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파도’가 키운 재고 리스크, 그리고 장기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
글·데이터 분석│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 | 2025-09-05
1. 서론 — 단순 ‘물류 뉴스’로 끝나지 않을 이유
8월 말부터 월가 데스크를 달궜던 이슈는 의외로 “연말 재고, 관세, 물류지표 변색”이었다. 미·중 관세율 재인상(평균 34%)과 물류관리지수(LMI) 급등락은 어느새 한 줄짜리 뉴스 테이프를 넘어, ‘장기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격상됐다. 한마디로 “재고=현금”이라는 소매업계 속설이 거시경제의 역설적 버퍼이자 폭탄이 됐다는 뜻이다.
본 칼럼은 ①관세·재고·창고·운임 데이터를 종합 정밀분석하고 ②연준·의회·기업 전략 변수를 교차 검토하며 ③5년 중장기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2. 관세·재고 ‘팩트체크’ — 숫자가 말하는 현실
2-1. 관세 스케줄 요약
시행일 | 품목군 | 기존 관세 | 2025 재인상률 | 적용 후 평균 |
---|---|---|---|---|
2025-05-15 | 기계·전자·완구 | 15% | +19 %p | 34% |
2025-07-01 | 섬유·의류 | 12% | +18 %p | 30% |
2025-09-01 | 가전·생활소비재 | 18% | +16 %p | 34% |
2-2. LMI 세부 지수(8월)
- 재고비용 지수 : 78.1 (대형 72.2 vs 중소 83.7)
- 창고가격 지수 : 74.4 — 3개월 연속 60대→70대 재진입
- 운송가격 지수 : 61.8 → 57.3 (‘골든위크’ 선적 실종 여파)
즉, “눈에 안 띄던 인플레 압력 세포”가 창고와 인보이스에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은 데이터로 이미 확인됐다.
3. 기업 현장 — ‘재고 디에징(De-Aging)’ vs ‘재고 다이어트’
3-1. 월마트·타깃: 선·확·할 전략
대형 리테일러는 세 단계를 돌린다.
- 선(先)발주 : 관세 부과 전 6~8개월 선적.
- 확(確)실한 SKU 중심 : 회전율 상위 20%가 전체 매출 80%를 차지.
- 할(割)포지셔닝 : 저마진·고부피 상품은 아예 발주 중단.
3-2. 중소 소매업: 재고 ‘고금리화’ 직격
중소업체는 관세 후 선적→L/C 금리 7%대 인상→창고료 급등의 삼중고에 직면했다. 재고 회전율이 1분기 평균 3.4회에서 2분기 2.7회로 주저앉았고, 이는 현금흐름 악화→채산성 악화 루프를 예고한다.
4. 거시 레벨 시나리오 — ‘재고-관세-임금’ 3중 나선
시나리오 맵
구분 | 2025-2026 | 2027-2029 | ||
---|---|---|---|---|
물가(PCE) | GDP | 물가 | GDP | |
Base(55%) | 3.0%→2.6% | 1.5%→1.8% | 2.4% 안착 | 1.6% 정체 |
Stagflation(30%) | 3.5% 고착 | 0.8% | 3.2% | 0.5% |
Soft-Landing(15%) | 2.7%→2.2% | 2.0%→2.4% | 2.0% | 2.3% |
포인트는 재고가격 인상분이 2026년 중 소비자물가(PCE)에 완만히 전이되면 연준이 목표 2%를 방어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5. 연준 정책 경로 — ‘타깃 물가’가 아닌 ‘타깃 재고’의 시대
파월 의장은 8월 잭슨홀에서 “재고·공급망 지표를 통화정책 점검 팩터로 격상”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Inventory Condition-Adjusted Taylor Rule이라 명명하면 공식은 아래와 같다.
i = r* + π + 0.5(π − π*) + 0.5(y − y*) + β(Inv Index − Inv*)
β 값(재고 편차 계수)이 0.15만 돼도, 물가·산출갭이 같을 때 기준금리는 25~37.5bp 높아진다. 즉, “재고가 쌓이면 금리를 내려야”라는 전통 논리가 관세 시계에서는 거꾸로 작동할 수 있다.
6. 자산시장 파급 — 인플레 포비아 vs 침체 포비아
6-1. 채권
- 10년물 T-Note 요인 분해 : Real Rate ↑ + Breakeven Inflation ↑
- BEI 2y/10y 스프레드 : -28bp → +5bp(6개월) — 인플레 리프라이싱 시동
6-2. 주식
소비재·리테일 섹터 ‘마진 리세션’ 우려
물가 방어력이 높은 에너지·헬스케어·유틸리티 배당주 상대강도 지표(RS) 반등.
6-3. 원자재·달러
달러 DXY 고공 행진 지속 시 수입물가 재차 압박.
동시에 구리·니켈 재고는 20년 내 최저, 제2차 ‘슈퍼사이클’을 방아쇠 당길 위험.
7. 투자 인사이트 — ‘재고 서프라이즈’를 헤지하는 3단 계단
① 에쿼티 : 인플레 방어 배당 바스켓
- 배당 성장률 ≥ CPI + 150bp
- 순부채/EBITDA 4배 미만
- 필수소비재·에너지 효율 테마
② 채권 : 변동금리·단기 TIPS 바구니
Breakeven 2y > 3% 지속 시 실질수익 방어력 우위.
③ 실물·대체자산 : 물류 리츠(창고) + 농산물 ETF
창고 리츠는 임차료 CPI 연동·pass-through 조항 보유.
8. 결론 — “인플레는 이미 창고 안에서 숙성 중”
대형 소매업체의 ‘선·확·할’ 재고 전략은 물가 전이 시계를 늦출 뿐 멈추지 않는다. 2026년 이후 관세+재고 가격 압력이 기저효과 장막을 걷어내면, 연준과 시장은 “피벗의 逆피벗”이라는 또 다른 난제를 맞닥뜨릴 전망이다.
투자자는 단일 고용·물가 헤드라인만 좇기보다, 재고 트렌드·창고료·운송예약 데이터까지 정교하게 대입한 멀티 팩터 리스크 맵을 구축해야 한다. “인플레는 이미 창고 안에서 숙성 중”이라는 사실을 잊는 순간,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의 데자뷔가 발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