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 시장이 공급 부족 우려로 급반등했다. 9일(현지시간) ICE 선물시장에서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전장 대비 11.55센트(+3.88%) 오른 파운드당 3주 최고가에 마감했고, 같은 달 로부스타 커피(RMU25)도 143달러(+4.18%) 상승하며 랠리를 이어갔다.
2025년 8월 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무역부가 발표한 7월 원두(볶지 않은 커피) 수출량이 전년 동월 대비 20.4% 감소한 16만1,000t에 그친 사실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같은 날 ICE가 모니터링하는 아라비카 원두 재고는 14.5개월 만의 최저치인 73만8,095포대(60㎏ 기준)로 집계돼 공급 압박을 부각시켰다.
반면, ICE 로부스타 재고는 지난주 월요일 7,029로트로 1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해 로부스타 가격에 일정 부분 하방압력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브라질 헤알화(BRL)가 1개월 최고치로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대비 실질 수익이 줄어든 브라질 생산자들이 수출을 주저하게 된 점이 가격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미·브라질 관세 변수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브라질산 커피를 50% 관세 대상에서 면제하지 않은 상태”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대(對)브라질 관세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가 유지되면 브라질산 커피의 미국 수출이 감소하고, 그만큼 브라질 내 재고가 늘어 국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생산 동향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산지 미나스 제라이스 주의 강수량은 8월 2일 주간 기준 2.7㎜로, 평년의 31%에 그쳤다. 건조한 날씨는 생육 스트레스를 유발해 생산 감소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다만 수확 진행률은 빠른 편이다. 브라질 곡물 컨설팅업체 사프라스&메르카두에 따르면 8월 6일 기준 2025/26년산 커피 수확은 94% 완료됐다. 로부스타는 99%, 아라비카는 91% 진척률을 보였다. 브라질 최대 협동조합인 코옥스페(Cooxupé)도 8월 1일 회원사 수확률이 74%라고 밝혔다.
국제커피기구(ICO)는 6월 세계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7.3% 증가한 1,169만 포대라고 발표했다. 2024/25 회계연도(10월~6월) 누적 수출은 1억 414만 포대로 0.2% 감소에 그쳤다.
아라비카·로부스타란?
아라비카(Arabica)는 풍미가 섬세하고 카페인 함량이 낮아 프리미엄 원두로 평가받는다. 로부스타(Robusta)는 강한 쓴맛과 높은 카페인이 특징으로, 인스턴트 커피나 에스프레소 블렌딩에 주로 사용된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생산국은 브라질,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은 베트남이다.
베트남·브라질 생산 전망
2023/24 crop년 베트남산 커피 생산량은 극심한 가뭄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한 147만t에 그치며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통계청은 2024년 수출을 17.1% 감소한 135만t로 집계했다. 그러나 올해 1~7월 수출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105만t을 기록해 생산 회복 기대를 키웠다.
미 농무부(USDA) 산하 해외농업서비스국(FAS)은 6월 25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커피 생산이 2.5% 증가한 1억 7,868만 포대로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라비카는 1.7% 줄어든 9,702만 포대, 로부스타는 7.9% 늘어난 8,165만 포대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세계 최종 재고는 2,282만 포대로 4.9% 확대될 것으로 봤다.
트레이더들이 주목하는 커피 브로커 볼카페(Volcafe)는 2025/26년 아라비카 시장이 850만 포대 규모의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며, 5년 연속 적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흐름 및 시장 심리
지난 3개월 동안 아라비카 선물은 8개월 저점, 로부스타는 1년 3개월 만의 저점을 기록할 만큼 하락 압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브라질 수출 감소·재고 축소·헤알화 강세라는 세 가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기 상승 모멘텀을 회복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관세 정책, 브라질 기상 여건, 베트남 수확량 전망이 당분간 가격 방향성을 좌우할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브라질산에 대한 50%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원두 흐름이 재편돼 아시아 및 유럽 로스터들의 조달 전략에도 적잖은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발표될 브라질 8월 강수 전망, 미 FOMC 이후 달러 인덱스 흐름, 그리고 40/80월 스프레드(아라비카·로부스타 가격차) 등을 핵심 체크포인트로 꼽고 있다.
한편, 본 기사에 언급된 선물·옵션 가격은 투자 참고 자료이며, 투자 손실은 투자자 본인 책임임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