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이라크의 수출 재개 가능성과 OPEC+의 증산 계획에 대한 우려로 하락세를 보였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0.20달러(−0.30%) 내린 배럴당 66.45달러에, 8월물 RBOB 휘발유 선물은 갤런당 0.0170달러(−0.78%) 떨어진 2.1559달러에 각각 장을 마쳤다.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 가격은 달러화 약세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제재 강화 소식으로 오름세를 보였으나, 이라크-터키 송유관 재가동 전망이 다시 공급 과잉 우려를 부각시키면서 상승폭을 반납했다.
▲ WTI 8월물 가격 흐름(출처: Barchart)
“쿠르디스탄 지역이 수출을 재개하면 하루 평균 23만 배럴이 추가로 시장에 공급될 것”
이라크 정부가 반자치 지역인 쿠르디스탄(KRG)의 원유를 다시 수출하도록 승인했다는 소식은 OPEC 2위 산유국의 실질 공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터키 송유관은 2023년 3월부터 가동이 중단돼 왔다.
EU, 러시아 석유 제재 강화1도 이날 중요한 변수였다. EU는 러시아 은행 20곳을 국제금융결제망(SWIFT)에서 추가 차단하고, 제3국에서 재정제한 없이 재정제조된 러시아산 정제유까지 제재를 확대했다. 러시아 로즈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공장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나아가 이른바 ‘그림자 선단’으로 불리는 러시아 관련 유조선 105척을 추가 제재해 총 400척 이상이 제재 대상이 됐다.
▲ 휘발유(RBOB) 선물 가격 추이(출처: Barchart)
미국 경제지표 호조도 한때 가격을 떠받쳤다. 6월 미 주택착공은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1천 채로 시장 컨센서스(130만 채)를 상회했으며, 건축허가 역시 0.2% 증가해 139만7천 건을 기록했다.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1.8로 5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경제 회복세는 에너지 수요 확대 기대를 자극했다.
OPEC+ 증산 계획과 시장 전망
그러나 시장의 초점은 여전히 공급 증가에 맞춰져 있다. OPEC+는 7월 5일 회의에서 8월 1일부터 일일 54만8천 배럴 증산을 결정했다. 이는 원래 예상치(41만1천 배럴)를 웃도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과잉 생산국에 대한 징벌적 성격과 동시에 가격 안정을 위해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에 이르는 팬데믹 이후 감산분을 단계적으로 복구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주 OPEC+가 9월 이후 공급 확대를 잠정 중단(pause)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하고 있어 2025년 4분기에는 수요 대비 1.5% 규모의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재고·생산 동향
조사기관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11일 기준 해상 부유 재고는 전주 대비 4.6% 줄어든 7천803만 배럴로 집계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16일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서는 미국 원유 재고가 385만9천 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세를 보였다. 휘발유 재고는 339만9천 배럴,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417만3천 배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37만5천 배럴로, 작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363만1천 배럴)보다 소폭 낮았다. 베이커휴스(Baker Hughes) 집계에 따르면 7월 18일 주간 미국 육상 시추 가동기수는 422기로 줄어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용어·배경 설명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미국산 경질유 선물이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 환경규제를 충족하도록 블렌딩되기 전 상태의 휘발유 선물을 말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을 포함한 10개 비OPEC 산유국이 결성한 협의체다. 생산쿼터를 조정해 글로벌 유가를 관리한다.
SWIFT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로, 전 세계 금융기관 간 결제 메시지를 중개하는 시스템이다. 러시아 은행들이 퇴출되면 국제 결제·송금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박정보시스템(AIS)을 끄거나 선적지를 위장하는 방식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 집단을 말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급 측면 변수(이라크·OPEC+ 증산)와 지정학적 리스크(EU 대러 제재)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60달러대 중반에서 형성된 WTI 가격이 수급 재균형 여부에 따라 50달러대 후반 혹은 70달러대 초반으로 방향성을 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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