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리 50% 관세, 에너지전환·인플레이션·공급망 지형을 뒤흔드는 10년의 충격파

■ 머리말 ― ‘산업의 피’에 매긴 가장 높은 장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구리 수입 50% 관세는 단순한 무역 분쟁 수단이 아니다. 이는 전력망·배터리·데이터센터·전기차(EV) 등 그 어느 때보다 구리 의존도가 높아진 시대에 ‘비용 폭탄’이자 ‘공급망 리셋 버튼’으로 작동할 잠재력을 지녔다. 본 칼럼은 향후 10년간 미국 경제와 글로벌 시장에 드리울 다층적 파급효과를 ▲에너지전환 ▲물가·통화정책 ▲기업 실적 ▲지정학 리스크 네 축으로 해부한다.


1. 구리, 왜 ‘그린 메탈’의 왕좌인가

  • 전기전도율 1위 — 재생에너지·직류(DC) 초고압송전에 필수
  • 모터 코일·EV 하네스 — 내연기관 대비 EV 3~4배 사용
  • 열 전도·내식성 — 데이터센터·수소 생산 전해조 핵심 부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에너지전환(ET) 수요만으로 구리 사용량이 2020년 대비 2.5배 늘어날 것으로 본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100% 청정전력, 2050년 넷제로를 목표로 잡았다. 이런 시나리오하에서 관세 충격은 단순 관세분(50%)을 넘어 프로젝트 지연·CAPEX 증가·물가 재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2. 미국 구리 수급 구조의 ‘불편한 진실’

구분 2024년(kt) 비중
총 소비 2,260 100%
국내 광산(마운틴패스 제외) 600 26.5%
스크랩·재활용 530 23.5%
수입(칠레·페루·캐나다 등) 1,130 50%

*USGS·CRU 2025년 2월 집계

관세 정책은 표면적으로 ‘중남미 견제’이나, 실제 피해는 ▲케이블 제조업 ▲배터리·EV 부품 ▲건설 자재 등 하류(Downstream) 산업부터 나타난다. 공급 충격이 한 번 발생하면 스팟 프리미엄이 선물시장에 전이돼 글로벌 가격도 동반 상승한다.


3. 장기 충격 시나리오: 2025~2035

① 가격·인플레이션 경로

구리 LME 3개월물은 관세 뉴스 직후 6% 상승해 t당 11,200달러를 재돌파했다. 관세가 2년 이상 지속되면 평균 15% 물가 상방압력이 컷오프(절단점) 없이 이어질 것.
— 이중석 추정(USGS 엘라스티시티 모델)

미국 CPI 항목별 구리 민감도(주거·차량·유틸리티·내구재)를 감안하면, 연 15bp~22bp의 추가 CPI 기여도가 예상된다. 이는 연준(Fed)이 10년물 균형물가 기대(BEI) 2.4% 내로 관리하려는 정책 여지를 축소한다.

② 에너지전환 CapEx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EV충전 인프라·풍력터빈용 구리 수요만 860만 톤으로 추정한다. 관세로 인한 원재료 비용 상승(연평균 12%)은 프로젝트 내부수익률(IRR) 1.1~1.8%p 하락 요인이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PPA(전력구매계약) 가격이 오르거나, 연방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규모를 재조정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③ 기업 실적·섹터별 승패

  • 수혜 — 국내 광산/정련(Freeport-McMoRan·MP Materials), 재활용 체인(Li-Cycle·Nucor Scrap Division)
  • 피해 — 건설·배선 업종(Masco, Eaton 회로시스템), EV OEM(포드·GM), 태양광 인버터(SolarEdge)

미국 1위 케이블 회사 Prysmian Group US는 “동가 상승 10% 당 영업이익(EBIT)이 평균 120bp 축소된다”고 밝혔다. 반면 Freeport는 “내년 캐파 확대분 20만 톤의 가격 강점이 관세 덕분에 강화될 것”이라고 환영 입장을 표했다.


4. 정부의 산업전략 카드: 광산·재활용·비구리 대체

(1) 국내 광산 투자 가속

국방생산법(DPA) 및 IRA 예산 하에서 구리 공제(Advanced Manufacturing Tax Credit) 신규 항목 도입 가능성이 점쳐진다. AZ Resolution·MI Copperwood·AK Pebble 등 대형 프로젝트가 승인될 경우 2030년 자급률은 50→70%로 개선된다.

(2) 도시광산·재활용 강화

스크랩 재활용률은 현재 35%대. 관세 효과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인센티브가 확대되면 2030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재활용 전처리 공정에 드는 에너지·화학물 비용이 변수다.

(3) 알루미늄·은동(Ag-Cu) 합금 대체

전선·버스바 영역에서 알루미늄 대체가 부분적으로 가능하지만, 전도율·신뢰성 이슈로 구리 절대 대체율은 15% 미만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구리 수요 구조적 감소는 관세만으로 달성되기 어렵다.


5. 지정학·무역 리스크: 美·칠레·중국 삼각관계

관세는 중남미 핵심 파트너인 칠레·페루와의 관계를 긴장시키며, 중국 주도의 ‘리튬 삼각지대’ 투자를 촉발할 수 있다. 칠레 Codelco는 이미 “對미 수출 감축→중국 장기 계약 전환”을 검토 중이다. 이는 미국이 의도치 않게 중국의 원자재 지렛대를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6. 자본시장 대응 전략

① 주식: 바벨 전략

상승 축에 국내 생산·재활용, 방어 축에 저전력 반도체/알루미늄 합금 업체를 두는 바벨 포트폴리오가 유효하다.

② 채권: 인플레이션 헤지형

TIPS·구리 가격 연동 채권(Cu-linked note) 수요가 상승할 전망. BEI 상승 국면에서 듀레이션을 5년 미만으로 유지해 채권가격 변동 리스크를 제한해야 한다.

③ 실물: 스프레드 트레이딩

뉴욕 COMEX 구리와 상하이 SHFE 구리 가격차가 확대되는 틈을 이용한 ARS(Arbitrage Repository Strategy)가 부상한다. 다만 환헤지 비용이 관세 전가분보다 커질 수 있어 정교한 헤지 구조가 필요하다.


7. 결론 ― ‘국가안보 관세’의 빈틈을 메우는 3대 과제

  1. 효율적 재정 투입 — 단순 보조금이 아닌 생산성·환경 성과 연동 인센티브 설계
  2. 공급망 외교 — 칠레·페루와 전략광물 파트너십(SVP) 체결, 중국 의존도 분산
  3. 산업·복지 균형 — 관세로 인한 저소득층 전기요금 상승을 보전할 정책 패키지 필요

구리 50% 관세는 단기간 원자재주·재활용주를 웃게 하고, 중장기에는 미국이 ‘광물 안보’ 자립도를 높이는 촉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프로젝트 지연·동맹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그린 인프라 타임라인 전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 관세는 칼이 아니라 칼날이다. 국가안보와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얻으려면, 미국 경제는 이 칼날 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중석 beyonddata@columnist.ai | 작성일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