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장식품 업계가 합성 식품색소(FD&C colors)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잇달아 발표했다. 이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이 주도하는 ‘Make America Healthy Again(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이니셔티브에 발맞춘 조치로, 소비자들의 건강 우려와 천연 원료 수요 확대에 대한 대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마티 마카리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4월 케네디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ADHD, 비만, 당뇨병 등 여러 질환과 잠재적으로 연관된 합성색소를 식품 공급망에서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이에 따라 주요 식품 기업들은 자사 제품과 학교 급식용 식품에서 합성색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는 구체적 일정을 내놓고 있다.
FD&C 색소란?
‘FD&C colors’는 ‘Food, Drugs & Cosmetics’의 약자로, 석유계 화합물을 기반으로 제조된 합성 염료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Red 40, ●Yellow 5(타르트라진), ●Blue 1 등이 있으며, 색상이 선명하고 제조 단가가 낮아 오랫동안 가공식품·음료·제과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 어린이 행동장애, 알레르기 반응 및 대사 질환과의 상관성이 제기되면서,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이미 경고 라벨 부착 또는 사용 제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주요 기업별 합성색소 퇴출 일정
• 허쉬(Hershey) — 스낵류 전 제품에서 합성색소를 제거하겠다고 밝혔으며 2027년 말까지 완료를 목표로 삼았다.
• 제이엠 스머커(J.M. Smucker) — 모든 소비재 식품에서 합성색소를 뺄 계획이다. 특히 2026~2027 학년도까지 K-12(유치원~고교) 학교 급식용 제품의 합성색소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 코나그라 브랜즈(Conagra Brands) — 미국 내 냉동식품 포트폴리오에서 2027년 말까지 합성 염료를 제거하고, 학교 급식용 식품은 2026~2027 학년도까지 인공색소를 없앤다.
• 네슬레 USA — 2026년 중반까지 미국 내 식품·음료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합성색소를 전면 폐지한다. 이미 90% 이상 카테고리가 무색소 제품으로 전환된 상태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 — 시리얼 ‘치리오스’(Cheerios) 제조사로, 미국 리테일 전 사업부에서 2027년 말까지 합성색소를 제거한다. 학교 급식용 시리얼 및 식품은 2026년 여름까지 천연 대체 색소로 완전 전환한다.
•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 새로운 미국 내 제품에는 이미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으며, 기존 품목도 2027년 말까지 합성색소를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 샘스클럽(Sam’s Club) — 월마트 자회사로, 2025년 말까지 자사 PB ‘Member’s Mark’에서 인공색소와 아스파탐 등 40개 이상 성분을 제거한다고 발표했다.
• 타이슨 푸드(Tyson Foods) — 2025년 5월까지 석유계 합성색소를 포함한 제품을 재조정(reformulate)할 예정이다.
• WK 켈로그(WK Kellogg) — 2026~2027 학년도 학교용 시리얼에서 합성색소를 배제하고, 2026년 1월부터는 FD&C 색소를 사용한 신제품을 아예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 펩시코(PepsiCo) — 향후 2년 안에 학교 급식용 식품 포트폴리오에서 인공색소를 제거한다. 이번 학기부터 천연색소로 전환하거나 최소한 소비자가 자연유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 켈라노바(Kellanova) — 2026~2027 학년도 학교 급식용 식품, 그리고 2027년 12월 31일까지 리테일 제품에서 합성색소를 완전히 없앨 계획이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파급효과
“식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합성색소 퇴출은 브랜드 신뢰도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판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산업 애널리스트 평가
합성색소를 대체하기 위한 천연 원료(예: 비트, 파프리카 추출 색소, 스피루리나)는 원재료 가격이 높고 색상 안정성 유지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과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 지향 트렌드와 ‘클린 라벨(clean label)’ 요구에 부합해 브랜드 충성도 향상 및 프리미엄 가격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비자가 천연색소 제품에 지불할 추가 비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또, 천연색소는 빛·열·pH 변화에 취약해 제품 보존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제조 공정 개선과 포장 기술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FDA가 규제 강화에 나선 만큼, 합성색소 퇴출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시행 초기에는 일부 품목에서 일시적인 단종·재고 조정이 발생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식품 성분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 신뢰 회복과 글로벌 시장 진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의미
▶ 학부모와 교육기관: K-12 학교 급식에서 인공색소가 사실상 퇴출됨에 따라, ADHD 등 행동 장애와 연관성이 제기됐던 식품첨가물 노출이 줄어들 전망이다.
▶ 일반 소비자: 대형 브랜드의 합성색소 제거는 천연·유기농 시장 성장을 가속화하며, 향후 식품 라벨에서 ‘No Artificial Colors’ 문구가 사실상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투자자: 규제 순응을 위한 R&D 비용 증가는 단기 수익성 압박 요인이지만, 건강 지향 트렌드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 매출 확대 및 브랜드 프리미엄으로 상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식품업계 또한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경우 동일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으므로, 선제적 대응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