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년물 국채 입찰 앞두고 투자자 경계감 고조…지난달 부진 여파 이어질까

[뉴욕] 투자자들은 12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 재무부의 30년 만기 국채(롱본드) 220억 달러 규모 입찰을 앞두고 신중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 입찰이 올해 들어 가장 부진한 수요 지표를 기록한 뒤라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으며, 이번에는 상황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입찰 규모는 8월(250억 달러)보다 30억 달러 줄어 시장 흡수력이 한층 나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채 만기 구간 중에서도 장기물에 대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진행되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 장기물 전반에 드리운 ‘적색 신호’
최근 일본·영국 등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가 잇달아 급등하면서 국제 자금이 장기물 채권에서 빠져나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미국 역시 높은 재정적자, 무역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 같은 구조적 악재가 겹치며 장기물 금리가 꾸준히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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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P파리바의 구닛 딘그라(Guneet Dhingra) 미 금리 전략 책임자는 “‘어떤 변동성이 발생하더라도 30년물부터 팔고 본다’는 심리가 시장에 확고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 영국까지 전 세계 장기물 시장이 주황색 또는 빨간불을 켜고 있어 미국 30년물도 계속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8월 입찰 부진 배경과 수급 지표
지난달 30년물 입찰의 투찰倍率(bid-to-cover ratio)는 2.27로 2023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찰倍率은 ‘발행 물량 대비 실제 응찰 물량’ 비율로, 수요 강도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1 또한 기관·연기금·헤지펀드 등이 직접 응찰하는 직접투자자(direct)와 외국계·자산운용사 등이 1차딜러를 통해 응찰하는 간접투자자(indirect) 물량을 합한 엔드유저 비중은 82.5%로 2024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8월은 계절적으로 30년물 수급이 가장 취약한 달”이라는 지적도 있다. BMO캐피털의 베일 하트먼 미 금리 전략가는 “2009년 이후 8월에 실시된 30년물 입찰 중 순조로웠던 사례는 2014년 한 차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 장·단기 금리차 확대
8월 말 미 국채 5년물과 30년물 금리차(스티프닝)는 126bp까지 벌어지며 4년여 만에 최대로 확대됐다. 이는 장기물 매도세가 극심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주 들어 30년물 입찰을 앞두고 포지션이 일부 정리되면서 커브가 소폭 평탄화됐으나, 구조적 매도 압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 “이번엔 다를 수도” …변수는 연준 스탠스
일각에선 이번 입찰이 긍정적 반전을 이룰 가능성도 제기한다. 8월 22일 잭슨홀 심포지엄 이후 연준이 ‘완화적(dovish)’ 기조를 강화하고, 9월 초 발표된 두 차례의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됐다는 점이 근거다. FHN파이낸셜의 윌 컴퍼놀 매크로 전략가는 “지난주 30년물 금리가 장중 5%를 돌파하자마자 저가 매수(buy-the-dip) 세력이 즉각 유입됐다”면서 “현재 랠리는 보다 견고한 토대 위에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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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30년물 금리는 5% 위로 치솟았던 지난주 수요일 이후 28bp 내려 9일 기준 4.719% 근방에서 안정됐다. 전문가들은 “고점 매도 후 저가 매수의 밴드 트레이딩(band trading) 구간이 형성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단기물 ‘굿뉴스’가 장기물에 미칠 영향
이번 주 재무부가 진행한 3년물(580억 달러)·10년물(390억 달러) 입찰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한 점도 긍정적이다.
• 3년물의 간접응찰 비중은 74.2%로 전월 54.0%에서 급증했다.
• 10년물 투찰倍率은 2.65를 기록, 7월(2.61)과 8월(2.35)을 모두 상회했다. 간접응찰이 83.1%로 사상 두 번째로 높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중기물 강세가 롱엔드(장기물)까지 이어질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BMO는 보고서에서 “듀레이션(duration)이 30년물처럼 긴 채권은 올해 내내 수익률이 저조했다”며 “이번 입찰 수요가 향후 커브 스티프닝 완화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용어·개념 설명
*1 투찰倍率(bid-to-cover)는 ‘발행 대상 물량’ 대비 ‘응찰 물량’ 비율이다. 예를 들어 100억 달러어치가 발행될 때 총 200억 달러의 응찰이 몰리면 비율은 2.0이 된다. 숫자가 높을수록 수요가 탄탄하다는 뜻이다.
• 직접투자자(direct bidder): 연기금·보험·헤지펀드 등 기관이 재무부 시스템을 통해 직접 응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 간접투자자(indirect bidder): 일본·중국 등 외국 중앙은행, 글로벌 자산운용사처럼 24개 1차딜러(primary dealer)를 거쳐 응찰하는 주체를 말한다.
• 스티프닝(steepening):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더 빠르게 상승해 수익률곡선(yield curve)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현상이다.
• 듀레이션(duration): 금리 변동에 대한 채권 가격 민감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클수록 금리 변화에 취약하다.


■ 향후 관전 포인트
롱본드 금리 5% 재돌파 여부
② 10월 이후 재무부 발행 캘린더에서 장기물 물량 축소 가능성
③ 연준의 11월 FOMC 회의에서 점도표(dot plot)·경제 전망 변경 여부
④ 일본은행(BOJ) YCC(수익률곡선제어) 완화 조치가 미국 롱엔드 자금 흐름에 미칠 파급력

시장 관계자들은 “장기물 심리 회복 없이는 미국 정부의 부채 조달 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할 위험이 있다”며 “이번 30년물 결과가 4분기 금리·환율·주가에 연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