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월스트리트에서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그룹(Goldman Sachs Group Inc.)이 미국 구리(Copper) 시장 전망을 놓고 중대한 실책을 범했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상품(Commodity) 영업팀은 8월 1일(화) 헤지펀드 고객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 수입에 50%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과 함께, 단기 만기 콜옵션1 매수를 권고했다. 회사는 해당 옵션이 미국 내 구리 가격이 11% 상승할 경우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8월 2일(수)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는 제한적 관세만을 발표했고 시장 주력 품목인 링키지(고정형) 구리를 전면 면제했다. 발표 직후 뉴욕상품거래소(COMEX) 구리 가격은 22% 폭락했다. 1988년 이후 집계된 데이터 가운데 두 배에 달하는 기록적 낙폭이었다.
장 마감 후 골드만삭스 상품 영업팀은 고객들에게 메일을 보내
“No copper tariff. Mea Culpa.”
라며 실수를 공식 인정했다. “Mea Culpa”는 라틴어로 “나의 과오”를 뜻한다.
손실 규모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복수의 소식통은 “여러 헤지펀드와 은행 트레이딩 데스크가 수백만 달러 상당의 일일 손실(Daily Loss)을 입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골드만삭스 자체 운용 부서도 포함됐다.
용어 설명
1콜옵션(Call Option)은 미리 정해진 가격(행사가격)으로 미래 특정 시점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자산 가격이 상승할수록 옵션 가치가 급등하므로,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Premium)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전문가 시각과 파장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투자은행 리서치와 트레이딩 부서 간 정보 단절”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한다. 월가의 한 상품 헤드 트레이더는 “화이트하우스 정책은 정치 변수에 민감해 예측 자체가 어렵다”며 “리스크 관리 없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취한 것이 손실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도 관세 정책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온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관세 부과 폭이 극히 제한적이었고, 특히 시장 유동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태의 구리가 면제 대상이 되면서 시장 충격이 극대화됐다.
향후 전망
상품 시장 데이터 업체 CRU그룹에 따르면, 미국 내 구리 현물 재고는 최근 5년 평균 대비 30% 이상 낮아 공급 불안이 잠재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격 폭락으로 단기 모멘텀이 약화돼, 일부 투자은행은 3개월 목표가를 파운드(lb)당 4.60달러→4.20달러로 하향했다.
반면, 구리의 장기 수요를 견인할 전기차(EV),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 흐름은 유효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씨티(Citi)는 “유가급등·친환경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가격이 재차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업계 내부통제 논란
금융 규제 전문가들은 “투자권유 과정의 가정(Assumption)과 근거를 고객에게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골드만삭스가 내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세 부과 가능성을 과대평가했다면, 책임 소재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현재 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나, 일부 헤지펀드는 사전 정보 공유 여부를 문제 삼아 법적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론
이번 사례는 정책 리스크 분석의 어려움과 함께 투자은행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변동성 위험을 여실히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옵션 거래 전 민감도 분석(Greeks)과 최대 손실(Stop Loss) 한도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 발표 전 밀착된 헤지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