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공격적 관세 정책의 직·간접 경제적 충격이 현재까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 상승 압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영국계 경제연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관세 효과가 소비자물가에 점진적으로 전이(pass-through)되면서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시몬 맥애덤(Simon MacAdam)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총괄 집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상호주의(Reciprocal) 관세’가 결국 소비자 가격을 밀어 올리고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주 발표된 공식 물가 지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미온적임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소비자 단계로의 전가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고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진단했다. 기업들이 부과된 비용을 흡수하면서 소비자 가격을 동결해 왔지만, 이는 결국 재무구조를 압박해 가격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7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낮았던 배경으로 ▶관세 시행 직전 기업들이 재고를 ‘미리 쌓아두기(Front-loading)’ 위해 대규모 주문을 집행했다는 점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업체들이 원가 상승분을 마진 축소로 흡수했다는 점을 언급한다. 즉, 재고를 축소하는 기간에는 공급 압력이 완충 작용을 하고, 그다음 단계에서야 가격 인상이 시작된다는 논리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미국 소매업체들은 초기 충격을 마진 절하로 버텼으나, 이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이제 대다수 무역협상이 일단락됨에 따라 관세 상단이 어느 정도 고착됐고, retailers가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의 평균 관세율을 17%(추정치)로 제시했다. 이는 이달 초 발효된 ‘상호주의 관세’ 인상분을 반영한 숫자다. 또한 백악관이 반도체·제약 등 첨단·고부가가치 품목에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평균 관세율이 더 높은 구간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용어 해설 – 핵심물가(Core Inflation)
‘핵심물가’는 식료품·에너지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하고 산정한 물가지표다. 일시적 요인을 배제함으로써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를 보여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판단 척도로 활용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관세 인상과 이민 규제를 결합한 백악관의 정책 패키지가 노동공급 축소와 생산비용 상승이라는 이중 효과를 발생시켜 핵심물가가 2026년까지 3% 이상에서 고착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예상은 연준의 2%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정책 스탠스에 중대한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맥애덤은 “물가가 3%대를 유지한다면 연준이 완화적 기조로 돌아서기 어렵다”면서, “채권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조정” 리스크를 경고했다. 이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헤지전략 재점검을 촉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를 두고 “관세-인플레이션 연쇄 고리”에 대한 경각심을 재확인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한편, 실제 관세 효과가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날지는 추후 공개될 소매·생산자물가지수(PPI)와 기업 실적 컨퍼런스콜 등에서 추가로 검증될 전망이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관세 정책이 단순히 무역수지 개선 목적을 넘어선 정치·전략적 레버리지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조합이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연준이 긴축적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병행할 유혹을 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재정-통화 동시긴축’ 또는 ‘정책 파열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전망은 관세와 이민 규제 등 구조적 요인이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고착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과 투자자, 정책당국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 비용 구조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