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LANDO, Florida발—글로벌 금융시장이 느꼈던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4일(현지시간) 주식시장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힘찬 반등세를 연출했다. 반면 미국 국채 가격은 지난주 급등분을 그대로 유지하며 위험 자산 전반에 깔린 경계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주 미국 고용지표 충격으로 인한 불안감을 일정 부분 털어내고 위험 자산 매수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 국채금리가 추가 하락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병존해 양면적 시장 심리가 확인됐다.
“지난 금요일 미 노동시장 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지만, 그 여파는 기술·성장주에 대한 금리 민감도 완화 기대를 자극해 주가 반등의 동력이 됐다.”
라고 현지 딜러들은 평가했다.
주요 지표 및 자산별 등락률
- 외환(FX) –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신흥국 통화가 대부분 상승했고, MSCI 라틴아메리카 통화 지수는 2개월 만에 최대인 이틀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 주식(Stocks) – 아시아·유럽·미국 주요 지수가 일제히 반등했으며, 나스닥과 러셀2000이 나란히 2% 상승해 미국장 랠리를 견인했다.
- 섹터·종목 – S&P500 통신 서비스 지수 +2.6%, IT 지수 +2.2%. 엔비디아 +3.6%, 테슬라 +2.2%.
- 채권(Bonds) – 미 2년물 국채 수익률이 3.66%로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며 +가격/–수익률 흐름이 이어졌다.
- 원자재(Commodities) – OPEC+의 추가 증산 합의 여파로 유가는 1.5% 내리며 1주일 만에 최저치.
주식 반등, 채권은 ‘신중 모드’ 유지
지난주 금요일 예상 밖으로 부진했던 7월 미국 고용보고서 탓에 글로벌 증시는 큰 폭의 조정을 받았으나, 월요일 장에서는 그 손실을 모두 만회했다. 특히 성장성·금리민감도가 높은 기술주와 소형주가 ‘저금리 시대 재개’ 기대를 선반영하며 강세를 주도했다.
다만 채권시장은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금요일 급락한 미 국채금리가 월요일에도 추가로 2bp 내려가면서, 투자자들이 경기 둔화 가능성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주식 랠리가 단순 기술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편, 세계지수 벤치마크인 MSCI 올컨트리 지수는 이날 6거래일 연속 하락 고리를 끊었다. 이는 2년 만에 최장기간 약세 흐름이 중단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역·정책 불확실성의 재부상
미국발 불확실성 요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경고했고, 스위스는 39%의 관세 위기를 피하기 위해 “더 매력적인 제안”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책 독립성 훼손 논란도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노동통계국(BLS) 국장 에리카 맥엔타퍼를 ‘고용지표 조작’ 혐의로 전격 해임하면서, 연준 인사 교체 가능성과 맞물려 정치권의 경제 데이터 개입 우려가 한층 커졌다.
맥엔타퍼 해임은 미국이 자랑해 온 독립 기관의 투명성에 의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신뢰도 하락은 결국 미국 자산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 확대를 초래할 것”(리베카 패터슨, 미국 외교협회)이라고 지적한다.
‘자책골’ 논란 속 트럼프의 전략적 실수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6개월째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해 왔고, 2일 전에는 소셜미디어에 “완고한 머저리(stubborn MORON)”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러나 7월 고용지표 부진으로 시장이 ‘연내 두 차례 0.25%p 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자, 그는 자신이 얻을 수 있었던 정치적 승리를 스스로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학자는 “독립 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은 신흥국형 포퓰리즘에 가까우며, 결코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라고 경고했다.
데이터 수정의 역사적 맥락
골드만삭스는 이번 5~6월 고용 증가치가 총 25만8,000명 하향 조정된 점을 두고 “1968년 이후 불황 구간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라며 충격파를 전했다. 그러나 예일대학교 ‘버짓랩’의 어니 테데스키 이사는 “첫 발표치 대비 최종 수정치는 오히려 점점 정확해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고용·물가 데이터를 생산하는 BLS에 대한 신뢰 훼손은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 핵심 축을 흔들 수 있다. 국가 통계에 대한 의구심이 장기화된다면, 글로벌 자금은 불확실성 프리미엄을 요구하며 미국 자산 선호도를 낮출 위험이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5일 발표되는 각국 서비스업 PMI, 한국 7월 소비자물가, 미국 6월 무역수지와 ISM 서비스업 지수가 경기 흐름에 대한 또 다른 단초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미 재무부는 580억 달러 규모의 3년물 국채를 입찰하며, 캐터필러·AMD·화이자 등 주요 기업 실적도 예정돼 있다.
용어 설명
러셀 2000 지수는 미국 소형주 2,000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내수 경기에 민감해 경기 선행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MSCI 올컨트리 월드 지수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모두 포함한 전세계 주식시장 대표 지수다.
PMI(구매관리자지수)는 민간·공공기관이 조사하는 경기 동향 지표로,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수축을 가늠한다.
국채 수익률(Yield)은 채권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투자자들의 성장·물가 예상 및 안전자산 수요를 반영한다.
(Jamie McGeever 기자 / 편집 Bill Berkr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