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 우려에 국제유가 하락

원유·정유 시장 동향

8월물 WTI 선물(코드: CLQ25)은 18일(현지시간) -0.20달러(-0.30%) 하락한 배럴당 66.16달러거래 종가 기준로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RBQ25)도 -0.0170달러(-0.78%) 떨어져 갤런당 2.17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장 초반 달러 약세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 강화, 그리고 미국 경기 지표 개선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으나,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의 수출 재개 계획이 확인되면서 결국 하락 전환했다.

EU가 러시아산 원유와 정제유에 대한 추가 제재에 착수함으로써 그동안 가격을 지지해온 공급 차질 요인이 있었으나,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 재개 가능성이 불거지자 시장은 곧바로 글로벌 공급 과잉 가능성을 반영했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2023년 3월 중단된 이후 가동이 멈췄지만, 이라크 정부가 최근 23만 배럴/일 규모의 재개 방안을 승인하면서 조만간 운영이 재개될 전망이다.


공급 요인: 이라크·OPEC+·선박재고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OPEC 2위 산유국이다. 쿠르디스탄 지역 내 신규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경우 일일 23만 배럴 규모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OPEC+가 지난 7월 5일 합의한 증산분 54만8,000배럴/일에 더해지는 것으로, 공급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한편, OPEC+는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일에 달하는 감산 철회 계획을 점진적으로 실행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과잉 생산 회원국에 경고 차원의 가격 압박”을 시사하며 추가 규모 증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주 “OPEC+가 9월 증산 이후 10월부터는 일시적 동결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는데, 이는 하반기 수요 둔화를 일부 산유국들도 인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국제조사기관 Vortexa는 7월 11일 기준 선박에 저장된 부동(浮動) 저장 원유가 전주 대비 4.6% 줄어든 7,803만 배럴이라고 밝혔다. 통상 7일 이상 움직이지 않은 유조선을 집계 대상으로 삼는 이 지표는 재고 감소 시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요 요인: 미국 경제 지표 호조

미 상무부가 발표한 6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1,000건으로, 시장 컨센서스(130만 건)를 웃돌았다. 건축 허가0.2% 증가한 139만7,000건을 기록해 경기 회복 기대를 키웠다. 여기에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61.8포인트로 5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에너지 수요를 지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그러나 같은 날 공개된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4분기에는 일 평균 150만 배럴(전 세계 수요의 1.5% 규모)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상반기 내내 누적되던 재고 증가(일일 100만 배럴 수준)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EIA·Baker Hughes 지표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7월 11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385만9,000배럴 감소해 3주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339만9,000배럴, 난방유·경유를 포함한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417만3,000배럴 늘었다.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주당 0.1% 감소한 1,337만5,000배럴로, 2024년 12월 첫째 주의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에는 미치지 못했다.

석유서비스업체 Baker Hughes가 발표한 주간 미국 원유 시추기(리그) 수는 422기로, 전주 대비 2기 감소했다. 이는 3년 9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 대비 205기 줄어든 수치다. 시추기 감소는 중장기적으로 공급 축소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


EU 대러시아 제재 세부 내용

EU는 러시아산 원유와 정제유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105척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추가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로써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

또한,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Rosneft) PJSC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시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으며, 러시아 소재 은행 20곳이 글로벌 결제망 SWIFT에서 추가 차단됐다. SWIFT는 국제금융 전산망으로, 차단 시 달러화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원유 수출 대금 회수에 큰 차질이 발생한다.


낯선 용어 해설

1) RBOB: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을 충족하도록 산소 첨가제를 섞기 전 단계의 휘발유 혼합 기초유를 뜻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RBOB 선물이 휘발유 현물가의 대표 지표로 활용된다.

2) SWIFT: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의 약자로, 전 세계 200개국 이상 은행이 참여하는 국제 금융 메시징 시스템이다. 한 국가·기관이 SWIFT에서 배제되면 달러·유로 결제에 심각한 제약이 생긴다.

3) 리그(Rig) 수: Baker Hughes가 매주 발표하는 시추 장비 가동 대수로, 미국 내 석유·가스 생산 기업들의 투자 심리와 생산 전망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데이터·전망 종합

EU발 제재와 미국 경기 지표 호조라는 상승 요인OPEC+·이라크발 증산이라는 하락 요인이 맞물리면서 국제유가는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은 당분간 공급 과잉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주간 재고 감소와 시추기 감소가 하방을 방어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7~9월 중 수요 성수기 효과가 약화될 경우 배럴당 60달러선 테스트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연말 이후 OPEC+의 추가 대응 여부가 결정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본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필자인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해당 증권·원자재에 대한 직·간접 투자 포지션이 없으며, 본 기사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