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코어, 자산 포트폴리오 재검토 후 2026년까지 10억 달러 비용 절감 목표

글렌코어(Glencore)가 자사 산업 자산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2026년 말까지 약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생산 비용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해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광산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렌코어는 2025 회계연도 상반기(1~6월) 구리 생산량이 전년 대비 26% 감소한 34만 3,900톤에 그쳤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광석 품위(grade) 저하가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으며, 연간 생산 가이던스를 기존 85만~91만 톤에서 85만~89만 톤으로 다소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CEO 게리 네이글(Gary Nagle)은 성명을 통해 “산업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종합 검토를 마친 결과, 운영 구조를 간소화할 여지가 확인됐다”면서 “세부 내용은 8월 6일 발표 예정인 반기 실적(IR) 행사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울러 “향후 몇 개월 동안 생산성이 회복될 것”이라며 하반기 실적 개선을 자신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30일 08시 15분(GMT) 기준 글렌코어 주가는 약 1% 상승해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씨티(Citi) 애널리스트들은 “구리 생산 부진은 부정적 요인이지만, 10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과 마케팅(트레이딩) 부문 가이던스 상향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구리는 건축용 전선,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설비, 데이터센터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며, 전 세계 탈탄소·전동화 전환의 핵심 금속으로 꼽힌다. 글렌코어는 2024년 한 해 동안 95만 2,000톤을 생산해 글로벌 3위권 생산업체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이번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회사는 호주 마운트아이자(Mount Isa) 지역의 마지막 두 개 구리 광산을 폐쇄하고, 필리핀의 구리 제련소는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제련소는 수개월 간 ‘care and maintenance’(유지관리 모드) 상태로 가동이 중단돼 있었다.

투자은행 RBC 캐피털마켓츠벤 데이비스(Ben Davis) 애널리스트는 “글렌코어가 하반기 생산량 급증과 장기 마케팅 수익 상향을 내세우며 실적 회복을 강조했지만, 상반기는 실제 생산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구리 부문은 하반기에만 50% 가까운 생산 반등을 달성해야 하는 만큼,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트레이딩·마케팅 부문 실적 개선

글렌코어는 장기(>2025년) 마케팅 부문 EBIT(이자·세전이익) 전망치를 연 23억~35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종전 22억~32억 달러 범위에서 10%가량 늘어난 수치다. 2025년 7월 완료된 농산물 트레이딩 자회사 비테라(Viterra) 매각이 약 2억 달러의 EBIT 개선 효과를 낸 것이 주효했다. 상반기 트레이딩 부문 이익은 13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EBIT(Operating Earnings)은 기업의 영업 실적을 파악할 때 자주 활용되는 지표로, 이자비용 및 세금을 공제하기 전의 순수 영업이익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이 수치를 통해 기업의 본업 경쟁력을 가늠한다.


코발트·석탄 부문의 현황

글렌코어는 전 세계 2위 코발트 생산업체로서 2025년 상반기에만 1만 8,900톤을 생산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규모다. 다만 콩고민주공화국(DRC) 내 일부 계약에서는 공급 차질로 인해 ‘force majeure’(불가항력) 선언을 시행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열탄(thermal coal) 생산량은 4,830만 톤으로 전년 동기(4,720만 톤) 대비 소폭 늘었다. 글렌코어는 2024년 한 해 동안 9,960만 톤을 생산·수출해 세계 최대 규모의 열탄 공급사 중 하나로 꼽힌다.


용어 해설 및 맥락

Force majeure란 천재지변·전쟁·정치적 혼란 등 기업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피하게 지연·중단될 때 적용되는 조항이다. 복구 기간 동안 기업은 공급 의무에서 일시적으로 면책된다.

Care and maintenance는 광산이나 제련소의 상업적 가동을 중단하되, 필요 최소 인력과 설비 점검을 유지해 향후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 단계다.

Thermal coal은 주로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사용되는 석탄으로, 철강 생산에 쓰이는 metallurgical coal(제강용·원료탄)과 구분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 속에서 열탄 산업은 투자 위축 압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국가 전력 믹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10억 달러 비용 절감이 실제 이행될 경우, 구리 가격 변동성과 배터리 금속 수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렌코어의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호주·필리핀 자산 매각과 구리 광산 폐쇄로 단기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어,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성이 실적 방어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한 코발트와 구리 등 배터리 핵심 원재료에 대한 규제 및 공급망 리스크가 높아지는 만큼, 글렌코어가 지리적 다변화·친환경 프로젝트에 추가적으로 자본을 배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가 금속 수요를 견인해 회사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결국 투자자들은 8월 6일 예정된 반기 실적 발표를 통해 구체적 절감 항목하반기 생산 회복 로드맵이 얼마나 현실성 있게 제시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