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기국채 수익률 ‘5% 시대’ 개막…거대한 재정–금리 악순환이 남길 10년 대차대조표 충격

이중석의 마켓 딥다이브|2025‧09‧07


■ 서론 — “느리게 움직이는 재정 쓰나미”가 시작됐다

지난주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2007년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넘어 5%를 돌파했다. 겉보기엔 일주일 새 10bp 내외의 미세 진동이었지만, 채권 트레이더들은 이를 “재정-금리 악순환(fiscal-rates doom-loop)의 문이 활짝 열렸다”라고 평한다. 본 칼럼은 장기금리 급등이 향후 최소 10년간 미국 경제·주식·주택·정책 프레임에 미칠 구조적 충격을 심층 분석한다.


1. 데이터 파노라마: “모든 만기가 팬데믹 이전 상단을 돌파”

만기 2023년 말 2024년 말 2025-09-05 종가 YTD(bp)
2Y 4.08% 4.47% 4.88% +41
10Y 3.93% 4.33% 4.96% +63
30Y 4.04% 4.52% 5.03% +51

자료: 블룸버그, 연준 FRED. 2025-09-05 기준.

주목

30년물뿐 아니라 전 구간이 ‘레이건-볼커’ 이후 가장 가파른 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음이 확인된다.


2. 급등의 5대 구조적 트리거

  1. 폭발적 재정적자 — CBO는 2025 회계연도 적자를 1조9,000억 달러로 추정한다. GDP 대비 7%대 만성 적자는 1980년대 초 이후 최장·최고폭이다.
  2. ‘QT+신규발행’ 동시 진행 — 연준은 월 850억 달러 자산을 축소(QT)하면서, 재무부는 분기별 2,440억 달러 순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수급의 ‘순공급 쇼크’다.
  3. 외국계 매수 둔화 — 일본·중국 합산 국채 보유 비중은 2015년 25%→2025년 14%까지 하락. 환헤지 비용과 지정학 리스크가 원인이다.
  4.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 —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 독립성, EU·중국과의 관세 갈등, 통화정책 압박으로 ‘미 국채=무위험’ 공리에 의문을 던졌다.
  5. 인플레이션 기대 고착화 — 헤드라인 CPI가 2%대에 안착했음에도 5y5y Inflation Swap은 2.9%로 상승 중이다. 시장은 ‘장기 스태그플레이션 꼬리위험’을 가격에 반영한다.

3. 전이 채널 ① 주택시장—“7% 모기지=가격 경직·거래 실종”

미국 가계의 90%는 30년 고정 모기지를 보유한다. 금리가 3→7%로 급등하면 신규 수요가 마르고, 기존 주택 소유자는 ‘황금 handcuff’에 묶여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 신규 주택 착공: 2022 고점 대비 -26%
  • 기존주택 거래량: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 전체 주택 재고: 역사적 평균의 38%

“가격은 버티고 거래는 사라진다”는 ice-but-not-nice 국면이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4. 전이 채널 ② 주식·밸류에이션—“‘무위험 할인율 5%’가 PER 지붕을 낮춘다”

5% 30년물은 주식 위험 프리미엄(E/P-10Y)을 2009년 이후 최저로 끌어내린다. 성장주 의존도가 높은 S&P500은 할인율 충격을 그대로 맞는다.

시뮬레이션 (CAPM 가정)

주목
<할인율 변화에 따른 S&P500 목표치>
무위험 4.0% → 지수 적정 5,050p
무위험 5.0% → 지수 적정 4,350p

즉 장기금리가 100bp 추가 상승할 때마다 지수 PER 허용 상단이 약 14% 하향된다는 의미다.


5. 전이 채널 ③ 은행·연금—“보유채권 미실현 손실이 실현 손실로”

SVB 파산 당시 HTM(만기보유) 채권평가손은 미 금융시스템의 ‘숨은 부실’임을 드러냈다. 금리가 5%대에 안착하면

  • 지역은행 HTM 손실: 2,200억 → 3,100억 달러
  • 공적·사적 연금의 채권부채 디스카운트율 상승 → 순부채 급증

연금은 ‘롱 듀레이션+레버리지’ 전략 변경을 강제받아 주식·사모펀드 비중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6. 시나리오 플래닝—2025~2030 세 가지 경로

시나리오 30Y 평균 주요 전제 거시·시장 결과
A 연착륙 4.0% 재정준칙 재도입, Fed 독립성 회복 S&P CAGR 7%, 모기지 5.5%
B 높은 고원 4.6% 적자 7% 고착, 정책 충돌 지속 S&P CAGR 3%, 실질주택가격 0%
C 재정-금리 악순환 5.6% 관세 확대, 정치 불확실성, QT 지속 2년 내 경기침체, 은행 부실 재현

7. 투자·정책 전략—“듀레이션·퀄리티·분산”

7-1) 포트폴리오 원칙

  • 듀레이션 바벨 — 현금·T-Bill 30% + BBB 이상 짧은 회사채 30% + 물가연동 TIPS 20% + 골드·리츠 10% + 대체 10%
  • 퀄리티 팩터 — ROE 15% 이상·순현금 비중 높은 기업만 선별
  • 해외 분산 — 국채 공급 부담이 적은 캐나다·호주·스위스 주식·채권을 20% 수준 편입

7-2) 정책 제언

  1. 장기예산법(CBO)안에 수익률-민감도 스트레스 테스트 의무화
  2. 20년물 재도입·초장기 50년물 발행으로 만기구조 스무딩
  3. QT 속도 조절과 함께 RRP(역환매조건부) 잔고를 단계적 이관

8. 결론—“5%는 숫자가 아닌 레짐 시프트

금리의 등락은 늘 있었지만, GDP 대비 국가채무 120%·장기물 5%·정치 불확실성 최고조라는 삼각 축이 동시에 맞물린 적은 드물다. 이번 금리 레짐 시프트는 ‘주가 고평가, 주택 가격 강세, 낮은 은행부실’이라는 지난 15년의 패러다임을 전면 재작성할 것이다. 투자가·정책당국 모두 “느리지만 피할 수 없는 쓰나미”에 대비해 현금흐름 안전판과 구조적 재정개혁을 병행해야 한다.

가파른 금리 언덕은 결국 정상에 오르면 완만해진다. 문제는 정상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경제 주체가 탈진하느냐다. 지금은 계산된 인내와 절제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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