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착수한 미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 반도체 조사가 미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판도를 뒤흔들 주요 정책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7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2024년 4월에 공식 개시됐으며, 수입 반도체 및 관련 장비가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조사 결과가 ‘위협’으로 결론 나면 대통령은 광범위한 관세(tariff)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게 된다. 업계는 최종 보고서가 조만간 발표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ection 232는 여타 무역 제재 도구에 비해 훨씬 폭넓은 시정조치 권한을 제공한다.”
라는 번스타인(Bernstein) 애널리스트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조치를 단행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다. 이번 조사는 순수 칩뿐 아니라 칩이 내장된 최종 제품까지 포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입 규모와 잠재적 관세 대상
미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약 $45 billion(약 60조 원)어치의 반도체를 수입했다. 그러나 실제 가치는 대부분 완제품에 포함된 형태로 들어온다. 같은 해 전체 재화 수입액 $3.3 trillion 가운데 ‘기계류·전기전자·자동차’ 상위 3개 품목이 무려 $1.4 trillion을 차지했으며, 이들 품목은 “semi-rich”, 즉 반도체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스마트폰과 PC가 대표적 예다.
번스타인 보고서는 관세 부과 방식을 두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첫째, 칩 자체에 직접 세금을 매기는 방법, 둘째, 제품 내부에 들어 있는 반도체 가치에 따라 관세를 매기는 방법이다. 후자가 실효성이 크지만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실행·검증 난도가 높다는 지적이 따른다.
잠재적 수혜 기업
Texas Instruments(NASDAQ: TXN)와 Intel(NASDAQ: INTC)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이 50% 이상인 몇 안 되는 대형 업체로, 관세 시행 시 상대적 이점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Texas Instruments는 미국에서 그린필드(신규 부지) 팹을 적극적으로 증설해 왔고, 인텔 역시 다수의 팹과 패키징 사이트를 가동 중이다.
그 밖에도 Microchip(NASDAQ: MCHP), Qorvo(NASDAQ: QRVO), Skyworks(NASDAQ: SWKS), Broadcom(NASDAQ: AVGO), NXP(NASDAQ: NXPI), Analog Devices(NASDAQ: ADI) 등도 비교적 높은 미국 내 제조 비중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관세를 통해 수십 억 달러, 넉넉히는 수십 조 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며, 완제품 가격도 상당 폭 상승할 수 있다.”
번스타인 팀은 비용 전가로 인한 수요 위축이 우려되지만, 역설적으로 미국 중심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은 상대적 수혜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Section 232란 무엇인가?
Section 232는 1962년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에 포함된 조항으로, 수입이 국가안보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일련의 무역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국방 물자 확보, 핵심 인프라 유지, 기술 우위 확보 등이 판단 기준에 들어간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에도 철강·알루미늄에 같은 조항을 적용해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칩 내재가치 기준 관세가 실제로 도입될 경우, 글로벌 전자제품 가격이 최소 3~7%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직결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미국 내 생산비중 확대를 추진 중인 기업에는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공급망 복잡성으로 인해 ‘원산지 증명’ 부담이 대폭 늘어나고, 중소·중견 전자제품 업체의 행정 비용 상승도 불가피하다. 특히 동남아·중국에서 완제품을 조립해 역수입하는 미국계 브랜드에겐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상무부 보고서 내용 및 ‘국가안보’ 정의 범위, 2) 관세율·부과 방식, 3) 주요 교역 상대국(특히 대만·한국·중국)의 대응책이 주목된다. 결과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미국 내 생산 거점·설비 투자 계획을 적극 파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