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의 폭발적 증가, ‘패밀리오피스’ 사칭 급증시키다

글로벌 부의 호황패밀리오피스 설립 붐을 촉발하면서, 기록적인 수의 패밀리오피스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칭(Imposter) 문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업계 베테랑들은 CNBC에, 자금 모집자나 사기꾼들이 패밀리오피스 대표를 자처해 투자자를 속이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심지어 돈이 목적이 아니라 자존감을 위해 ‘패밀리오피스 창업자’ 행세를 하는 이들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웰스(Diamond Wealth)와 100개가 넘는 가문이 참여한 공동투자 신디케이트를 운영하는 로널드 다이아몬드(Ronald Diamond)는 “가짜 패밀리오피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지금 패밀리오피스 영역에 돈이 몰리고 있다. 은행, 로펌, 회계법인 모두가 그 돈의 일부를 원한다. 그래서 ‘패밀리오피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면 모두가 당신과 대화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2025년 11월 1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 거주자가 유명 패밀리오피스의 대표를 사칭해 1,000만 달러 규모의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에어비앤비(Airbnb)상장 전(pre-IPO) 테크 기업 투자 기회를 미끼로 피해자들을 속였고, 이집트의 저명한 사업가 가문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맨 캐피털(Man Capital) 임원을 사칭하기 위해 가짜 이메일 도메인과 온라인 프로필을 만들어 신뢰를 유도했다가 피해자들을 기망했다.

이 같은 사칭은 금전적 이득만이 동기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는 사회적 지위와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꾸며낸 ‘패밀리오피스’ 타이틀을 활용한다. 즉, 패밀리오피스 대표임을 내세워 은행의 점심 초대와 자산운용사의 만남을 얻고, ‘중요 인물’로 대접받으려는 심리다. 프레스텔 앤 파트너 패밀리오피스 컨퍼런스(Prestel and Partner Family Office Conferences)의 매니징 디렉터 토비아스 프레스텔(Tobias Prestel)은 “그래서 어떤 이들은 ‘나는 패밀리오피스 설립자다’라고 말하며 특정 무리에 섞여 ‘누군가’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패밀리오피스다’라고 하면 은행이 점심에 초대하고, 자산운용사들이 저녁에 모시고, 무언가를 팔고 싶은 이들은 모두 정중히 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진짜 패밀리오피스는 대중에게 자금을 모집하거나 투자상품을 판매하지 않으며, 오직 자기 가문의 자산관리·투자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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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칭 급증의 배경과 자산 규모설명

업계 전문가들은 ‘가짜’의 증가는 이 분야로 돈과 관심이 대거 유입된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라고 본다. 딜로이트(Deloitte)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단일가문 패밀리오피스(SFO)는 약 8,030곳으로, 지난 5년 사이 거의 31% 증가했다. 이 수는 2025년 말 9,030곳(+12%)으로, 2030년에는 10,720곳(+33%)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관리하는 자산은 거대하며 계속 증가 중이다. 총자산운용규모(AUM)는 현재 약 $3.1조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5.4조73%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왜 ‘가짜’가 생기나 — 그리고 어떻게 구분하나

정보 비대칭비공개 관행이 사칭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수 시장에서 진짜 단일가문 패밀리오피스(SFO)는 오직 가족 자산만 운용하는 한, 공적 등록이나 운용 라이선스가 면제된다. 이 같은 비공개 관행 탓에 진위 확인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컨대 두바이에서는 한 가족의 돈만 관리하면 완전한 금융 라이선스가 필요하지 않다. 미국에서도, 한 가족만을 대상으로 하고 가족 구성원이 전적으로 소유·통제하는 패밀리오피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이 일반적으로 면제된다.

