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선물 가격이 이번 주 초반 소폭 상승세를 기록했다. 10월물 뉴욕 ICE 원당(#11)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43% 오른 1파운드당 0.07센트 상승 마감했고, 같은 만기 런던 ICE 백설탕(#5) 선물도 0.82% 올라 톤당 3.80달러 상승했다.
2025년 8월 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파키스탄 정부가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설탕 수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파키스탄은 전주 10만 톤을 매입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동일 물량을 추가로 구매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이는 저가 매수(쇼트커버링)를 유발하며 시세 저점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가격 상승세는 브라질·인도·태국의 증산 전망이라는 하방 요인과 맞물려 제한적이다. 브라질 사탕수수 산업협회 유니카(Unica)는 7월 상반월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40만 톤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설탕 전용 압착 비율이 54%로 작년 50%에서 확대돼 가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선
“가뭄과 고온에도 불구하고 최근 건조한 날씨가 수확·운송 효율을 높여 2025/26 시즌 브라질 공급 과잉 가능성이 커졌다”
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그로(Datagro)는 건조 기후가 갈대(사탕수수) 압착을 촉진해 에탄올보다 수익률이 높은 설탕으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인도도 몬순 강우가 평년 대비 4% 많은 500.8mm를 기록하면서 ‘풍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에 설탕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현지 제조협회(Indian Sugar and Bio-energy Manufacturers Association)는 2025/26년 200만 톤의 수출 할당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세계 2위 생산국이다. 인도 협동조합 설탕공장 연맹에 따르면 2025/26 생산량은 전년 대비 19% 늘어난 3,500만 톤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5년 만에 최저치였던 2024/25년 2,620만 톤 대비 급반등하는 규모다.
글로벌 수급 밸런스 측면에서도 공급 과잉 시그널이 뚜렷하다. 상품 트레이더 체자니코(Czarnikow)는 2025/26 시즌 750만 톤에 달하는 8년 만의 최대 순잉여를 예상했다. 미 농무부(USDA) 역시 5월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세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1억 8,931만 톤에 이를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재고는 7.5% 늘어난 4,118만 톤으로 추산됐다.
다만 최근 4년래 최저가 수준까지 떨어졌던 시세가 소비 확대를 촉발하고 있다는 점은 지지 요인이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한 42만 톤을 기록했다. 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미국 내 제품에서 고과당 옥수수시럽 대신 사탕수수당을 사용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미국 연간 설탕 소비를 현재 1,100만 톤에서 1,150만 톤으로 4.4% 끌어올릴 수 있다.
브라질 공급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상 악화가 중남부 누적 생산량을 억누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니카는 7월 중순까지 누적 생산량이 전년 대비 9.2% 감소한 1,565.5만 톤이라고 집계했다. 브라질 농업공급공사(Conab)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을 이유로 2024/25 생산이 3.4% 줄어든 4,411만 톤이라고 발표했다.
태국 역시 2024/25 시즌 생산이 14% 증가한 1,000만 톤으로 복귀했지만, 세계 3위 생산국·2위 수출국이라는 위상을 감안할 때 국제 가격에 상당한 변동성을 줄 수 있는 변수로 해석된다.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보고서에서 2024/25년 공급 부족 규모를 -547만 톤으로 상향 조정해 9년 만의 최대 적자를 예상했다. 이는 전년 131만 톤 흑자에서 큰 폭으로 전환된 것이다. ISO는 또 같은 시즌 세계 생산 전망치를 1억 7,480만 톤으로 소폭 하향했다.
전문가 해석*투자 조언 아님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파키스탄·중국의 수요 반등과 미국 음료 산업의 원당 전환이 가격 지지선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브라질·인도·태국발 증산, 미 농무부 및 체자니코가 예고한 2025/26 대규모 잉여가 상방을 묶어둘 가능성이 높다. 시장 참여자들은 기상 변수와 정책(수출 허가·생산 쿼터 등)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 용어 설명
• 원당(#11): 가공 전 단계인 원형태(raw) 설탕 선물로 뉴욕 ICE에 상장돼 있다.
• 백설탕(#5): 정제 과정을 거친 설탕 선물로 런던 ICE에서 거래된다.
• 쇼트커버링: 가격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매수로 전환하는 것.
• 몬순: 인도·남아시아 일대 여름철 계절풍으로 농업 생산량을 좌우하는 핵심 기후 변수다.
한편 본 기사 작성일 현재, 기사 원문 저자인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해당 증권·파생상품에 직·간접 이해관계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