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시장 통계 91만명 ‘증발’…연준·자산시장·정치까지 흔드는 ‘신뢰 리스크’의 장기 파장

美 노동시장 통계 91만명 ‘증발’…연준·자산시장·정치까지 흔드는 ‘신뢰 리스크’의 장기 파장

이중석 |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 2025-09-10


1. ‘91만1000명’ 하향 수정, 숫자 이상의 충격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연례 벤치마크 재조정치는 지난 1년여 간의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91만1000명 하향했다. 이는 2002년 통계 비교가 시작된 이후 최대폭이며, 월평균으론 −7만6000명의 ‘착시 고용’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고용 통계는 거시경제의 나침반이다. 나침반이 틀렸다면 경기·통화·재정 정책 전체가 엇나갈 위험에 처한다.” — 前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 차ール스 플로서

통계가 수정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규모·속도·타이밍 모두가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점이 시장을 긴장케 한다.

주목

2. 벤치마크 재조정 메커니즘 — 왜 이렇게 늦게, 왜 이렇게 크게?

구분 주요 특징 장단점
월간 고용보고서(Establishment Survey) 6만 회사를 표본 조사, 1주 이내 속보치 공개 빠르지만 표본 오류·기업 폐업 누락
QCEW & 세금자료 전수 (約 1,150만 사업체) + 고용보험/세무 DB 정확하지만 시차 6~9개월
연례 벤치마크 수정 두 데이터베이스 대조·보정, 가을 예비치→2월 확정치 정확도↑, 정책 결정 시점과 괴리

이번 수정폭이 큰 이유는 ① 코로나 이후 창업·폐업 다이내믹이 표본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고, ② ‘깃발 꽂기(出生·사망 모델)’로 불리는 BLS의 사업체 순증 추정이 실제보다 과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레저·접객업 −17.6만명, 전문·비즈니스 서비스 −15.8만명 등 서비스업 부문이 ‘통계 착시’의 진앙이었다.

3. 미시‧거시 파급경로 — ‘믿을 수 없는 고용 데이터’가 던지는 세 가지 질문

3-1) 연준(Fed)의 정책 함수가 달라진다

  • 연준이 중시하는 슈퍼코어 PCE (서비스 – 주거·에너지 제외)의 상승 원인은 임금 압력이다.
  • 고용이 실제보다 부진했다면, 임금 → 물가 전가 여력도 과소평가됐을 공산이 크다.
  • 시장(시카고 CME FedWatch)은 2026년 2분기 첫 금리 인하를 60% → 77%로 높여 가격에 반영했다.
차트 1) FOMC 기준금리 선도금리 프라이싱

Fed Rate Futures

3-2) 채권 → 달러 → 원자재 → ETF 자금 흐름

미 10년물 수익률은 발표 직후 4.165% → 4.088% ↓, 그러나 국채 대규모 입찰 부담으로 되돌림.
달러 지수(DXY)는 연중 저점을 경신, 금 선물은 사상 첫 온스당 3,700달러 레벨을 시도.
• 단기 회사채 ETF VCSH49.6백만 주 순유입 (11.2%↑), 안전자산 선호 가속.

3-3) 정치적 후폭풍 — ‘통계 신뢰성’ vs ‘정권 책임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통계 마진 오류를 “바이든 행정부의 통계 조작”으로 규정, BLS 국장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이미 신임 국장 후보로 E.J. 안토니 지명설이 파다하다. 연방정부 셧다운 리스크와 맞물려 ‘데이터 게이트(Data-gate)’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기업 실적·증시 밸류에이션 재점검 — ‘이익 vs 코스트 오브 캐피털’ 역전 공포

아래 그림은 S&P 500 EPS 전망치10년물 실질금리 역전 현황을 나타낸다.

주목
EPS vs Real Rates
자료: BofA Global Research, 2025-09

• 대형 기술주를 제외한 동일가중 S&P 500 PER은 15배 → 16.8배로 이미 2018년 금융긴축 전 고점을 상회.
• 고용 통계 하향 수정은 소비→매출→EPS 하향을 야기, 이익 모멘텀 쇼크가 예고된다.
• 특히 임금 상승률 > 생산성 개선폭인 산업(항공·레저·리테일)은 마진 압축 리스크가 크다.

5. 장기 지렛대 : ‘추가 통계 수정’ + ‘선행 지표 둔화’

이번 벤치마크 수정은 2025년 3월까지 데이터만 반영했다. 코어위브·네비우스 등 AI 인프라 기업의 대규모 고용이 본격 반영되는 기간(3~8월)의 오차는 아직 교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12월 예비치 및 내년 2월 최종치에서 추가 하향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필자가 개발한 ISM 서비스 고용 모형은 8월 이후 두 달 연속 수축 영역(49 이하)을 가리켰다. 벤치마크 수정이 한 차례로 끝날 가능성은 낮다.” — 이중석 독자 모델 설명

Conference Board 선행지수(LEI)는 18개월 연속 하락, 판데믹/닷컴버블/서브프라임을 모두 뛰어넘는 기록이다.

6. 투자전략 Matrix 2025-26

시나리오 연준 행보 자산 스프레드 권장 포지션
① 소프트랜딩 (확률 35%) ’26 Q1 25bp 인하 → 점진적 완화 크레딧 스프레드 +15bp 단기 회사채 ETF, IG Corp Bond (5년 이내)
② 고용 쇼크 연착륙 실패 (확률 45%) ’25 Q4 빅컷 (≥50bp) 크레딧 스프레드 +70~100bp 장기 미국채 (7–10년), 골드 & 실버, QIS CTA 전략
③ 정책 신뢰 붕괴+정치 위기 (확률 20%) 금리 인하 지연 → 장단 雙고 달러 약세 지속, 신흥국 스프레드 급등 엔화 / 스위스프랑 롱, 금 ETF (물리적 연계), 롱볼 옵션

7. 결론 — ‘숫자’보다 무서운 것은 ‘신뢰’의 훼손이다

경제예측에서 불확실성은 상수였지만, 측정(Measurement) 오차가 시스템적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연준·의회·기업 C-Suite 모두 잘못된 고용 데이터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려 왔다는 사실은, 향후 1~2년간 정책 및 시장의 2차·3차 밸류에이션 쇼크를 촉발할 씨앗이 될 수 있다.

필자는 ① 2026년 상반기 전후로 ‘실업률 > 5%’ 레짐 이동, ② 달러 지수 95 이하 진입, ③ 금 온스당 4,000달러 돌파베이스라인으로 제시한다. 이는 단순 공포 시나리오가 아니다. 통계 신뢰 회복 없이는 정책 신뢰 → 시장 신뢰 → 기업 투자·고용 사이클이 순차적으로 흔들릴 수 있어서다.

투자자는 ‘숫자’뿐 아니라 ‘숫자를 둘러싼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데이터 게이트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모델은 현실을 단순화하지만, 통계가 현실을 왜곡할 때 시장은 그 대가를 치른다.”

ⓒ 2025 이중석 |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