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매출 15% 징수’ 반도체 수출 면허, 기술패권 게임체인저 되나
— 엔비디아·AMD·글로벌 공급망의 10년 분수령
이중석 /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
① 머리말 — 전례 없는 ‘수출 페이백 모델’의 등장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AMD와 맺은 “중국 매출 15% 미국 정부 납부” 합의는 단순한 회사별 특례를 넘어, 향후 10년 글로벌 반도체·AI 패권의 규칙을 바꾸는 사건이다. 필자는 이를 ‘수출 페이백(export pay-back) 모델’로 정의한다. 관세·규제·제재에 이어 매출 공유라는 네 번째 통제 수단이 가세한 셈이다.
본 칼럼은 (1) 합의 구조와 법적 근거, (2) 재무·주가 영향, (3) 공급망·지정학 파급효과, (4) 대안 시나리오 3가지, (5) 장기 투자전략·정책 제언 순으로 3,000여 단어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② 합의 구조·배경 데이터
- 대상 기업 : 엔비디아(NVDA), AMD(AMD) — 각사의 중국향 AI 가속기 H20, MI308
- 납부 방식 : 매 분기 중국 매출액의 15%를 미국 재무부 특별계정에 송금, 세무상 비용 처리 불가
- 면허 범위 : 2026 FQ1~2028 FQ4(3년) 기본, 성과 평가 후 2년 연장 옵션
- 근거 규정 :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IEEPA) §203, 대외 무역구제권한을 변형
표 1│엔비디아·AMD 중국 매출 추정치(2024–2027)
연도 | 엔비디아 중국 매출(억달러) | AMD 중국 매출(억달러) | 15% 납부액 합계 |
---|---|---|---|
2024A | 79 | 22 | 15.2 |
2025E | 123 | 35 | 23.7 |
2026E | 147 | 42 | 28.4 |
2027E | 163 | 49 | 31.8 |
※ Valuation Edge, LSEG 추정치 재가공
위 추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4년간 누적 9 ~ 10 조원 세수를 확보한다. 이는 전통적 관세(15%↑) ‘단일 단계 세금’과 달리, 매출 증가분이 그대로 미국 이익으로 귀속되는 점이 특징이다.
③ 기업 재무·주가에 미칠 영향
1) 손익계산서 반영
엔비디아 2026 FQ3를 예로 들면, 중국 매출 비중이 18%라 가정할 때 영업이익률(Non-GAAP) 54% → 46%로 8%p 하락한다. 그러나 같은 분기 글로벌 ASP(평균판매단가) 12% 인상이 simultaneously 진행돼 EBITDA Impact는 –4%p에 그친다.
2) 밸류에이션 훼손 vs. 규제 클리어런스 프리미엄
8월 11일 프리마켓에서 엔비디아 –1.3%, AMD –1.8% 하락에 머물렀다. DCF 시나리오 분석 결과, 납부액(세후) NPV 감소분 ≒ 시가총액의 3.5%(엔비디아)·2.9%(AMD)이지만, 규제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로 할인율 50bp 하향이 이를 상쇄하는 구조다.
3) 크레딧·주식시장 시사점
- 채권 : 납부액은 OpEx 아닌 Other expense 분류 → EBITDA 훼손이 미미, IG 등급 유지 예상
- 옵션 : IV(암묵 변동성) 급등 후 이틀 내 10% p 하향, “Buy-write” 전략 기회
④ 공급망·지정학적 파급효과
1) 美 – 中 ‘기술세금’ 시대로의 이행
기존 관세·라이선스 ·블랙리스트와 달리, 매출 공유는 제재·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결과적으로 미국산 첨단 칩이 중국 AI 혁신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미국 재정에 기여하는 묘수를 선택한 셈이다.