“단일가문 패밀리오피스는 가족의 돈을 관리하도록 설립되며, 제3자 자금 모집을 해서는 안 된다.” — 싱가포르통화청(MAS)

홍콩 재무국(FSTB) 대변인은 “투자자는 투자 약정을 하기 전에, 파트너의 배경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고 밝히며, 증권선물위원회(SFC)에 해당 패밀리오피스 배경에 관한 문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통화청(MAS)도 제3자 자금 모집을 받는 경우 신원과 적정 라이선스 보유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권고했다. MAS 대변인은 CNBC에 “단일가문 패밀리오피스는 가족 자금을 관리하도록 설립되며 제3자 자금을 모집해서는 안 된다. 제3자 자금을 모집하는 모든 주체는 자본시장서비스 라이선스를 보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가족오피스 관련 사기 방지 조치에 대해 “사기, 불법 금융 광고를 포함한 범죄를 무력화하기 위해 파트너들과의 공조를 계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두바이금융서비스청(DFSA)은 논평을 거부했으며, 미국 SEC정부 셧다운으로 업무가 크게 중단된 가운데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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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의 어려움과 업계의 자구책

일부 초고액자산가(UHNWI)는 대단히 사생활을 중시해 온라인에서 확인 가능한 정보가 거의 없다. 다이아몬드는 “억만장자에 대한 백그라운드 체크가 쉽지 않다. 그들은 대개 매우 사적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패밀리오피스들은 서로 정보를 대조하며 커뮤니티 레퍼런스행동 이력 증빙으로 상호 검증하는 비공식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특정 패밀리오피스 대표가 제안하는 투자에 돈을 넣기 전에 이 같은 레퍼런스 확인을 시도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가장 빠른 1차 필터로 “그 지역의 검증된 몇몇 가문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한다고 말했다.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면, 그 자체가 적신호일 수 있으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에서 중국계 패밀리오피스를 주로 대리하는 베이프런트로(Bayfront Law)의 라이언 린(Ryan Lin)은, 도시국가에 강한 패밀리오피스 협회가 있으며, 때로는 왓츠앱(WhatsApp) 그룹을 통해 서로 체크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내가 그 [패밀리오피스]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들이 ‘싱가포르에 30년 있었다’고 주장한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군가 저에게 다가와 ‘저는 싱가포르의 부유한 2세입니다’라고 말한 뒤, 이를 증명하려는 400~500자 분량의 요약문을 보내온다면 그게 경보음이다.” — 캐노피(Canopy) CEO 무 첸(Mu Chen)

업계 베테랑들은 과거 투자, 공동투자 파트너, 부의 원천 확인 등으로 패밀리오피스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정당성을 과도하게 입증하려는 과잉행동은 경계 신호가 되기 쉽다. 싱가포르에서 패밀리오피스 설립을 지원하는 캐노피(Canopy)의 CEO 무 첸(Mu Chen)은 진짜 패밀리오피스는 정보를 과하게 공유하지 않으며, 보통 상품을 앞세워 ‘세일즈’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짜 패밀리오피스에는 사람들이 따라붙는다.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누군가 다가와 ‘저는 싱가포르의 부유한 2세’라고 말한 뒤 그를 증명하려는 400~500자 분량의 요약문을 보내온다면, 그게 바로 경보음이 울릴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용어 설명과 독자 안내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초고액 자산가 가문이 가문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조직을 뜻한다. 단일가문(SFO)은 한 가문만, 다중가문(MFO)은 여러 가문의 자산을 관리한다. 기사에서 강조된 ‘SFO’는 공적 등록 의무 면제 등으로 비공개성이 강하다.
AUM(자산운용규모)Assets Under Management: 운용사가 고객을 위해 관리하는 총자산 규모를 뜻한다.
규제기관 약어: SEC(미 증권거래위원회), MAS(싱가포르통화청), SFC(홍콩 증권선물위원회), FSTB(홍콩 재무국), FCA(영국 금융감독청), DFSA(두바이금융서비스청).


해석과 시사점

본 보도에서 드러난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비공개성자산 성장이 맞물린 패밀리오피스 생태계는 본질적으로 사칭 위험을 내포한다. 둘째, 제3자 자금 모집 여부, 과거 트랙레코드, 공동투자 파트너 및 부의 원천 확인은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1차 필터다. 셋째, 커뮤니티 레퍼런스행동 기반 검증은 공식 공시가 제한적인 환경에서 특히 유효하다. 투자자와 파트너 후보자는 ‘누가 누구를 찾아다니는가’라는 역학, 즉 진짜 패밀리오피스는 보통 접촉을 받는 위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오래 있었다’는 주장과 맞지 않는 인지도 부족, 과도한 자기 정당화 문서, 초기 단계에서의 상품 판매 압박 등은 공통된 레드 플래그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