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재격화가 던질 10년의 파문: 인플레이션·연준·기업 체인까지 흔든다

이중석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 2025 Lee Jung-Seok All rights reserved.


Ⅰ. 서론 – 다시 떠오른 ‘관세 부메랑’, 왜 지금 주목해야 하는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초 전격 발표한 반도체 100 %·인도산 제품 50 % 관세 재부과 방침은 2018~2019년 1차 무역전쟁 때보다 더 광범위한 파급력을 예고한다. 불과 90일 유예 기간을 둔 이번 조치는 크게 세 갈래 경로—① 물가·인플레이션 기대→연준 금리 경로, ② 글로벌 공급망 재배치, ③ 기업 이익률·밸류에이션—를 통해 향후 최소 10년 동안 미국 증시와 실물경제의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본 칼럼은 최근 공개된 CPI·PPI·관세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기업 실적·투자자 포지션(버핏·테퍼·버리 13F) 등을 종합해 ‘관세 재격화’가 장기적으로 어떤 경로로 미국 자본시장을 흔들 것인지 집중 해부한다.


Ⅱ. 거시 데이터 점검 – 관세와 인플레이션의 공진(共振)

구분 2024년 평균 2025.7월 관세 적용 시 추정(2026E)
헤드라인 CPI y/y 3.2 % 3.1 % +4.0 %
근원 CPI y/y 3.5 % 3.3 % +3.9 %
PPI y/y 2.6 % 3.3 % +4.5 %
10년 BEI(기대인플레이션) 2.28 % 2.34 % 2.70 %

주: 2026E는 연준 시카고·뉴욕·CBO 공동 모델 상단 추정치를 인용

관세가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시차는 약 6~9개월이다. 특히 중간재→도소매→서비스 가격으로 전가되는 과정에서 2차·3차 라운드 물가 충격이 중첩된다. 2018~2019년 사례에 따르면 25 % 관세는 헤드라인 CPI를 연 0.3 %p, PPI를 0.5 %p 가량 끌어올렸다. 이번에는 관세율·적용 품목·공급난이 모두 확대돼 물가 가속도가 과거 대비 최소 1.3배 이상이 될 공산이 크다.


Ⅲ. 연준 시나리오 – ‘황금 경로’가 흔들릴 때 나타나는 세 갈래 경로

  1. 베이스라인(30 % 확률): CPI 4 % 안팎 정점 후 2027년 2 %대 복귀. 연준은 9월·12월 25 bp 인하로 속도 조절, 2026년 중립금리 3 % 안착.
  2. 스태그플레이션(45 % 확률): 근원 CPI 4 % 고착 + 실업률 4.8 % 상향. 연준 금리 2026년까지 4 %대 유지, 실질금리 플러스로 경기 둔화 심화.
  3. 공급망 재편 성공(25 % 확률): 관세 수입 재투자·멕시코·베트남 리쇼어링 가속. 단가 압력은 높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순충격 0.5 %p 완충.

주목 포인트는 ‘경기 과열→수요 억제→디스인플레이션’의 선형 경로가 아니라, 정책·구조적 충격이 동시다발로 작동하는 비선형 국면이라는 점이다. 연준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②번 경로이다. 임금·서비스 가격이 관세발 인플레와 공진하며 기대인플레를 고착시킬 경우, 1970년대형
“비둘기→매파→울트라 매파” 전환이 재연될 위험이 있다.


Ⅳ. 섹터별 파급 – ‘3단 분화’ 지도

1) 직접 타격군 – 반도체·소비재·대형 리테일

  • 반도체 장비(AMAT·KLAC): 장비 수출 허가·예외조항 복잡화 → CapEx 지연·수주백로그 감소.
  • 대형 리테일(Target·Walmart): 수입 비중 33~50 %. 관세 15 %→8 % 가격 전가 필요. 저소득층 수요 탄력성 탓에 마진 –120 bp.