그림 1│美 기술통제 스펙트럼 진화
- 1980s : 군수용 CoCom 리스트
- 2018 : 관세(Section 301)
- 2020 : Entity List (화웨이)
- 2023 : 첨단 GPU·EUV장비 수출금지
- 2025 : 매출 페이백 모델(15% 세수)
2) 중국 반응 — ‘협소한 승낙, 전략적 시간 벌기’
중국은 국가 집적회로 기금(대펀드) 3기 3,000억 위안 증액, ARM 대체 ISA(RISC-V) 확대 등으로 자립 가속에 나서겠지만, 단기간엔 엔비디아 대응 칩이 부재하다. 따라서 15%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고성능 GPU 수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3) 동맹국·제3국 파장
- EU·일본 : “同盟국 역차별” 논쟁, 동일 모델 도입 요구 가능
- 한국·대만 파운드리 : 美 라이선스 전제하에 제조허가 유지, 단 2차 제재 위험 상존
- 동남아·인도 : ‘차이나+1’ FDI 수혜, 백엔드·패키징 랠리 전망
⑤ 대안 시나리오 3
- Scenario A — 성공적 안착
가. 중국 AI 투자 15% ↑, 나. 미국 세수 120억 달러/5년 확보, 다. 서방 동맹 동시 채택 → 기술 분절 완화, 글로벌 GDP +0.2%p 효과 - Scenario B — 분쟁 재점화
美 의회 매파 “기업 매출 분담률 30%로 상향” 추진 → 中 자립 더 가속, 공급망 다시 양극화 → 반도체 장비·소재 서플라이체인 교란, DRAM·NAND 슈퍼사이클 지연 - Scenario C — 디지털 서비스 확전
미국이 클라우드·SaaS까지 페이백 요구 → 애플·MS·AWS 중국 사업 축소, 대신 동남아 데이터센터 투자 붐; 세계 데이터 흐름 ‘스플린터넷’ 고착
⑥ 장기 투자·정책 인사이트
1) 투자전략 4단계 체크리스트
- ① 매출 지역 분할 : 기업 10-K에서 中 매출 >20%는 ‘낙인 리스크’ 프리미엄 반영
- ② 기술 릴리스 로드맵 : 대체 칩(Blackwell, Zen 6) 출시 캘린더와 규제 타임라인 교차 분석
- ③ 현금흐름 쿠션 : 납부액이 FCF 의 10% 넘으면 배당·자사주 매입 축소 가능성
- ④ 공급망 분산 점수 : S&P Trucost Tier-1 지수 활용, 70점 이상 기업 overweight
2) 정책 제언
• 美 재무부 : 페이백 기금 중 일부를 반도체 교육·R&D 펀드로 환류, ‘기술주권 세수의 선순환’ 확보
• 韓 정부·기업 : 대만 TSMC 모델만이 답이 아님. 패키징·HBM·AI 서버 전력 솔루션 특화로 블루오션 개척
• 多국 협의체 : WTO 해석·중재 절차 모색해 ‘임의적 기술세’ 남용 방지
⑦ 맺음말 — “기술 패권은 税制도 진화한다”
사상 최초로 매출을 공유하는 수출 라이선스는 기술 패권 경쟁이 ‘국경세→기업세→매출세’로 진화했음을 알린다. 엔비디아·AMD는 단기 손익 훼손에도 불구, 규제 명확성을 확보함으로써 불확실성 할인요인을 일부 제거했다. 반면 중국은 시간을 사는 대가로 미국에 직접 ‘기술세(Tech-tax)’를 납부한다. 그 시간 동안 자국 GPU 생태계가 성숙하지 못하면 페이백 비율은 15%에서 30%로, AI 칩에서 클라우드·로봇까지 확전될 수 있다.
결국 ‘속도 vs. 시간’의 게임이다. 미국은 속도, 중국은 시간에 베팅했다. 글로벌 투자자와 정책 당국은 어느 쪽의 전략이 더 비용 효율적인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필자의 결론은 명료하다. “기술은 장벽을 갈수록 높이 쌓지만, 동시에 그 장벽을 넘을 혁신도 가속화한다.” 이번 페이백 모델은 징벌이자 인센티브다. 양극화된 공급망에서 민첩한 분산·특화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국가만이 승자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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