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데이터 분석 = 이재형 칼럼니스트
1. 서문 — 왜 지금 ‘금리 상단’이 중요한가
2025년 9월 현재, 10년·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각각 4.7%·5.1% 내외에서 등락한다. 팬데믹 직후 0.5%까지 추락했던 10년물이 5년 만에 900bp 가까이 튀어 오른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고용 둔화+물가 안정 → 연준 인하’ 시나리오가 지배하지만, 장기물은 오히려 “연준 이후(fed afterlife)”를 가격에 반영하며 상승 압력을 이어 간다. 본 칼럼은 국채 금리 상단이 중장기적으로 고착될 때 나타날다층적 충격 경로를 주택·기업·증시·재정 네 축으로 나눠 심층 분석한다.
2. 데이터로 본 장기물 쇼크의 실상
구분 | 2020.4 저점 | 2023.12 | 2025.9 | 증가폭(bp) |
---|---|---|---|---|
美 10년물 | 0.50% | 4.00% | 4.70% | +420 |
美 30년물 | 1.07% | 4.10% | 5.10% | +403 |
모기지 고정 30년 | 2.65% | 6.95% | 7.60% | +495 |
자료: 연준(FRED), 프레디맥
장단기 금리 모두 팬데믹 이전 고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30년 만기는 2007년 신용위기 직전 레벨을 상회해 18년 최고치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3. 충격 경로 ① 주택 — ‘고착된 7% 모기지 시대’
3-1) 수요·공급 동시 경색
- 수요 측: 고정 30년 모기지 7% 이상 유지 → 월 상환액 40% 급증. 주택구매자 심리지수(NAHB)는 65→45로 급락.
- 공급 측: 3% 미만 저금리로 기존 모기지를 잠근 ‘록-인 효과(lock-in effect)’가 매물 부족을 심화. 기존주택 재고는 20년 평균 대비 –45%.
3-2) 장기 시나리오
① 낮은 거래량+높은 가격 공존이 3년 이상 지속 → 부동산 중개·건축 자재 업종 성장률 둔화.
② 월 렌트비 상승률이 CPI보다 빠르게 둔화, 물가 기여도는 감소. 그러나 중산층의 주거 확보 비용 부담은 구조화된다.
4. 충격 경로 ② 기업 — ‘부의 분기점’이 재편된다
4-1) 대차대조표 스크리닝
공시 데이터를 팩터 분석한 결과, 총차입/EBITDA 3배 초과 기업 비중이 S&P500 내 22%에서 29%로 확대됐다. 2026~2028년 만기 회사채 롤오버 규모는 연평균 1.1조 달러로, 과거 5년 평균의 두 배다.
4-2) 승자 vs 패자
- 현금흐름이 견조해 자기자본 조달 선호도가 높은 빅테크
- 장기 가격 연동 계약으로 금리 전가 가능한 유틸리티·헬스케어
- 부동산·REIT·레버리지 PE 포트폴리오
- 변동금리부 채권(프라이머리 LBO) 비중 큰 스몰캡
5. 충격 경로 ③ 증시 — 밸류에이션 ‘뉴노멀’ 모색
10년물 실질금리 2%는 고전적 DCF 모델에서 S&P500 공정 PER을 17~18배로 제한한다. 현재 선행 PER 22배는 AI 성장 프리미엄을 4~5배포인트 반영한 값이다. 따라서 <표-1>의 10년물 상단 5%가 고착될 때, 증시는 두 가지로 대응한다.
- 이익(E) 급등: AI 인프라 투자가 생산성 전환점을 만들면 EPS가 20% 이상 증가해 PER 부담을 상쇄.
- 다중축소: 이익 추정치가 평탄하다면 PER은 10~15% 축소, 지수는 횡보·조정 국면 진입.
현재 컨센서스는 전자에 베팅하고 있으나, 국채 금리가 5% 이상 장기로 머문 사례(1995~2000년)에서는 EPS 성장률>금리 상승률 조건이 충족돼야만 약세장을 피했다.
6. 충격 경로 ④ 재정 — ‘순이자 비용 GDP 4%’의 그림자
의회예산국(CBO)은 2029년 연방 순이자 비용이 GDP 대비 4%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 재무부 발행 스케줄에 따르면 2026년 이후 30년·50년 초장기물 비중을 확대해 듀레이션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지속 가능성 시험대:
• 현 금리 수준에서 차입 지속 시 2035년 연방부채/DGP 비율 130% → ‘이탈리아 수준’ 근접.
• 그러나 미국 달러 기축통화 지위, 명목 성장률 4% 이상 시 뱅크런·위기 확률은 제한적.
• 관건은 구조적 재정지출(사회보장·국방·복지) 개혁인데, 정치 양극화로 가시성은 낮다.
7. 시장·정책 시나리오 매트릭스
시나리오 | 10년물/실질금리 | 증시 밸류 (12M PER) |
모기지 고정 30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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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 | 실질 | |||
① 연착륙+생산성 점프 | 4.5% | 1.6% | 22배 | 6.5% |
② 고착형 인플레 | 5.2% | 2.2% | 18배 | 7.8% |
③ 스태그·재정위기 | 6.0% | 3.0% | 14배 | 8.5% |
주: 명목 금리는 블룸버그 BVAL, 실질금리는 TIPS BEI 추정치를 기반으로 필자 계산
8. 투자 전략 제언
8-1) 채권
- 듀레이션 축소: 3~5년 중단기 국채·투자등급 회사채로 스텝다운.
- 인플레 연동채(TIPS): 실질금리 피크 구간에 분할 매수.
8-2) 주식
- 현금흐름 할인 최소 업종: 헬스케어 서비스, 필수소비재, 소프트웨어 구독형(SaaS).
- AI 인프라 공급망: 전력(송배전), 통신 광섬유, 냉각 설비 기업 등 ‘2차·3차 수혜’에 분산.
8-3) 대체자산
- 금 ETF(포트폴리오 3% 이내) — 실질금리 하락 반전에 헤지.
- 사모 부채(Private Credit) — 은행 대출 위축 시 크레딧 스프레드 수취.
9. 결론 — ‘고금리 고착’은 피할 수 없는 상수(常數)인가
경기 연착륙 기대와 달리, 장기국채 수익률은 연준보다 한 발 앞서 구조적 요인을 반영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탈세계화·녹색전환에 따른 자본 수요 급증이 금리 하한선을 끌어올린다는 ‘R*(균형실질금리) 상승 논쟁도 증폭된다. 정책당국이 재정·통화의 전략적 조합을 재설계하지 않는 한, ‘신(新) 장기 긴축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투자자는 듀레이션·레버리지 리스크의 ‘슬로우 모션 충격’을 전제하고 포지션을 세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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