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Investing.com] ― 미국 증시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노동시장의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고객에게 발송한 보고서에서 “주가가 기록적 고점을 형성하는 모습은 완만한 경기 둔화를 선반영한 뒤, 2026년부터의 경기 재가속을 미리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여러 지표가 미국 고용시장의 유의미한 약세 징후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이를 ‘일시적 마찰’로 해석하며 리스크 자산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들은 “고용 둔화는 연준(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을 앞당길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를 발표한 직후 S&P500 지수는 한 차례 조정을 경험했지만, 이후 약 32% 반등하며 21회의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빈번한 기록 경신 사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연달아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호황을 누리는 주가’와 ‘약화되는 고용지표’ 간 괴리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골드만삭스 리서치 총괄 데이비드 코스틴이 이끄는 팀은 “노동시장이 냉각되면 임금 상승 압력이 완화돼 기업 이익이 방어력을 갖는다는 점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냉각은 이번 주 연준 금리 결정에 있어 관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코스틴 팀의 진단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Watch Tool에 따르면, 시장은 25bp(basis points, 1bp=0.01%p) 인하 가능성을 약 95%로, 50bp 인하 가능성을 약 5%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노동비용 상승률이 100bp 변동할 때,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평균 0.7%포인트 변동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특히 노동집약적 구조이면서 인공지능(AI) 투자를 병행하고, 영업마진이 낮은 기업일수록 비용절감 효과를 크게 누릴 가능성이 크다.
대표 종목으로는 악센츄어(Accenture), 에이온(Aon), 브라운 앤 브라운(Brown & Brown), 달러트리(Dollar Tree), EPAM 시스템즈, 마시앤드맥레넌(Marsh & McLennan),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 등이 언급됐다. 해당 종목들은 인공지능 도입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임금 상승 압력이 둔화될 경우 추가적인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용어 해설
· FedWatch Tool: CME그룹이 제공하는 파생상품 가격을 기반으로 연준의 향후 금리 결정 확률을 실시간 산출하는 서비스다.
· bp(베이시스포인트): 금리·수익률 변동 폭을 나타내는 최소 단위로, 1bp = 0.01%p에 해당한다.
· 상호주의 관세: 무역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동일하게 되갚는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논리다.
전문가 관점
본지 취재진이 종합한 바에 따르면, 주가·금리·노동시장 세 변수가 맞물리는 ‘골디락스(적당히 따뜻한 경기 국면)’ 재현 시나리오가 시장 심리에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임시 해석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3분기부터 고용지표가 다시 호전되지 않는다면, 이른바 ‘수요둔화’가 본격화해 실적 모멘텀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월가 브로커리지 하우스들의 중론이다.
또한,장기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경우,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압박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투자자들이 감안해야 할 리스크다.
요약하면, 시장은 ‘노동시장 일시 냉각 → 연준 완화 전환 → 비용 절감 → 이익 증가’라는 낙관적 선형 논리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지표 반등 시기가 지연될 경우, 스스로 구축한 낙관의 사다리가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와 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