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카이로스 파워, 2030년까지 TVA 전력망에 50MW급 첨단 소형원전 구축

알파벳 산하 구글(Google)과 미국 원전 스타트업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2030년까지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VA) 전력망에 연결되는 차세대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허미스-2(Hermes 2)’를 건설·가동하기로 합의했다.

2025년 8월 1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와 TVA는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소비자가 초기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구조를 마련했으며, 이는 미국 내 최초로 첨단 소형원자로에 대해 체결된 PPA다.

협약에 따라 TVA는 허미스-2가 생산하는 최대 50메가와트(MW)의 전력을 구매한다. 이는 약 3만 6,000가구가 소비하는 전력량에 해당하며, 구글의 테네시주 몽고메리 카운티앨라배마주 잭슨 카운티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당할 예정이다.

“소비자는 비용 부담 없이, 기업은 혁신 리스크 부담”

TVA의 돈 몰(Don Moul) 최고경영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비자가 초도 설비 비용과 위험을 떠안지 않도록 하는 해법을 찾았으며, 동시에 카이로스 같은 혁신 기업과 구글 같은 선도 기업이 시장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카이로스와 구글은 건설·시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무적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한다. TVA는 장기 PPA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revenue stream)을 제공함으로써 원전 가동을 지원한다.

규제 허가 현황과 향후 일정

허미스-2는 2024년 11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건설허가(construction permit)를 취득했다. 발전개시 전에 필수적인 운전면허(operating license)를 추가로 신청·승인받아야 하며, 정상 일정대로 진행되면 2030년 테네시주 오크리지(Oak Ridge)에서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

TVA는 CNBC 질의에 대해 “전력 구매 단가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고, 카이로스 역시 설비 총사업비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美 대형원전 건설 난항…SMR이 해법 될까

미국은 막대한 예산 초과(cost overrun)공기 지연(schedule delay) 문제로 신규 대형원전 건설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최근 가동에 들어간 조지아주 보글(Plant Vogtle) 3·4호기만 해도 예상 비용보다 180억 달러가 초과됐고, 일정은 7년이나 지연됐다.

카이로스 같은 스타트업은 소형·표준화 설계를 통한 ‘빠르고 저렴한 건설’을 내세우며 새로운 원전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초기 단가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미국 내 전통 전력사들은 대규모 투자를 망설여 왔다.

빅테크의 ‘탄소 없는 전력’ 수요

반면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확장으로 급증한 전력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탄소중립 목표를 지키기 위해 원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글은 카이로스에 2035년까지 500MW 규모 원자로를 추가 주문해둔 상태다.

구글 데이터센터 에너지 총괄 아만다 피터슨 코리오(Amanda Peterson Corio)는 CNBC에 “작은 규모의 데모를 대규모 상용 사업으로 확장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허미스-2 프로젝트가 바로 그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카이로스 최고경영자 마이크 라우퍼(Mike Laufer)는 “허미스-2를 통해 표준화된 노형(reactor design) 확보공급망 체계 구축이 가능해지며, 향후 동일 부지에 다수 원자로를 연속 배치해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액체염 냉각’ 기술로 안전성·경제성 제고

허미스-2는 기존 가압경수형 원전과 달리 액체염(liquid salt)을 냉각재로 사용한다. 이로 인해 거의 대기압 수준에서 운전이 가능하므로 고가의 두꺼운 압력용기가 필요 없고, 재료비 절감안전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출력은 50MW로 기존 미국 상업용 원전 평균(약 1,000MW)의 5% 수준이지만, 상용 확대 시 75MW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규모가 작아 부지 제약이 적고, 단계별 증설이 쉽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원전은 오크리지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인근에 들어선다. 오크리지는 세계 2차대전 맨해튼 프로젝트 시기부터 핵 연구의 중심지로 기능해온 지역으로, TVA 본연의 공공 인프라와 연구 역량을 모두 갖춘 ‘원전 혁신 허브’로 평가된다.

라우퍼 CEO는 “이번 프로젝트는 동(東)테네시를 첨단 원전 건설·운영의 지역 거점(regional hub)으로 만들 것이며, 그 효과는 미국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배경 정리

SMR(Small Modular Reactor):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 후 현장 조립해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인다.
액체염 원자로: 고체 연료를 사용하되, 냉각재로 기체나 물 대신 600℃ 이상에서도 끓지 않는 염(鹽) 용융체를 사용해 높은 열효율과 저압 운전을 달성한다.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일정 기간 발전사업자에게서 전력을 구매하기로 약정하는 계약. 발전소 자금조달에 핵심.


기자 전문 분석

이번 협력 모델은 민간 빅테크 + 원전 스타트업 + 공기업이라는 삼각 구도로, 전통 전력산업이 직면한 자본·규제 리스크를 분산하는 새로운 투자·운영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탄소중립 압박이라는 이중 과제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ICT 업계에도 공통 이슈인 만큼, 차세대 SMR 투자는 중장기적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초기 단가, 사용후핵연료 관리, 공급망 안정화 등 해결 과제도 적지 않아, 향후 허미스-2 실증 결과가 세계 원전 산업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