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트럼프발 충격에도 ‘무덤덤’…주요 지표는 견조

워싱턴·런던발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8개월 동안 대규모 관세 충격,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장악 시도, 미국식 국유 자본주의(state capitalism) 도입 가능성 등 글로벌 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 주식·채권 시장과 실물 경제의 반응은 예상 밖으로 차분했다. 세계 경제는 계속 성장세를 유지했고, 주가가 급등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는 여전히 억제돼 있다.

여전히 ‘도화선’ 하나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지만, 트럼프 취임 초 ‘글로벌 무역 붕괴로 크리스마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과는 거리가 멀다.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완화적 금융 여건, 견고한 가계·기업 대차대조표, 인공지능(AI)이 이끄는 생산성 향상 기대, 낮은 에너지 가격 등이 글로벌 경제 회복력을 지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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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공포, 현실화되지 않았다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지목된 전면적 관세 인상과 교역 붕괴는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유럽·아시아 수출국들과의 합의가 비록 ‘임시방편’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초고율 관세 위협에 대응해 상대국들이 양보하면서 완화된 수준의 관세가 적용됐고, 이는 수출업자·수입업자·소비자에게 분산 부담되는 ‘관리 가능한 충격’으로 정리됐다는 평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의장을 해임하고, 리사 쿡 Fed 이사를 해고하려 했던 시도 역시 좌절됐다. 시장은 백악관의 통화정책 개입 가능성을 ‘일단은’ 무시하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트럼프 취임 시점 4.6%에서 최근 4.1%로 하락했다. 이는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하더라도, 연준 독립성이나 미국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때 나타나는 움직임과는 다르다.

연준은 이번 주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며 물가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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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백악관의 압박을 금리 결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고 일축했다.

주요국 성장률 전망 ‘상향’

현재의 ‘불안 속 안정’은 다른 지역에 숨 쉴 틈을 제공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목요일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견조한 수출과 주가 상승 덕에 추가 부양책을 미루고 있다.

유로존도 예상보다 양호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0.9%에서 1.2%로 상향 조정했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내수의 회복력”을 강조했다.

부채에 허덕이는 이탈리아는 재정정비로 금요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로부터 등급 상향 가능성이 제기됐고, 스페인은 관광 호조 덕분에 스페인은행이 2025년 성장률 전망을 2.6%로 올렸다.

독일은 2026~2027년 GDP가 1.5~2.0%까지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국방 투자 확대와 감세가 결합된 ‘슈퍼 재정 패키지’가 추진되면서다. 에드몽 드 로트실드 자산운용의 캐럴라인 고티에 공동 대표는 “독일 재정 계획은 2026년부터 경제에 막대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에서는 로이터 단칸(기업경기조사) 제조업 심리가 3년 만의 최고치로 나타났고, 신흥국도 달러 약세에 힘입어 선방 중이다. 브라질·멕시코·인도 등이 ‘빛나는 구역(bright spots)’으로 언급되며, 인도는 감세로 내수를 자극해 미국 관세 충격을 일부 상쇄하려 하고 있다.

‘롱 테일’ 조정,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은행(BOJ)의 히미노 료조 부총재는 이번 달 “관세 효과는 시간이 걸려 나타난다”며, “미 행정부가 예측 불가능한 정책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의 실상에 대한 ‘현실 부재’를 지적한다. 파월 의장도 AI 투자와 고소득층 소비에 성장 동력이 집중됐고, 주택·고용이 부진하며, 대학 압박·연구예산 삭감·정부의 기업 지분 참여 등이 장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올리버 블랙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

미국 고용시장 약세는 경기침체 경보 수준

이지만, 시장은 ‘연준이 결국 구제(일명 Fed put)를 해줄 것’이라는 안일함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 용어 설명 – ‘Fed put’이란?
Fed put’은 증시가 급락할 때 연준이 금리 인하나 유동성 공급 등으로 시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를 가리킨다. 옵션 용어 ‘풋(put)’에서 유래했으며, 사실상 연준이 주식시장 하방을 방어한다는 믿음을 의미한다.

영국 운용사 나인티원(구 인베스트코) 매니저 앨런 시오는 “팬데믹 기간 쌓인 재고와 트럼프 관세 시행 전 선(先)발주 물량 때문에 공급망 실체 파악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학자들은 애초에 이것이 ‘롱, 롱 테일(long tail) 조정’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며, “지금 시장은 사상 최고치 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나만 불안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참고: ‘미국식 국가자본주의’란?

기사에서 언급된 state capitalism은 국가가 민간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의사결정에 깊이 개입하는 체제를 말한다. 전통적으로 시장에 맡겨온 미국 경제 모델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시장 자율성·혁신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 사회에 퍼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