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유 과잉 우려에 유가 하락세…이라크·OPEC+ 증산 전망 부담

[시장 동향] 18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25년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0.20달러(-0.30%) 하락했고, 같은 달물의 RBOB 휘발유 선물도 0.0170달러(-0.78%) 밀려 마감했다. 장 초반 달러 약세에 힘입어 오름세를 나타냈으나, 글로벌 공급 과잉 전망이 재차 부각되며 상승폭을 반납했다.

[보도 시점]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의 이라크-터키 송유관 재개 가능성을 주시하며 매도세를 확대했다. 해당 송유관은 2023년 3월 이후 가동이 중단됐으나, 이라크 연방정부가 최근 재개를 승인하면서 조만간 하루 23만 배럴(bpd)의 추가 물량이 국제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승 요인도 혼재] 장중 한때 유가는 달러화 약세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 소식에 지지를 받았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고자 20개 러시아 은행의 SWIFT 결제망 차단, 제3국 정제 제품에 대한 거래 제한, 105척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제재 등을 발표했다. 인도 최대 규모 정유사 중 하나로 러시아 로즈네프트(Rosneft)가 지분을 보유한 공장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미국 경제 지표가 수요 기대 자극] 미국 6월 주택착공은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 1,000호로, 시장 예상치(130만 호)를 넘어섰다. 건축 허가도 ‑0.5% 감소 예상과 달리 0.2% 증가해 139만 7,000호를 기록했다. 여기에 7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61.8로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견조한 내수 지표는 에너지 수요 확대 기대를 뒷받침하는 재료로 작용했다.

[이라크발 공급 확대 우려] 그러나 공급 측 불안이 더 크게 부각됐다. 이라크는 OPEC 2위 산유국으로, 쿠르드 자치정부(KRG)가 재개할 물량 23만 bpd는 글로벌 균형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공급 중단이 길어지며 빠졌던 물량이 한꺼번에 돌아올 경우 재고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OPEC+ 증산 기조] 7월 5일 OPEC+는 8월 1일부터 하루 54만 8,000배럴 증산을 결정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41만 1,000배럴)를 웃도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향후에도 유사한 규모의 추가 증산을 예고하며 ‘할당량 초과 생산국’(카자흐스탄·이라크 등)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 차원임을 시사했다. 결과적으로 2026년 9월까지 220만 bpd의 감산 철회가 계획돼 있다.

[시장 내부 논의] 반면

블룸버그는 “OPEC+가 9월 증산 이후 10월부터는 증산 속도를 멈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재고는 이미 하루 100만 bpd씩 늘어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세계 소비량의 1.5%에 달하는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고·선박 동향] 선박 위치정보업체 Vortexa에 따르면 7월 11일 기준 일주일 이상 정박 중인 부정기선 저장 물량은 7,803만 배럴로 전주 대비 4.6% 감소했다.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같은 주 원유 재고가 385만 9,000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휘발유 재고는 339만 9,000배럴, 중간유 재고는 417만 3,000배럴 늘었다. 현재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0% 낮고, 중간유 재고는 21.1% 밑돌고 있다.

[미국 생산 및 리그 카운트]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기준 1,337만 5,000bpd로 사상 최고치였던 2024년 12월 첫째 주(1,363만 1,000bpd)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베이커휴즈는 7월 1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 수가 422개로 2개 감소해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 12월 고점(627기)에 비해 200기 이상 줄어든 것이다.

[용어 풀이]
• WTI: 미국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 경질유.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로 사용된다.
• RBOB: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환경 규제용 휘발유 선물.
• SWIFT: 국제 금융 기관 간 결제 메시지를 중계하는 시스템. 제재 시 해당 은행은 달러 결제망에서 사실상 배제된다.
Shadow Fleet: 서방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박 위치송출장치(AIS)를 끄고 운항하는 러시아 원유 수송 선단을 일컫는다.
• IEA: 파리 소재 국제에너지기구로, 선진국의 에너지 정책 자문·통계를 담당한다.

[기자 분석] 향후 유가 흐름은 OPEC+의 실제 증산 규모와 이라크 파이프라인 재가동 속도, 그리고 미국 경기 연착륙 여부에 좌우될 전망이다. 공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하는 반면 수요가 경기 둔화로 제자리걸음을 할 경우, IEA가 경고한 ‘2025년 공급 과잉’ 시나리오는 더욱 현실화될 수 있다. 반대로 EU의 제재 강화로 러시아산 물량이 제약을 받으면 중동·미국산 원유의 가격 지지력은 유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투자 판단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