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호주의 인도양 외곽 영토인 크리스마스섬에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올해 초 호주 국방부(Department of Defence)와 체결한 클라우드 계약 이후 구체화된 프로젝트로, 로이터가 입수한 문서와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크리스마스섬은 인도네시아 남쪽 약 350km(약 220마일)에 위치한 소규모 외딴 섬으로, 프로젝트의 구체적 규모·비용·용도 등 다수의 세부 사항은 아직 비공개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 계획은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며 안보·경제·통신 인프라를 동시에 포괄하는 전략적 성격을 갖는다. 해군 전략가와 안보 전문가들은 해당 시설이 중국의 잠수함 및 기타 해군 활동을 감시하는 인도양 전장 인식의 최전선 거점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크리스마스섬이 감시·표적식별·교전까지 이어지는 무인 체계(uncrewed systems) 운용에 최적화된 지리·통신상의 장점을 갖춘다고 봤다. 이러한 평가는 최근 호주·미국·일본 군이 참여한 테이블탑(모의) 워게임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임대·인프라 협의 진척 — 로이터가 확인한 지방회의록과 현지 관계자 발언에 따르면, 구글은 크리스마스섬 공항 인근 부지 임대를 위한 협상을 막바지에 진행 중이다. 또한 전력 수급을 위해 현지 광산업체와 별도의 합의를 모색하는 등, 데이터 허브 건설을 위한 토지·에너지 패키지를 동시에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벳(Alphabet Inc.) 산하 구글은 이번 사안에 대해 코멘트를 거부했다. 호주 국방부 역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방위 최전선으로서의 크리스마스섬
최근 진행된 호주·미국·일본 간 테이블탑 워게임에서 크리스마스섬은 호주 방어의 전방 지휘·통제 기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현지에서의 신속한 무인 무기체계 발진 능력이 강조됐다. 브라이언 클라크(Bryan Clark) 허드슨연구소(Hudson Institute) 선임연구원(전 미 해군 전략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크리스마스섬에 전방 ‘지휘·통제(command and control) 노드’를 두는 것은 중국 등과의 위기 상황에서 결정적이다. AI 기반 지휘·통제는 앞으로 필수이며, 특히 감시·표적 지정·교전까지 수행하는 무인 체계를 신뢰하려면 더더욱 그렇다.”
클라크는 또 해저 케이블이 위성 대비 더 큰 대역폭과 높은 신뢰성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 시 중국이 위성 통신 또는 스타링크(Starlink)를 적극적으로 재밍(교란)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지상·해저 기반의 초저지연 클라우드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마스섬에 데이터센터가 있다면 그 대부분을 클라우드 인프라로 처리할 수 있다.”
호주 국방부는 7월 구글과 3년짜리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 군도 최근 구글 클라우드와 유사한 협약을 발표하며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연동해 구글은 지난달 크리스마스섬과 호주 북부 도시 다윈(Darwin)을 잇는 최초의 해저 케이블 구축을 위한 호주 환경 인허가를 신청했다. 다윈에는 미 해병대가 매년 약 6개월 주둔한다.
공개 문서에 따르면, 다윈 구간의 케이블 시공은 미국 기업 서브콤(SubCom)이 맡는다. 로이터는 과거 서브콤이 미·영 연합군의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 기지를 호주-오만 간 해저 케이블에 연결했던 이력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역사회와의 공생 시나리오
스티브 페레이라(Steve Pereira) 크리스마스섬 자치구(Shire) 의장은 최종 착공 승인을 앞두고 지역사회 영향 평가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크리스마스섬은 135제곱킬로미터(52제곱마일) 크기의 섬으로, 난민 수용센터와 매년 수백만 마리의 붉은 게 이동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최근까지 통신 환경이 열악했고, 인구 1,600명이 겪는 일자리 부족은 꾸준한 과제였다.
“커뮤니티 인프라, 고용, 섬 경제적 가치에 실질적 기여를 한다면 데이터센터에 대한 지지가 있다.”
크리스마스섬 현지 소식통 2명과 한 국방 소식통은 구글에게 이 데이터센터가 상업적 이익도 크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아시아·호주 사이에 위치한 인도양의 지리적 이점과 함께 잠재적 방위 활용 가능성이 그 이유로 꼽혔다.
