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코드: CLZ25)는 28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1.16달러(-1.89%) 떨어진 60.25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개솔린)(코드: RBZ25) 역시 -0.0026달러(-0.14%) 내린 1.86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10월 2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원유 시장에는 “공급 과잉(글럿·glut)”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며 유가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보텍사(Vortexa)는 10월 24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해 있는 원유 저장 탱커에 보관된 재고가 전주 대비 12% 증가한 8,975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물 시장에서 체감되는 공급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월 14일 보고서에서 2026년 세계 원유 시장이 하루 400만 배럴의 사상 최대 초과 공급 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같은 전망치는 현재 원유 수급 균형을 가늠하려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부정적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OPEC+도 시장 변수로 떠올랐다. 블룸버그는 27일
“이번 주말 열리는 OPEC+ 합동장관회의에서 12월 증산 분(월 13만7000배럴)을 세 번째로 연속 승인하는 방안이 기본 시나리오로 논의된다”
고 전했다. 산유국 연합은 올해 초 감산 분(220만 배럴/일)을 전면 되돌리기 위해 총 166만 배럴/일 규모의 증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실제로 9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40만 배럴 증가한 2,905만 배럴로, 2년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동시에 미‧중 간 무역 관계가 단기 호재로 작용했다. 27일 공개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초안이 30일 정상회담에서 공식 서명될 가능성이 전해지자 원유 선물가격은 장중 반등을 시도했으나, 공급 과잉 우려가 더 큰 영향을 미치며 결국 하락 마감했다.
지정학 리스크도 교차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주 러시아 에너지 산업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 재무부는 23일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Rosneft PJSC)와 루코일(Lukoil PJSC)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진정성 부족을 이유로 제재를 발표했다. EU 역시 같은 날 로스네프트·가스프롬네프트(Gazprom Neft)와의 신규 거래를 금지하고, 중국·홍콩 소재 12개 회사를 포함한 45개 기관·선박을 추가 제재 목록에 올렸다.
제재 영향으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두 달간 러시아 정유시설 최소 28곳을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했으며, 이로 인해 러시아 해상 연료 수출은 10월 상순 188만 배럴/일로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로 줄었다.
EIA(미 에너지정보청)의 10월 22일 주간 보고서도 주목받았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①미국 내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4.0% 낮고, ②가솔린 재고는 0.6%, ③디스틸레이트(경유·중유) 재고는 6.6% 각각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62만9천 배럴/일로 전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1,363만6천 배럴/일)에서 소폭 감소했다.
베이커휴스(Baker Hughes) 집계에 따르면 10월 24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rig 수는 전주 대비 2기 증가한 420기였다. 이는 4년 최저치였던 410기(8월 1일)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에 비해선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다.
용어·배경 설명
WTI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세계 원유 선물가격의 벤치마크로 쓰인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에서 환경 규제를 만족하기 위해 제조되는 개솔린 선물 계약이다.
OPEC+는 옛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이 연대한 협의체다.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산·증산 결정을 정례회의에서 도출한다.
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 에너지 정책 자문기구로, 매월 발간하는 『월간 원유시장보고서(MOMR)』를 통해 수급 전망을 제시한다.
전망 및 분석
현재 시장은 “증산 흐름”과 “지정학적 공급 차질”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요인 사이에서 가격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공급 과잉이 구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 단기 하락 재료이나, 러시아발 제재·공격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물류 병목은 하방경직성을 강화한다.
특히 IEA가 예고한 2026년 400만 배럴/일 초과 공급 전망은 투자자들의 중·장기 포지셔닝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반면, 미국 셰일 기업들이 과거에 비해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며 리그 가동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점은 공급 확대 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
이처럼 공급과잉 → 가격하락 → 투자축소 → 공급감축 → 가격반등이 반복되는 전형적 사이클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 참여자들은 OPEC+ 회의 결과와 미국·유럽의 대러 제재 강도, 그리고 중국 경제지표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