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국제 유가가 공급 과잉(오버서플라이)과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에 밀려 하락세를 보였다.
2025년 8월 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1.06(−1.57%) 내린 배럴당 $66.27에 거래됐다.
전날 OPEC+* 동맹은 7월 목표치 41만1,000배럴(bpd)에 더해 8월 54만8,000배럴, 9월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 결정은 시장에 공급 과잉 공포를 확산시키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OPEC+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를 가리킨다. 팬데믹 이후 유가 부양을 위해 감산해 왔으나, 최근 수요 회복세에 따라 단계적 증산으로 돌아섰다.
한편, 미국발 관세 공세가 장기화되면서 교역량 감소→에너지 소비 둔화→유가 하락이라는 ‘부정적 연쇄고리’가 우려된다. 8월 1일 이후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들은 대규모 관세에 직면해 있으며, 8월 7일 발효를 앞둔 추가 관세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주(8월 1일)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7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7만3,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11만5,000명)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고용 부진은 연준의 9월·12월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우며, 글로벌 경기 전망을 한층 흐리게 만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 하루 만에 통계국(BLS) 국장을 전격 해임하며 “고용 통계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행정부의 데이터 정치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같은 날 美 상무부는 6월 공장재 수주가 전월 대비 −4.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5월 +8.3% 수정치). 이는 시장 예상치(−4.9%)와 유사한 수치로, 제조업 둔화 신호를 재확인했다.
대외 변수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미 행정부는 최근 베네수엘라 내 셰브런(Chevron)에 대해 제재 면제조치를 부여해 추가 원유 생산을 허용했다. 이는 공급 확대 요인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3년 이상 전쟁’을 10~12일 내 종식하지 않을 경우, 고율 관세와 2차 제재(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국에 대한 벌칙)로 압박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도·중국을 지목하며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경우 인도 수출품에 ‘대폭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7월 18일 EU는 러시아에 대한 18차 제재 패키지를 발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60→약 $47로 낮추는 안을 담았다. 러시아 정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철군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상징적 수준의 관세 인상이라도 제3국 금융·보험사를 위축시켜 할인 물량 확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트럼프–푸틴 간 긴장이 단기적으로 유가 하단을 방어하는 변수”라고 평가한다.
용어 정리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국제 유가의 대표 지표다.
배럴(barrel)은 원유 거래 단위(1배럴≈159ℓ)로, 일일 생산량·소비량을 나타낼 때 ‘bpd(배럴 퍼 데이)’를 쓴다.
결과적으로 OPEC+의 증산 발표, 글로벌 관세 분쟁, 미 국내 경기 둔화 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가 하방 압력이 강화됐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충 역할을 하면서 급락을 제한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주간 WTI 65달러선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투자자들은 8월 7일 美 대규모 관세 발효, 9월 FOMC 회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추가 제재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