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e)과 메타(Meta)가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AI) 실무 규범(Code of Practice)을 둘러싸고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2025년 7월 30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EU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해당 가이드라인에 자발적으로 서명하기로 했다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이는 같은 달 메타가 혁신 저해 가능성을 이유로 서명을 거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구글은 블로그 글에서 “AI 기술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배치는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AI 도입이 2034년까지 유럽 경제에 연간 1조4천억 유로(약 1조6천2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내부 추정을 제시했다. 이번 서명은 EU 시민에게 고급 AI 도구를 적시에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EU AI Act와 실무 규범의 핵심 내용
EU 집행위원회는 EU AI Act라는 포괄적 규제법을 지난해 말 의결했으며, 이번 실무 규범은 법적 의무가 발효되기 전 기업 스스로가 투명성·안전성·보안 기준을 사전에 맞추도록 유도하는 ‘자율 규제’ 성격을 갖는다. 구체적으로는 모델 학습 데이터 출처 공개, 위험 평가 절차, 저작권 보호 조치 등이 포함돼 있다.
“승인을 늦추거나 영업기밀을 노출시키는 요구 사항은 유럽의 AI 개발과 배치를 위축시킬 수 있다.”
— 켄트 워커(Kent Walker) / 구글 글로벌 어페어즈 사장
구글은 서명 의사를 밝히면서도 위와 같은 우려를 동시에 표명했다. 특히 EU 저작권법에서 벗어난 요구나 비밀 유출 가능성이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메타의 ‘노 서명’ 배경
앞서 메타는 7월 초 “본 규범은 산업을 ‘위축(stunt)’시킬 것”이라며 서명을 거부했다. 메타 글로벌 어페어즈 책임자 조엘 캐플런(Joel Kaplan)은 링크드인 글에서 “이번 규범은 AI Act의 범위를 넘어선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두 빅테크의 대조적 선택은 AI 혁신 속도와 규제 강도 사이의 미묘한 줄다리기를 드러낸다. 구글은 ‘참여를 통한 영향력 확보’ 전략을 택한 반면, 메타는 ‘규제 선긋기’로 시장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정리
일반 목적 AI 모델(General-Purpose AI Model)은 특정 작업이 아닌 광범위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대규모 모델을 뜻한다. 예컨대 챗GPT처럼 대화·코딩·번역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 여기에 해당한다.
EU AI Act는 리스크 기반 접근법을 채택해 ‘금지·고위험·제한·최소 위험’ 네 단계로 AI 시스템을 분류한다. 고위험군에는 의료·교통·공공안전 분야가 포함되며, 해당 시스템은 엄격한 데이터 관리와 투명성 의무를 지닌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전문가들은 구글의 서명이 EU 규제 생태계의 신뢰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시행령이 확정되면 규범의 ‘자율성’이 ‘의무’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빅테크의 합류 여부가 다른 스타트업·중견 기업의 준수 여부에 직접적인 신호를 준다”며, 향후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기술 대기업들의 입장 표명도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한편,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스(Rebellions)’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최대 2억 달러(약 2,700억 원) 조달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지며, AI 생태계 전반에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EU의 규제 실험은 글로벌 AI 시장 규범 형성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구글과 메타가 보여준 ‘엇갈린’ 결단은 향후 법제화 과정과 기술 혁신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