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9일(현지시간) 기업 실적 호조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 기대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했다. S&P500 지수($SPX)는 0.78% 오르며 1주일 만에 최고치를 회복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OWI)는 0.47%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IUXX)는 0.95% 급등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9월물 E-미니 S&P500 선물(ESU25)은 0.84%, E-미니 나스닥 선물(NQU25)은 1.05% 각각 상승 마감했다.
2025년 8월 10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완화 가능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뉴스에 반응하며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가 헤르손·자포리자 방면 공세 중단을 조건으로 도네츠크·루한스크(동부 도네츠크주 전체)와 크림반도 편입을 요구했다는 블룸버그 보도는 시장에 ‘휴전 로드맵’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안을 물밑에서 조율 중”이라는 블룸버그 보도가 전해진 이후 위험선호가 한층 강화됐다.
장 초반부터 돋보인 종목은 실적이 뒷받침됐다. 몬스터 베버리지(+6% 이상)는 2분기 EPS(주당순이익)가 예상치를 웃돌았고, 익스피디아 그룹도 실적 서프라이즈와 연간 가이던스 상향으로 3% 이상 올랐다. 반면 트레이드 데스크는 ‘실망스러운 가이던스’라는 분석 속에 38% 급락했고,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역시 설비투자 축소 소식으로 5% 넘게 하락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는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혀 다소 매파적(긴축 선호) 메시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미 경제지표 둔화와 최근 백악관·Fed 인사들의 온건 발언이 겹치며 시장은 9월 FOMC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0%로 반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올해 말까지 연준 이사 대행으로 지명했다. 시장은 미란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 지지 성향이라며 추가 완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관세 이슈 확산
트럼프 행정부는 6일 반도체 수입 관세를 10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단, 미국 내 생산 계획을 제시하는 기업은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 전자제품에 별도의 부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인도에 대한 관세도 기존 25%에서 50%로 올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예고된 조치가 모두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은 2024년 2.3%에서 15.2%까지 상승한다”고 추산했다.
금리·채권 시장
9월물 10년 만기 미국 국채선물(ZNU25)은 8.5틱 하락했고, 10년물 금리는 3.5bp 오른 4.285%를 기록했다. 주식 강세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감소와 10년 기대인플레이션(B/E 레이트) 1주 최고치(2.417%)가 채권 약세를 이끌었다. 유럽에서도 10년물 독일 국채금리가 6bp 오른 2.690%, 영국 길트금리가 5.4bp 상승한 4.601%를 기록했다.
스왑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11일 회의에서 25bp 인하할 가능성을 9%로 본다.
2분기 실적 스코어카드
바차트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82%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그중 82%가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전체 EPS는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해 4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 시즌 시작 전 전망치(+2.8%)를 크게 능가했다.
해외 증시
같은 날 유로 Stoxx 50은 0.29% 상승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12% 하락했다. 일본 니케이225는 1.85% 올라 2주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목별 움직임
길리어드 사이언스(+8% 이상)는 2분기 제품 매출 70억5000만 달러로 컨센서스(69억4000만 달러)를 웃돌고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상향했다. 젠 디지털, 몬스터 베버리지, 애플(3거래일간 12% 랠리), 익스피디아, 리브 네이션 등이 3% 이상 오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트레이드 데스크(-38%), 스위트그린(-22%), 트윌리오(-19%), 굿이어 타이어(-18%), 고대디(-11%), 핀터레스트(-10%),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6%) 등은 실적 우려로 급락했다.
향후 일정
11일에는 AAON, AST 스페이스모바일, 셀라네즈, 랠리언트, 로이반트 사이언스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 용어 풀이
E-미니 선물은 CME가 소액 투자자를 위해 출시한 소형 주가지수 선물로, 거래 단위가 표준계약의 5분의 1 수준이다.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ed의 핵심 기구다.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B/E)은 명목채와 물가연동채(TIPS) 간 금리 차이를 의미하며, 향후 10년 시장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로 활용된다.
기자의 시각
이번 주식시장 랠리는 실적 모멘텀이 주도했고, 지정학·정책 변수는 ‘촉매’ 역할을 했다. 그러나 관세 인상·Fed 인사 교체 등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브레이크이븐 레이트가 반등하고 있다는 점은 채권 투자자에게 경고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9월 FOMC 결과가 위험자산 방향성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본 기사에서 언급된 종목·지수에 대한 투자 판단은 독자 각자의 책임이며, 바차트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