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하루 앞두고 국채 금리 하락에 힘입어 크게 상승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장 대비 0.47% 오른 채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써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11% 상승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는 0.84% 올라 같은 날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장 마감 후 거래되는 9월물 E-mini S&P500 선물은 0.43%, E-mini 나스닥 선물은 0.80% 각각 추가 상승했다.
2025년 9월 1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4.04%로 전장 대비 2bp(1bp=0.01%p) 하락해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시장은 17~18일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해 4.00~4.25%로 조정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으며, 50bp 전격 인하 가능성도 5% 정도 가격에 반영돼 있다.
국채 금리와 주가의 역(逆)관계는 이미 여러 차례 입증돼 왔다.
수익률이 낮아지면 할인율이 떨어져 성장주, 특히 현금흐름이 먼 미래에 집중된 대형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는 효과
가 발생한다. 이날도 알파벳 4.0%, 테슬라 3.0%, 아마존 1.0% 등 메가캡(초대형) 기술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중국발 리스크가 남긴 여진도 있었지만 시장 전반의 위험선호를 꺾지는 못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는 중국 당국이 자사 아날로그 반도체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2% 넘게 빠졌다. 같은 날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은 엔비디아의 2020년 멜라녹스 인수가 반(反)독점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미 뉴욕연은이 발표한 9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8.7로 전달 대비 20.6p 급락해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5.0)를 크게 밑돌며 제조업 경기 둔화 우려를 부각시켰다. 일반적으로 해당 지수는 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수축을 가늠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는 노동시장 냉각과 물가 안정 흐름이 맞물리며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재 금리선물 시장은 연말까지 총 70bp 인하를 가격에 반영 중이며, 다음 회의(10월 28~29일)에서 두 번째 25bp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80%로 본다.
반면 중국 경기 둔화 신호는 글로벌 성장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중국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해 컨센서스(5.6%)를 밑돌았고, 소매판매 증가율도 3.4%로 전망치(3.8%)를 하회했다. 실업률은 5.3%로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으며, 신규 주택가격은 27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번 주 주요 일정에도 투자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7일(화) 발표될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증가,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4% 증가가 예상된다. 같은 날 8월 제조업 생산은 0.3% 감소로 예상되며, 9월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주택시장지수는 33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18일(수) FOMC 결과 발표와 함께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고, 19일(목)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4만 건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 증시도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유로 스톡스50 지수는 0.92% 오르며 3주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26%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경로(敬老)의 날’ 휴장으로 거래가 없었다.
채권 시장에서는 12월 만기 미 국채 10년물 선물이 6틱 오르며 가격 상승(수익률 하락)을 나타냈다. 유럽채도 동반 강세를 보였는데, 독일 10년물 국채(분트) 수익률은 2.691%로 2.4bp, 영국 길트 수익률은 4.633%로 3.8bp 각각 떨어졌다.
ECB(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과 관련해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미 끝났거나 거의 끝났으며, 특별한 충격이 없다면 상당 기간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사벨 슈나블 집행이사는 “물가 상방 리스크가 여전히 우세하다”며 동결 기조를 지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전날 밤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하면서 재정적자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채권 가격에 부담 요인으로 거론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시도했다는 보도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인 스티븐 미런이 현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직을 겸임하려 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다. 시장은 정치권의 압력 가능성을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개별 종목별 움직임을 보면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시티그룹이 목표주가를 280달러로 상향 조정한 알파벳은 4% 넘게 뛰었고, 일론 머스크가 10억 달러 규모 지분을 추가 매입한 테슬라는 3% 상승했다. 메타·마이크로소프트·애플도 1% 이상 올랐다.
반도체 섹터에서는 ASML이 6% 이상 급등하며 나스닥100 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인텔 3%, KLA 2% 등 대부분 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ARM·AMD·브로드컴 등도 1% 이상 올랐다.
스토리지 업체 시게이트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목표주가를 170달러에서 215달러로 높이자 7% 폭등했고, 웨스턴디지털도 같은 증권사의 목표가 상향(100→123달러)에 4% 올랐다. 오라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틱톡 딜 가능성”을 시사한 뒤 3% 상승했다.
반면 농화학기업 코르테바는 씨앗·농약 사업부 분할설이 부정적으로 해석되며 5% 넘게 급락했고, 반덤핑 조사 소식이 나온 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 2% 이상 빠졌다. 빌더스퍼스트소스, 아스트라제네카, 헬스케어리얼티트러스트 등은 투자의견 하향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용어 해설 및 투자 팁※초보 투자자 참고
•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연 8회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 E-mini 선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S&P·나스닥 지수의 소형 선물계약으로, 현물지수 방향성에 대한 레버리지 베팅 수단이다.
•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지수: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뉴욕주 제조업 경기 선행지표로 0 이상이면 확장, 0 이하면 위축을 의미한다.
기자 관전평: 연준이 예고된 25bp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지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점도표(dot-plot)가 2025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현 4.00%보다 낮게 제시한다면, 성장주 랠리는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중국 경기 둔화, 미국 정치 리스크, 유럽 재정 불안이라는 삼중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변동성 확대 국면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