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JP모건 출신 전 임원, 온라인 카지노 자금으로 투자금 400만 달러 탕진 혐의로 기소

뉴욕 남부지검이 전 골드만 삭스와 JP모건 체이스 임원이던 리처드 킴(39)을 증권사기(securities fraud)전신사기(wire fraud) 혐의로 기소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스타트업 ‘제로 엣지(Zero Edge)’ 설립 과정에서 모금한 약 430만 달러 가운데 380만 달러 이상을 개인 계좌로 빼돌려 암호화폐 레버리지 거래와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5년 8월 1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킴은 해당 자금을 카지노 사이트 ‘Shuffle’에서 베팅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대부분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체포 직후 FBI에 “처음부터 명백히 잘못된 일임을 알았다”며 “전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진술했다.

Richard Kim Getty Image

투자 손실을 본 곳에는 지난 6년간 그가 몸담았던 벤처펀드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도 포함된다. 갤럭시 측은 “킴이 2024년 3월 회사를 떠나 제로 엣지를 창업했으며, 당사는 소액을 투자했을 뿐”이라며 “그의 문제 행위를 인지하자 즉시 수사 당국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 제로 엣지의 탄생과 급속한 몰락

킴은 2024년 3월 갤럭시 디지털을 퇴사한 뒤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게임 앱 개발을 표방하는 제로 엣지를 설립했다. 같은 해 6월 시드라운드에서 430만 달러를 조달했지만,

레버리지 거래 손실로 회사 자금 367만 달러를 잃었다”는 이메일

을 2024년 6월 29일 투자자들에게 발송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실제로는 ‘재무 관리 전략(treasury management strategy)’ 실패가 아니라 개인 도박으로 돈을 탕진했음에도 이를 숨겼다. 제로 엣지는 2024년 12월 자진 청산 절차에 돌입했고, 케이맨제도주1에 등록된 법인은 현재도 청산 중이다.

주1 케이맨제도는 외국계 기업이 세제·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흔히 택하는 조세 특례 지역(offshore)이란 점에서, 초기 스타트업이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 체포 및 법적 진행 상황

킴은 2025년 4월 15일 형사고발장이 접수된 직후 뉴욕 맨해튼에서 체포됐으며, 같은 날 25만 달러 보석금을 내고 일시 석방됐다. 기소 전 피의자 신문 절차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합의 가능성을 놓고 논의했으나, 8월 12일 기소장 공개로 미합의가 확정됐다.

그는 2024년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자진 신고서주2를 제출, “심각한 도박 중독으로 투자금을 잃었으나 사기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2 SEC 자진 신고(whistleblower self-report)는 처벌 감경을 노리고 본인이 위법 사실을 먼저 알리는 제도지만, 고의성이 명백할 경우 효력이 제한적이다.


● 킴의 커리어와 업계 반응

킴은 골드만 삭스에서 글로벌 외환·이머징마켓 트레이딩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고, JP모건에서도 동종 부서를 이끌었다. 2018년 봄 월가를 떠나 암호화폐 투자사 갤럭시 디지털에 합류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았으나, 이번 사건으로 경력이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맨해튼 연방검사 제이 클레이턴은 성명에서 “그가 ‘더 나은 카지노’를 만들겠다며 모은 자금을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카지노 도박에 탕진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 측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 용어 풀이 및 제도적 배경

증권사기(securities fraud)는 투자자를 속여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로, 허위·과장된 정보 제공이나 자금 유용 등이 포함된다. 전신사기(wire fraud)는 전화·인터넷·전자메일 등을 통해 사기를 벌일 때 적용되는 연방법 위반이다. 두 혐의는 각각 최대 20년형이 가능해, 유죄 확정 시 킴에게 수십 년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기자 분석

이번 사건은 ‘웹3(블록체인 기반 인터넷 산업)’‘암호화폐 투자 붐’을 배경으로 한 투자 시장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규제 사각지대를 노린 창업자가 자금을 손쉽게 모은 뒤, 자율 규제나 내부 통제 장치 없이 자금을 운용한 결과가 참담한 손실로 귀결됐다. 무엇보다 전통 금융권 출신의 ‘화려한 이력’이 투자자 신뢰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인력 검증 절차의 객관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도박 중독은 행동 중독(behavioral addiction)으로 분류돼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임원급 인재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는 이런 요소가 종종 간과된다. 글쓴이의 견해로는, 향후 벤처캐피털과 시드 투자 단계에서 창업자의 개인 금융·행동 패턴을 면밀히 심사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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