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과 RBOB 휘발유 10월물 선물이 19일(현지시간) 모두 하락 마감했다. WTI는 전장 대비 0.55달러(-0.87%) 내린 배럴당 62.75달러, RBOB 휘발유는 갤런당 0.0309달러(-1.54%) 떨어진 1.9766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1
2025년 9월 1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약세를 보인 주된 배경은 달러화 강세(달러인덱스, DXY)와 이라크·쿠르디스탄 지역 파이프라인 재가동에 따른 추가 글로벌 공급 확대 가능성이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이어지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일부 하방 압력을 상쇄했다.
■ 달러화 강세와 공급 재개 기대가 만든 하락 압력
로이터통신은 이라크 정부가 쿠르디스탄 자치정부(KRG) 석유 수출 파이프라인(일명 Ceyhan 라인)의 재가동 계획을 원칙적으로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 파이프라인이 가동되면 하루 최소 23만 배럴의 새로운 원유가 글로벌 시장에 유입될 전망이다. 이는 2023년 3월 누적관세·소송 문제로 중단된 이후 30개월 만의 재개 가능성으로, 시장에는 공급 과잉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2일 ‘2024~2026 중기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2026년 글로벌 초과 공급 규모가 하루 333만 배럴에 이를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8월 전망치보다 36만 배럴 상향된 수치로, IEA는 OPEC+의 점진적인 증산 계획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 우크라이나發 지정학 리스크가 하락세 제동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닷새 사이 살라바트·볼고그라드·키리시 정유소를 포함한 러시아 주요 정유시설과 Transneft 원유 파이프라인에 대한 드론·미사일 공격을 재차 감행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일일 정유 처리량은 9월 1~3일 기준 498만 배럴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시설들은 러시아 전체 원유 수출 물량의 80% 이상을 취급해,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정치적 압박도 연일 거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전쟁 지속에 인내심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고 밝히며, G7 동맹국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인도에 100% 관세 부과를 촉구했다. 향후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2차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물리적 공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OPEC+ 증산 로드맵·미국 재고·시추 리그 현황
OPEC+는 9월 7일 회의에서 10월부터 하루 13만7000배럴 증산을 결정했다. 이는 9월과 8월 54만7000배럴 증산 결정치보다 축소된 규모다. 또, 166만 배럴의 감산분 재가동 여부를 ‘시장 상황을 보며’ 결정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8월 OPEC 산유량은 하루 2855만 배럴로 2년 만의 최고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18일 기준)에 따르면, 9월 12일 기준 미 상업용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4.7% 낮다. 휘발유와 디스틸레이트 재고 역시 각각 1.6%, 7.4% 부족한 수준을 보였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1% 감소한 1348만2000배럴로, 2024년 12월 6일 기록한 1363만1000배럴의 사상 최대치에 근접해 있다.
미국 Baker Hughes 집계에 따르면 9월 12일 주간 기준 미 유전 시추기(리그) 수는 전주 대비 2기 증가한 416기를 기록했다. 이는 8월 1일 세웠던 4년래 최저치(410기)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지만, 2022년 12월 고점(627기)에 비해서는 34% 급감한 상태다.
■ 탱커 대기 물량 감소·부가 설명(용어풀이)
해운 분석업체 Vortexa는 9월 12일로 끝난 주에 7일 이상 정박한 채 적재된 해상 원유가 전주 대비 7.2% 줄어 6796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으로 공급 긴축 요인으로 작용하며 유가 하락폭을 일부 제한했다.
[용어 설명]
•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대표적으로 거래되는 선물지표다.
• RBOB는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을 충족하도록 산소화제를 섞기 전 상태의 휘발유를 말한다.
• DXY(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다.
• IEA는 OECD 산하 에너지 정책 협의체로, 석유 수급 전망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한다.
• OPEC+는 전통적 산유국 카르텔인 OPEC 13개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0개 비OPEC 국가로 이뤄진 협의체다.
“원유 시장은 달러화 방향성과 지정학 리스크, 그리고 OPEC+ 정책이 교차하는 다중 변수 환경에 직면해 있다. 공급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도 달러 강세와 구조적 초과 공급 가능성이 단기 약세 기조를 뚜렷하게 만드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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