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 우려에 국제 유가 하락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물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선물은 18일(현지시간) -0.20달러(-0.30%) 하락한 배럴당 66.72달러에, 8월물 RBOB(재포매용 휘발유) 선물은 -0.0170달러(-0.78%) 떨어진 갤런당 2.1749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2025년 7월 1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 달러화 약세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제재 강화 조치로 유가는 한때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의 파이프라인 수출 재개 계획이 공개되자 매도세가 몰리며 하락 전환했다.

WTI 가격 그래프


이라크·쿠르드 원유 수출 재개 변수

이라크 정부는 2023년 3월부터 중단됐던 Iraq–Turkey 파이프라인을 통해 쿠르드 지역 원유 수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쿠르드 지역 정부는 수출이 재개되면 하루 23만 배럴(bpd)가량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생산국으로, 추가 공급은 글로벌 초과 공급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EU의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

“EU는 러시아 석유 수익을 차단하기 위해 추가 제재를 시행한다.”

EU는 러-우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러시아 은행 20곳의 SWIFT 퇴출, 러시아산 석유를 정제한 3국 수출 제한, 인도 정유사 ‘Nayara Energy’ 제재, 그리고 이른바 러시아 ‘섀도 플릿’(shadow fleet) 선박 105척 추가 지정 등 강도 높은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 러시아 선박은 총 400척을 넘어섰다.

미국 경제 지표 호조

같은 날 발표된 미국 6월 주택 착공(1.321백만 건, 전월 대비 +4.6%)건축 허가(1.397백만 건, +0.2%)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7월 잠정치)는 61.8로 5개월 만의 고점을 기록해 에너지 수요 전망을 지지했다.


OPEC+ 증산 기조와 공급 과잉 논란

시장에서는 OPEC+8월 1일부터 하루 54만8천 배럴 추가 증산하기로 합의한 점을 공급 과잉 리스크로 평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과잉 생산국에 대한 경고 차원“이라며 향후 동급 규모의 증산을 이어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OPEC+는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bpd의 감산을 완전 해소할 계획이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OPEC+ 내부에서는 10월 이후 증산 일시 중단을 검토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bpd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소비 대비 1.5% 규모의 잉여 공급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BOB 가격 그래프

재고·시추 지표

국제 유가에 우호적인 신호도 있다. Vortexa 자료에 따르면 7월 11일 주간 정박 탱커 내 해상 재고는 전주 대비 4.6% 감소한 7,803만 배럴로 집계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7월 11일 주간 미국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385만9천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휘발유 재고는 339만9천 배럴, 중간유 재고는 417만3천 배럴 증가했으나,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0%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주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37만5천 bpd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bpd)에 근접해 있다.

Baker Hughes 리그 카운트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미국 가동 원유 시추장비는 422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의 627기 대비 크게 감소한 수치다.


용어 해설

WTI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고품질 원유를 뜻하며, 국제 석유시장에서 벤치마크로 사용된다. RBOB 휘발유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산소 첨가제를 혼합하기 전 단계의 휘발유를 말한다.

SWIFT는 국제 은행 간 결제·메시지 시스템으로, 퇴출될 경우 해당 금융기관의 달러·유로화 거래가 사실상 봉쇄된다. 섀도 플릿은 대러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적 정보나 보험을 숨기고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군을 지칭한다.

Baker Hughes 리그 카운트는 북미 시추 장비 가동 대수를 집계해 석유·가스 업황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 참가자들은 9월까지 예정된 OPEC+ 증산, 이라크·쿠르드 수출 재개 속도, EU의 대러 제재 강화 효과, 그리고 미국 경기 지표의 모멘텀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공급 과잉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배럴당 60달러선 테스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한편, 기사 작성일 당시 애널리스트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본문에서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