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렸던 몬테 데이 파스키, 메디오방카를 삼키기까지

[이탈리아 밀라노]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MPS)가 160억 유로(약 190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현금 혼합 제안으로 메디오방카 지배권을 확보했다.

2025년 9월 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국유화 위기를 거쳐 극적 회생에 성공한 MPS가 오랫동안 이탈리아 자본주의의 중심축으로 평가받아 온 메디오방카를 전격적으로 삼킨 사건으로 금융권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1월 MPS는 예상치 못한 인수 의사를 공식화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지 채 몇 년 되지 않은 공적자금 구제은행이 이탈리아 금융계의 전통적 ‘파워하우스’를 상대로 적대적 M&A를 감행한 셈이다.

주목

MPS는 1472년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7년 산탄데르로부터 안톤베네타(Antonveneta)를 99억 유로에 현금으로 인수하면서 과도한 차입에 기반한 확장 전략을 택했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 국면에서 심각한 후폭풍을 불러왔다.

프리커셔너리 리캡(precautionary recapitalisation)은 유럽연합 은행정상화·청산협정(BRRD) 하에서 금융안정이 우려될 때 회원국 정부가 사전에 자본을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2016년 말 MPS가 이 제도를 통해 국유화 수준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으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최대 68%까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아래 연대표는 MPS가 위기에서 탈출해 메디오방카를 인수하기까지 지난 18년간의 주요 이정표를 보여준다.

2007년 11월 — MPS, 산탄데르로부터 안톤베네타를 99억 유로에 인수.
2008년 1월 —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59억 5,000만 유로 규모의 유상증자와 21억 6,000만 유로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15억 6,000만 유로의 브리지론 조달.
2009년 3월 — 이탈리아 재무부에 19억 유로 규모의 특수채권을 매각하며 자본 확충.
2011년 7월 — 21억 5,000만 유로 유상증자 실시.
2011년 9월 — 이탈리아 중앙은행, 유로존 국채 위기 속에서 60억 유로의 긴급유동성 지원.
2012년 3월 — 2011년 결손 47억 유로 발표(안톤베네타 등 영업권 손상 반영).
2012년 6월 — 재무부에 추가 20억 유로 특수채권 인수 요청.
2012년 10월 — 신규 투자자를 겨냥한 10억 유로 증자 승인.
2014년 6월 — 50억 유로 유상증자로 31억 유로의 국가 보증채권 상환.
2014년 10월 — 유럽 스트레스 테스트 최하위.
2015년 6월 — 30억 유로 증자 및 잔여 11억 유로 상환.
2016년 7월 — 50억 유로 추가 증자 및 280억 유로 부실채권 매각 계획 발표.
2016년 12월 — 현금 조달 실패로 프리커셔너리 리캡 신청.
2017년 7월 — ECB ‘지급능력 양호’ 판정 후 EU 집행위, 82억 유로 구제금융 승인(국가 54억 투입·68% 지분 확보).
2019년 10월 — 유럽 최대 규모 부실채권 증권화 완료.
2021년 7월 — 유니크레디트와 ‘선별 자산’ 인수 협상 돌입.
2021년 10월 — 유니크레디트와 협상 결렬.
2022년 2월 — 루이지 로바글리오 신임 CEO 선임.
2022년 10월 — 25억 유로 유상증자(주당 2유로)로 4,000명 희망퇴직 재원 마련.
2023년 11월 — 정부 지분 39.2%로 축소(주당 2.92유로 블록세일).
2024년 3월 — 추가 블록세일로 지분 26.7%까지 감소(주당 4.15유로).
2024년 5월 — 13년 만에 배당금 재개.
2024년 11월 — 정부 15% 매각(주당 5.792유로), 칼타지로네·델베키오 일가·Banco BPM·Anima Holding 등 신규 주주 합류.
2025년 1월 — MPS, 메디오방카 공개매수(27%를 보유한 칼타지로네·델베키오 측이 주요 표적).
2025년 2월 — 2024년 순이익 19억 5,000만 유로 발표.
2025년 9월 — 현금 요소를 추가한 후 최종적으로 메디오방카 지분 62% 확보, 9월 16일부터 1주일간 추가 공모 예정.


전문가 시각*

주목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이번 거래를 두고 “구제금융 은행이 이탈리아 재계의 전통 권력기관을 흡수한 전례 없는 사건”이라고 평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덕분에 자본비율(CET1)과 주가가 동반 회복되면서 공격적 M&A 재원이 확보됐다는 분석이다.

기사에 등장하는 ‘특수채권(special bond)’은 일명 Tremonti bond로 불리는 증권으로, 정부가 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해주는 조건부 전환사채의 일종이다. 이 채권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은행이 상환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해야 하는데, MPS는 2014~201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를 상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MPS는 자산 규모 기준 이탈리아 2위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메디오방카의 자산운용·투자은행 네트워크와 MPS의 소매금융 기반이 결합할 경우, 금리 하락 사이클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다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기준: 1달러 = 0.8501유로(기사 작성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