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들과 이들을 고객에게 공급하는 대형 유통업체 간의 가격 협상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니베아(Nivea) 제조사 바이어스도르프(Beiersdorf)와 네덜란드 맥주사 하이네켄(Heineken) 같은 브랜드가 관세‧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려 하자, 소매 체인은 “소비자 눈치”를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며 일부 상품을 매대에서 철수시키고 있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가파른 식료품 인플레이션과 관세(tariff) 상승이 겹치면서 가격 인상 이슈는 정치적·사회적 민감 사안으로 부상했다.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악화되는 가운데, 양측 모두 이윤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 소비자 예산을 유념해야 한다.” — 프란스 뮐러(Frans Muller), Ahold Delhaize 최고경영자
뮐러 CEO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매출을 가격 인상으로 늘리려는 시도는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올바른 전략이 아니다“라며, 원가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합당한 인상 요청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Ahold Delhaize는 미국 Food Lion·Hannaford·Stop & Shop 등 체인을 운영하며, 자체 상표(Private Label) 상품으로 비교 견적을 실시한다. 자체 팀이 원자재·에너지·노동비를 추적해 브랜드가 요구한 인상 폭이 타당한지 검증한다.
브랜드 측 주장: “마진 압박이 심각”
바이어스도르프의 빈센트 바르네리(Vincent Warnery) CEO는 전 분기 독일·프랑스 대형 유통업체들이 1가격 동결은 물론 2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일부 제품을 매대에서 철수(delisting)했다고 설명했다. 최종 조정 결과 2.6%의 소폭 인상에 합의했지만, 유럽 2분기 매출 성장률은 2%포인트 감소했다.
컨설팅사 올리버와이먼(Oliver Wyman)의 바비 깁스(Bobby Gibbs) 파트너는 “소비자가 대안 브랜드로 전환(switching)하기 어려운 품목일수록 제조사가 인상분을 관철하기 쉽다”고 분석한다.
관세와 원자재 값, 이중 압박
로이터의 글로벌 관세 추적기에 따르면, 300개 기업 중 102곳이 무역전쟁에 대응해 인상 계획을 발표했으며, 그 중 41곳이 소비재 부문이다. 관세 외에도 커피·카카오 등 원자재 급등, 자본비용 상승, 인건비 인상이 복합적으로 가격 압력을 가중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관세 정책이 “미 무역적자와 제조업 쇠퇴를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그 여파는 생산·유통 전반에 비용 전가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 시장, 추가 인상 예고
프록터&갬블(P&G)은 최근 미국 상품의 4분의 1가량에 대해 중·한 자릿수(mid-single digit)%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월마트, 타깃(Target) 등 주요 리테일 가격 책정에 직격탄을 줄 전망이다.
협상이 격화되면서 유통업체가 전략적 품절을 감행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네덜란드 알버트하인(Albert Heijn)은 커피로스터 JDE Peet’s와의 갈등 당시 관련 상품을 잠정 철수해 협상력을 높였다. 하이네켄은 일부 유럽 소매체인과의 분쟁으로 맥주 판매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통업체, 연합 전선 구축
프랑스 까르푸(Carrefour)는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Coopérative U와 함께 유럽 구매 연합 Concordis를 출범했다. 다른 유럽 대형 체인 역시 합류 논의를 진행 중이다.
Ahold Delhaize는 올해 미국 점포에 300개 신규 자체 상표를 도입했으며, 해당 제품군 매출 성장률이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고 전했다. P&G의 안드레 숄튼(Andre Schulten) CFO는 “유통업체는 자체 브랜드를 더 공격적인 가격으로 내놓는다”며, 시장이 계속 “변동성‧도전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용어 풀어보기
관세(Tariff)는 수입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보호무역·무역제재 등 정책 수단으로 활용된다. 자체 상표(Private Label)는 유통사가 기획·관리하는 브랜드를 뜻하며, 제조 원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대형 브랜드와 차별화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다국적 브랜드가 인플레이션과 관세 충격을 가계에 전가할수록, 소비자 보호 여론과 정책 위압은 강해질 것이다. 동시에 유통업체는 협상 카드로서 상품 철수(delisting), 자체 브랜드 확대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12개월 내 주요 가격 협상 시즌에서,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범주의 제품군은 인상폭이 제한될 것이며, 경쟁력 있는 PB 상품에 대한 소비자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가격 결정권을 둘러싼 파워 게임은 소비자 물가, 기업 마진, 정책 변수가 얽힌 복합 국면으로 전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