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장관 베센트, “인도, 러시아산 원유로 폭리… 용납할 수 없다”

워싱턴발—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산 원유를 대폭 늘려 구매한 인도를 겨냥해 “폭리(Profiteering)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도가 저가에 들여온 러시아 원유를 정제품으로 재수출해 ‘인도식 차익거래(Indian arbitrage)’를 벌이고 있다며 이를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규정했다.

2025년 8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원유가 전쟁 전 인도 전체 수입량의 1% 미만이었으나 현재 42%까지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의 러시아 원유 비중은 13%에서 16%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는 인터뷰에서 “인도는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재판매상”이라며 “러시아산 원유를 헐값에 들여온 뒤 정제해 다른 시장으로 수출하는 구조가 전쟁 발발 이후 급격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러시아산 원유를 취급해 온 중국과 달리, 인도는 전쟁 이후 생겨난 새로운 차익거래 플랫폼”이라고 비판했다.

What I would call Indian arbitrage – buying cheap Russian oil, reselling it as product – has just sprung up during the war, which is unacceptable.” — Scott Bessent, U.S. Treasury Secretary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문제 삼아 25% 추가 관세를 발표했으며, 취임 이후 누적 추가 관세율은 총 50%로 늘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압박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동일 사안으로 중국에는 유사한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았다.

베센트 장관은 왜 중국에 동일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일축했다. 그는 “중국은 오랜 기간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해 왔으며, 인도처럼 ‘재판매용’ 차익거래 모델을 구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인도 통상 관계의 균열

최근 몇 달간 양국은 무역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반복적으로 내놨으나, 관세 폭탄으로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특히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에 대한 공개적 경고로 해석된다.

인도 정부는 8월 19일 면화(코튼) 수입 관세 11%를 9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발표하며 “농산물 관세 문제에서 미국의 우려를 경청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는 당초 8월 25~29일로 예정됐던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단의 뉴델리 방문이 돌연 취소된 직후 나온 조치다.

용어 설명: Arbitrage(차익거래)

‘아비트라지(Arbitrage)’는 시장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동시에 매수·매도해 수익을 얻는 행위를 뜻한다. 본문에서 언급된 ‘Indian arbitrage’란 인도가 러시아 원유를 저가로 들여온 뒤 정제 및 혼합 과정을 거쳐 실질적 원산지를 희석한 뒤 제3국에 판매하는 가치 상승형 차익거래를 지칭한다.

전문가 관점 및 향후 전망

국제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인도의 재판매 전략이 인도 정유사들에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G7 국가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에너지 차단 동맹’의 압력이 강화될 경우 2차 제재 리스크가 급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관세 외에 금융 제재 카드까지 동원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지만, 미·인도 전략적 동맹 구도를 감안할 때 외교적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또한 달러 강세 국면에서 관세 인상은 인도산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산업계는 인도의 수입 다변화 전략이 미·중·러 3각관계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합리적 선택이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결국 베센트 장관의 공개 비판은 미국 행정부가 공급망 가치에 기반한 에너지 정책을 압박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향후 워싱턴과 뉴델리 간 교착 상태가 길어질 경우, 글로벌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