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절실한 인도, 고성장 이면에 드리운 ‘고용의 그림자’

인도 경제가 세계 성장 둔화 속에서도 7%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그 화려함 뒤에는 고용 부진·소득 불평등·제조업 침체라는 구조적 약점이 감춰져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25년 9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해 중국을 앞섰고, 산업생산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인도준비은행(RBI)의 목표치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숫자 잔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인도 수출품에 대한 50% 관세와 같은 대외 충격 앞에서 얼마나 지속력을 가질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의 핵심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매년 1,200만 명에 달하는 청년층을 흡수하려면 같은 규모의 신규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공식 실업 통계는 신뢰도가 낮아 실제 미취업·불완전 고용 규모가 과소 집계됐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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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비중은 국내총생산의 16% 미만에 머물러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14년부터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구호를 외쳤지만, 생산기지를 끌어들이기보다는 정보기술(IT)·금융 같은 노동집약도가 낮은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이 편중됐다. 이를 두고 경제학자들은 ‘인구 보너스(디모그래픽 디비던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양극화 역시 심화하고 있다.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는 인도 내 소득·자산 격차가 식민지 시절 수준에 근접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억만장자는 빠르게 늘지만, 상당수 국민은 성장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야데니 리서치(Yardeni Research)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모디 정부가 대규모 해외직접투자(FDI) 유치와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이전을 과도하게 홍보하는 반면, 생산성·인적 자본 배양에는 소홀했다고 평가했다.

소비세(GST) 일부 인하, 기준금리 조정 등 ‘미세 조정’ 정책이 내수 소비를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OECD는 사회 안전망 강화·보조금 구조조정·세원 확대·여성 노동참여 제고포괄적 구조개혁 없이는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보육·교통·직장 내 보호 장치 개선이 여성 고용 확대의 열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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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무역 자유화 확대, 통관 절차 간소화, 중소기업 장기 자금 조달 개선이 민간 투자를 지탱할 방안으로 제시됐다. 인도 경제가 ‘젊은 인구·높은 저축률·낮은 부채’라는 3대 강점을 보유한 만큼, 전국민 포용적 성장으로 연결되기만 하면 잠재력은 막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구조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연 7% 성장으로는 관세 충격을 견뎌내거나 번영을 광범위하게 배분하기 어렵다. 인도가 20조 달러 경제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매크로 호조가 아닌 구조개혁이 결정할 것” — 야데니 리서치 보고서


[용어 풀이]
디모그래픽 디비던드는 경제 활동이 왕성한 청·장년층 비중이 높아 소비·저축·투자가 늘어나면서 국가 성장률이 자연스레 올라가는 현상을 뜻한다.
메이크 인 인디아는 외국 기업의 제조 공장을 인도에 유치해 일자리와 수출을 늘리겠다는 모디 정부의 정책 브랜드다.

[기자 해설]
인도의 성장 스토리는 ‘신흥국의 꿈’과 ‘고용 없는 성장’이란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준다.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여 외형을 키우는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 제조업 생태계와 사회 안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수 시장이 취약해져 외부 충격에 흔들리는 모습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고용 중심의 산업다각화와 여성 인력 활용이야말로 인도가 20조 달러 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