2) 수혜·회피군 – 헬스케어·방산·리쇼어링 소재

  • 헬스케어 보험(UNH): 매출의 95 %가 내수, 환율·관세 영향 미미. 디펜시브 프리미엄 부활.
  • 방위산업 소프트웨어: 안보 우려→국산화·사이버보안 예산 확대.
  • 멕시코 제작·美 중간재 업체: 관세 회피용 ‘니어쇼어링’ 수요 수혜.

3) 피봇(Pivot)군 – AI·클라우드·ESG 인프라

  • 단기 비용 상승 vs. 중장기 자동화·생산성 제고로 상쇄.
  • AI GPU(엔비디아) 수요는 유지되나 CAPEX 싸이클이 2~3분기 딜레이 될 가능성.

Ⅴ. 실적·밸류에이션 모델링 – 관세 시나리오별 S&P 500 EPS

연도 컨센서스(관세 이전) 시나리오① 시나리오② 시나리오③
2025E $245 $239 $231 $242
2026E $262 $250 $226 $255
2027E $278 $265 $230 $273

②(스태그플레이션) 경로에서는 2026E EPS가 14 % 하향되며, 목표 PER 17배→14배 리레이팅까지 고려하면 S&P 500 적정가 4,300p 대가 산출된다(8월15일 종가 5,010p 대비 –14 %).


Ⅵ. 정책·지정학 변수 – ‘관세+선거+지정학’ 3층 파고

① 미·중 정상회담(11월 알래스카) 결과에 따라 관세 항목·타임라인이 다시 조정될 여지.
② 대선(2026 년 11월) 여야 공통분모는 ‘중국 기술 견제’. 정권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관세 완전 철회는 난망.
③ 대만 해협 리스크 – TSMC·삼성 생산차질 가정 시, 미국 반도체 자급률 12 %→35 %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 검토.


Ⅶ. 장기 포트폴리오 전략 – 데이터가 말해주는 다섯 가지 로드맵

  1.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인덱스화
    미국 내 생산·매출 비중 80 % 이상, 외부 조달 비중 ≤20 % 기업 중심 ETF(예: ITA, XLI) 분할 매수.
  2. 리쇼어링 리츠+전력 인프라
    멕시코 국경 인근 물류창고 REIT, 전력망·데이터센터 REIT (DLR, EQIX) → 관세 장벽이 높을수록 Just In Case 재고 전략 수혜.
  3. 디펜시브 콤보: 헬스케어 보험 + 월배당 리츠
    UNH·CVS + Realty Income(O): 매 분기 현금흐름 재투자 → 인플레 방어.
  4. 바이든式 친환경 대신 ‘갈색 to 녹색’ 전환주
    철강·알루미늄(새니터리 관세 회피 소재) → 태양광·ESS BOS(균형 기술) 교차 매수.
  5. 디레이션 헤지 옵션
    CPI 서프라이즈 베팅용 1Y5Y 인플레 스왑, 10Y 국채 푸트 + 골드 콜 스프레드.

Ⅷ. 필자 결론 – ‘관세 경제학 2.0’에 필요한 세 가지 투자 태도

첫째, ‘대차대조표 경기’로 시야 확장
관세·통화 여건·순부채·에너지 비용이 서로 역학을 일으키는 Balance-Sheet Cycle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처럼 PER·PBR 단일 잣대로는 변동성을 해석하기 어렵다.

둘째, ‘기간 불일치(Duration Mismatch)’ 위험 관리
10년물 금리 4 %→4.7 % 시 IT·커뮤니케이션 PER 12 % 조정 가능. 성장주 비중이 높다면 듀레이션 헷징(예: 환헤지 TIPS·단기 국채 ETF) 필수다.

셋째, ‘네버 엔딩 밸류체인 재편’에 투자
관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인플레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시화되는 시대에 기업의 가장 강력한 모멘텀은 밸류체인 재배치 능력이다. 리쇼어·니어쇼어·프렌드쇼어 전략에서 표준화 가능한 중간재를 지배하는 기업—예컨대 멕시코 EMS(전자제조서비스)·공장 자동화 SW—에 장기 초과수익이 귀착될 확률이 크다.


※ 투자 유의사항 : 본 칼럼은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학술·저널리즘적 견해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