5% (연중 +4.6% → 3개월 최저)
- 노바티스: -1.3%
- 로슈: -2.3%
- 리치몬트: -1.6%
- 스와치: -1.7%
- UBS: -2.5%
- 로이드은행: +6.3%
7. 결론 및 전망
결국 이날 유럽 증시는 전반적인 반등세와 스위스발 약세가 공존하는 등 ‘온도 차’가 뚜렷했다. 범유럽 지수는 빠르게 낙폭을 만회하려 했지만, 스위스 시장은 관세라는 구조적 리스크에 직면해 한동안 변동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스위스 정부의 수정 제안 결과 △미국 정부의 추가 통상 조치 △유럽 내 인플레이션·금리 흐름 등을 주시하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명품·제약 등 고마진 업종은 가격 결정권이 강해 실적 방어 능력이 우수하지만,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방어적 관점의 분산투자가 권고된다.
전문가들은 “유럽 증시가 리오프닝과 경기 정상화 기대에 힘입어 올해 랠리를 이어왔지만, 무역·통상 변수는 예측 불가능한 ‘블랙스완’에 가깝다”면서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에 휘둘리기보다 핵심 펀더멘털을 점검하는 ‘톱다운(Top-Down)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