한편 크리스마스섬에서 진행된 또 다른 최근 워게임에서는 다윈에서 미군 하이마스(HIMARS) 고기동 로켓 체계를 신속 배치하는 훈련이 수행됐다. 이에 대해 주민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반전(反戰) 시위대는 관광 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반면, 지역 사업자들은 방위 활동 증가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는 국방의 전략 자산이다.”
“섬 내 다양한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 국방이든 구글이든, 새로운 프로젝트는 그 영향을 면밀히 고려할 것이다.”
피터 리비(Peter Leavy) 예비역 해군 준장(학생 시절 크리스마스섬 거주)은 지난해부터 호주 국방 관련 단체들을 섬으로 여러 차례 이끌고 가 지역사회 지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섬은 순다 해협·롬복 해협·말라카 해협을 최소한 모니터링하기에 아주 좋은 위치다. 정말 훌륭한 로케이션이다.”
용어·배경 해설
테이블탑 워게임은 지휘관·전략가 등이 지도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전개하는 책상 위 모의전으로, 실병력·실탄이 투입되지 않는 대신 결심·전개·지속의 전체 과정을 정밀 검증하는 도구다. 지휘·통제 노드는 분산된 전력의 상황인식과 명령 하달, 데이터 융합을 수행하는 전장 신경망의 허브를 뜻한다. 무인 체계(uncrewed systems)는 무인기·무인함·무인지상차량 등으로, 감시·정찰(SR), 표적획득(TA), 정확타격(PG) 영역에서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과 결합해 효율이 높다.
HIMARS(하이마스)는 트럭 탑재 고기동 다연장 로켓 시스템으로, 기동성·정밀타격이 강점이다. 스타링크는 위성군을 통한 광대역 통신망으로 알려져 있으나, 재밍·전파방해 상황에서는 성능 저하 가능성이 제기돼 대체 경로가 중요하다. 해저 케이블은 위성 대비 대역폭이 크고 지연이 낮아 대규모 AI 연산·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수적이다. 서브콤(SubCom)은 미국의 해저통신 케이블 전문 기업으로, 다수의 전략 구간 시공 경험을 보유한다. 디에고 가르시아는 인도양의 미·영 합동 군사기지로, 전략 보급·정찰의 핵심 거점 중 하나다.
전문적 분석: 왜 크리스마스섬인가
이번 프로젝트는 군사·상업·인프라 3요소가 맞물린다. 첫째, 인도양 교통로의 목줄인 말라카·순다·롬복 해협 인접성은 해상교통로(SLOC) 감시·잠수함 활동 탐지의 전방관측에 최적이다. 둘째, AI 데이터센터와 해저 케이블의 결합은 고대역폭·저지연 통신을 통해 무인 전력과 센서 네트워크의 동시 운용을 가능케 한다. 셋째, 지역경제 관점에서 통신 인프라 개선·일자리 창출·전력 설비 확충이 기대되며, 이는 오지(僻地)의 디지털 격차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과제가 있다. 첫째, 환경 인허가를 포함한 규제 절차는 해저 케이블과 데이터센터의 생태 영향을 다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둘째, 전력 수급을 광산업체와 연계하려는 구상은 가격·안정성·친환경성의 균형이 관건이다. 셋째, 보안 측면에서 데이터센터는 고가치 표적이 될 수 있어, 물리·사이버·신호방호의 통합 설계를 전제로 한다. 넷째, 지역사회는 관광·환경·생활과 국방·산업 간 균형점을 요구할 것이며, 투명한 정보공개·상생형 보상체계가 지지를 좌우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크리스마스섬 데이터센터는 호주의 전방 분산 지휘·통제와 클라우드 기반 AI 운용을 결속시키는 핵심 연결점이 될 잠재력이 있다. 또한 구글 입장에서는 아프리카-아시아-호주를 잇는 인도양의 대륙간 트래픽 허브를 구축하는 상업적 기회를 함께 품는다. 현재는 토지임대·전력계약·환경 인허가 등 실무 협의가 분수령이며, 주민과의 신뢰 형성, 장기 운영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