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당·정제당 선물가격 보합…최근 급락 이후 숨 고르기

뉴욕 ICE 원당 10월물(#11)과 런던 ICE 백설탕 10월물(#5)이 19일(현지시각) 장 초반 등락이 엇갈리며 사실상 보합권에서 거래되고 있다. 뉴욕 원당은 전장 대비 0.12% 오른 반면, 런던 백설탕은 0.06% 하락했다.

2025년 8월 1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전일 기록한 1주일래 최저치 이후 매물을 소화하며 방향성을 탐색 중이다. 전일 급락은 브라질 설탕 공장이 당초 예상보다 원당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Covrig Analytics의 분석이 결정적이었다. 브라질 남중부 지역의 건조한 사탕수수 생육 환경이 ‘설탕 극대화·에탄올 최소화’ 전략을 부채질한다는 설명이다.

수확이 본격화하는 8~9월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해당 리서치사는 전망했다.


지난주 뉴욕 원당 가격은 2개월 만의 고점을 찍었다. 브라질 수확량 우려가 배경이었다. 그러나 16일 브라질 사탕산업협회(Unica) 통계에서 7월 하순 남중부 원당 생산은 전년 대비 0.8% 감소한 361만4,000톤에 그쳤다. 2025/26 마케팅연도 누계 생산도 전년 대비 7.8% 줄어든 1,926만8,000톤이다. 주목할 대목은 가공 사탕수수의 54.10%가 설탕 생산에 투입돼, 전년 동기의 50.32%보다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브라질 국영 농업통계기관 코납(Conab)도 7월 보고서에서 2024/25 브라질 설탕 생산량을 전년 대비 -3.4% 감소한 4,411만8,000톤으로 추산했다. 가뭄·고온이 수확량을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인도 물량 변수도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새 마케팅연도(2025/26)에 설탕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도 기상청(IMD)에 따르면 8월 18일까지 누적 몬순 강수량은 611.2㎜로 평년 대비 1% 많다. 비가 충분해 bumper crop(대풍)이 예상되는 만큼, 업계 단체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업협회200만 톤 수출 허가를 요청할 계획이다.

인도는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이다. 인도 협동조합 설탕공장 연맹은 6월 2일 보고서에서 2025/26 생산량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2024/25 생산은 -17.5% 감소한 2,620만 톤(5년래 최저)을 기록했다.


가격이 7월 초까지 4년여 만의 저점을 찍은 배경엔 2025/26 시즌 ‘공급 과잉’ 전망이 자리한다. 상품 트레이더 Czarnikow는 6월 30일 세계 설탕 초과공급이 7년 만에 최대인 750만 톤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농무부(USDA) 5월 22일 반기 보고서 역시 2025/26 글로벌 생산을 1억8,931만8,000톤(전년 +4.7%)으로, 기말재고를 4,118만8,000톤(전년 +7.5%)으로 예측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USDA 해외농업국(FAS)은 브라질 생산이 4,470만 톤(+2.3%), 인도는 3,530만 톤(+25%), 태국은 1,030만 톤(+2%)으로 사상 최고치에 접근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국 변수도 부담이다. 태국 사탕수수위원회(OCSB)는 5월 2일 2024/25 태국 설탕 생산이 1,000만 톤(전년 +14%)이라고 발표했다. 태국은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이다.

반면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 세계 설탕 수급을 -547만 톤 적자로 상향(2월 전망 -488만 톤) 조정했다. 이는 9년 만의 가장 큰 공급 부족이다. ISO는 2024/25 글로벌 생산 전망치를 174.8 MMT로 0.7 MMT 하향했다.


시장·지표 용어 해설

원당 #11은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당(정제되지 않은 설탕) 표준 계약을, 백설탕 #5는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 설탕 계약을 의미한다. 번호(#)는 거래소가 부여한 상품 코드이며, 숫자는 해당 호(號)를 나타낸다. 또한 Center-South(남중부)는 브라질 사탕수수 주산지로, 생산량과 공급 전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자 해설·전망

최근 국제 설탕 시장은 ‘양극 시나리오’에 놓여 있다. ISO가 제시한 공급 부족 전망은 가격 상승 요인이지만, USDA·Czarnikow가 내놓은 2025/26 과잉 공급 전망은 이를 상쇄한다. 특히 브라질·인도의 기후 여건과 정부 정책(수출 규제·해제)이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국내 식품·음료 기업으로서는 환율·선물가격 헤지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다만, 단순 공급 전망 외에도 에탄올 시장, 국제 유가, 각국의 재고 정책 등 복합 요소가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 에탄올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공장들은 설탕 쿼터를 늘리고, 유가 강세로 에탄올 수요가 늘면 다시 설탕 생산 비중이 축소되는 구조다. 투자자라면 사탕수수 파생비율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2025/26 시즌에 실제로 과잉이 발생할지, ISO 추정치처럼 적자로 전환될지는 기상 조건과 정책 변수에 달려 있다. 모든 지표가 혼재한 만큼, 시장은 당분간 단기 기술적 박스권에서 방향성을 탐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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