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실 수요 부진 속 머크, 연 30억 달러 절감 목표로 대규모 인력·비용 감축 단행

뉴욕 ─ 머크(Merck & Co.)가다실(Gardasil) 백신의 중국 내 수요 둔화가 장기화되자 연간 30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과 자산 효율화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데 따른 조치다. 회사는 올해 1월 중국으로의 가다실 공급을 중단한 이후 재개 시점을 최소 연말 이후로 또다시 늦추면서, 주가가 프리마켓에서 4% 넘게 하락했다.

가다실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해 유발되는 자궁경부암 등 각종 암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와 함께 머크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수요 약화가 이어지면서 회사 수익 구조에 적신호가 켜졌다.

버너드 스타인(Bernstein)의 애널리스트 코트니 브린은 “가다실 문제는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경영진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감축 내용과 재무 목표

머크는 연간 17억 달러1 연구개발(R&D), 영업 및 관리 부문 인력 감축을 통해 절감하고, 나머지 비용은 글로벌 부동산 축소, 제조 네트워크 최적화 등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2027년 말까지 전체 30억 달러 절감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관세 관련 비용 전망은 2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잠재적 추가 정부 조치가 있을 경우 변동될 수 있다. 브린 애널리스트는 “초기 조치가 긍정적이지만, 2030년 이후를 대비하려면 더욱 과감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2분기 실적 세부 분석

2분기 키트루다 매출은 7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해 시장 전망치(79억 달러)를 웃돌았다. 반면 가다실은 11억 달러전년 대비 55% 급감했으며, 월가 컨센서스(13억 달러)를 밑돌았다.

총매출은 158억 달러로 전년 동기(161억 달러) 대비 감소했으며, 주당순이익(EPS)은 2.13달러로 전년 2.28달러에서 하락했지만 시장 예상치 2.01달러를 상회했다. R&D 비용 또한 예상보다 낮아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


키트루다 특허 만료 리스크와 성장 전략

키트루다는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2030년대 초 특허 만료(일명 ‘특허절벽’)가 예정돼 있어 회사는 대체 성장 동력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다실 판매 부진은 투자자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머크는 7월 초 영국계 베로나 파마(Verona Pharma)1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며 호흡기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이를 반영해 2025년 EPS 가이던스를 8.87~8.97달러로 제시했으며, 이는 시장 기대치와 동일하거나 다소 상회하는 수준이다.


용어·배경 설명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는 성 접촉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장기간 감염 시 자궁경부암·구강암 등을 유발한다. 가다실은 HPV 9개 주요 타입을 예방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HPV 백신 중 하나다.

키트루다는 면역관문 단백질 PD-1을 억제해 T세포 항암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면역항암제다. 폐암·흑색종 등 30여 개 적응증을 보유하며, 연간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1 1달러는 2025년 7월 29일 환율 기준 약 1,330원으로, 17억 달러는 약 2조 2,610억 원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