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선물이 전일 대비 -0.30% 하락한 66.39달러에, 8월 RBOB(개솔린 혼합물) 선물이 -0.78% 내린 2.1541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달러 약세와 대(對)러시아 제재 강화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의 원유 수출 재개 전망이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우며 결국 약세로 돌아섰다.
2025년 7월 1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 재가동 타이밍을 주시하고 있다. 해당 노선은 2023년 3월 이후 중단됐으나, 바그다드 중앙정부가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일일 최대 23만 배럴이 국제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달러 약세·EU 제재 — 이중 호재에도 불구
장 시작 직후 유가는 미 달러화 약세를 배경으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 같은 날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러시아산 원유 및 정제제품에 대한 제11차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 ‘그림자 선대(Shadow Fleet)’로 불리는 선박 105척을 추가 제재 목록에 올리고, 20개 러시아 금융기관을 SWIFT망에서 차단하며, 인도 내 Rosneft PJSC 공동투자 대형 정유공장까지 블랙리스트에 포함했다.
미국 지표 호조, 수요 견조 신호
“6월 미국 주택착공 건수는 전달 대비 4.6% 증가해 132만 1,000건을 기록했으며, 건축허가 건수도 예상과 달리 0.2% 증가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는 61.8로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지표들은 미국 내 에너지 수요를 뒷받침할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됐다.
‘공급 과잉’ 경고음: OPEC+ 증산 결정
원유시장을 압박한 가장 큰 변수는 OPEC+의 증산 계획이다. 7월 5일 회의에서 OPEC+는 8월 1일부터 548,000배럴/일 추가 증산을 합의해 시장 컨센서스(411,000배럴)를 상회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필요 시 동 규모를 추가 확대할 수 있다”고 언급,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초과 생산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읽힌다.
같은 맥락에서 2026년 9월까지 누적 220만 배럴/일 감산분을 복원한다는 중장기 로드맵도 재확인됐다. 다만 블룸버그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OPEC+가 10월부터 증산 속도를 멈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4분기부터 글로벌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늘어, 2025년 4분기에는 소비량의 1.5%에 상당하는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이라 경고한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재고·선박 데이터: 단기적 ‘타이트’ vs. 중장기 ‘루즈’
시장 정보업체 Vortexa 집계에 따르면, 7월 11일 기준 7일 이상 계류한 부유식 저장 물량이 주간 4.6% 감소한 7,803만 배럴로 집계됐다. 한편 같은 주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보고서는 ▲원유 재고 -385.9만 배럴(3주 만의 감소) ▲휘발유 +339.9만 배럴 ▲디젤류 +417.3만 배럴 변화를 확인했다. 재고 수준은 각각 5년 평균 대비 원유 -8.0%, 휘발유 -0.1%, 디젤 -21.1% 낮다.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0.1% 줄어 1,337만 5,000배럴/일로, 역대 최고치(2024년 12월 둘째 주 1,363만 1,000배럴/일) 대비 소폭 낮다. Baker Hughes가 발표한 활동 중인 미국 내 원유 시추기(리그) 수는 422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전문가 시각과 시장 전망
에너지 전략가들은 EU 제재·미 지표 호조가 단기적으로는 가격 지지 요인이나, OPEC+ 증산 및 이라크·쿠르드 수출 재개가 중장기적 공급 확대를 예고하는 만큼 가격 상단이 제한적일 것이라 분석한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WTI가 60달러 중반대에서 수급 균형을 찾을 가능성”을, 다른 이들은 “만약 OPEC+가 10월부터 증산 중단을 공식화하면 70달러 선 회복도 가능하다”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다.
용어풀이·배경설명
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미국 원유 벤치마크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동부시간 기준 개솔린 선물 가격 산정에 활용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0%를 통제한다.
SWIFT는 국제은행 간 통신망으로, 금융 제재의 핵심 수단이다.
‘그림자 선대’란 러시아의 석유 수출을 위해 국적·선적을 위장한 선박들을 의미한다.
종합 평가
수급 펀더멘털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라크·쿠르드 지역 수출 재개 시점과 OPEC+의 10월 이후 행보가 향후 유가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단기적으로는 EU 제재 강화와 미국 내 재고 감소가 하방 경직성을 제공하지만, 중장기 초과 공급 위험이 지속 제기되는 만큼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