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부담을 떠안아온 완성차 업계, 차량 가격 인상 압박 거세진다

■ 관세와 자동차 가격의 미묘한 균형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4월부터 시행한 추가 관세로 완성차 업계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용 증가를 떠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 인상은 지금까지 ‘찔끔’ 수준에 그쳐, 미국 내 신차 구매자는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가격표를 보고 받는 충격)를 피할 수 있었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와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부담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현재 업계는 이 비용을 자체 흡수하거나 공급망에 분담시키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런 완충 장치가 오래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자동차 가격 정보업체 에드먼즈(Edmunds)에 따르면 2025년 3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미국 내 신차 평균 제조사권장소비자가(MSRP)는 1% 미만 상승에 그쳤다. 이는 기존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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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 부담이 구체적으로 얼마인가?

GM은 올해 50억 달러 규모의 ‘관세 관련 총비용’을 예상하고 있으며, 포드는 30억 달러의 직격탄을 언급했다. 컨설턴트이자 GM 전 임원인 워런 브라운의 분석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연율 환산 시 관세는 차량 1대당 약 2,300달러의 추가 비용으로 환산된다.

이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국산·수입 차량에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를 가정한 액수로, 결국 소비자 판매가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 업계의 ‘가격 인상 억제’ 전략

자동차 업체들이 당장 가격을 높이지 못하는 데는 ‘수요 내구성’이 제한적이라는 현실적 이유가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 집계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미국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약 30% 올라 49,07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가격이 많이 뛴 상황에서 또다시 큰 폭으로 올리면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다.

현대자동차 북미 CEO 랜디 파커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2분기 관세 부담으로 6억 달러가량의 영업이익이 잠식됐다고 밝히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을 지키지 못하면 고객을 잃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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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RP 인상이 어렵다 보니 목적지 비용(destination fee)부가 비용이 조정되고 있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2025년형 차량의 목적지 비용은 전년 대비 8.5% 상승해 평균 1,50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볼 수 없던 급등세다.


■ 앞으로의 시나리오: ‘점진적 인상’이 현실적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카구루스(CarGurus)의 경제·시장 정보 디렉터 케빈 로버츠는 완성차 업체들이 고마진 모델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면서 MSRP를 서서히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격 인상 업체를 공개 비판해온 전례를 감안할 때 ‘여론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행보이기도 하다.

실제 일부 업체는 이미 ‘선별적 가격 조정’에 나섰다. 포드의 멕시코 생산 모델, 스바루 일부 차종, 포르쉐·애스턴마틴 등 고급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매출 규모가 큰 딜러 체인 오토네이션(AutoNation)의 마이크 맨리 CEO는 7월 실적 전화회의에서 “주요 모델 가격은 경쟁적으로 유지하되 전체 포트폴리오에 걸쳐 소폭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 딜러 그룹 운영책임자 스콧 쿠네스 또한 “시장점유율 전쟁이 치열한 만큼 가격 인상은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MSRP·목적지 비용이란?

MSRP(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는 제조사가 권장하는 소비자 판매가로, 차량 기본가와 옵션 가격을 합산해 제시한다. 반면, 딜러가 실제로 판매하는 ‘거래 가격(트랜잭션 프라이스)’은 할인이나 인센티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목적지 비용(destination fee)은 생산 공장에서 딜러까지 차량을 운송할 때 발생하는 물류비를 의미한다. 최근 관세 비용이 급격히 오르면서 MSRP 대신 이 항목이 인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기자의 시각: ‘관세 방파제’의 한계

“관세를 내부에서 흡수하는 전략은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환율, 원자재, 물류비까지 복합적으로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는 소비자 가격 인상과 판매량 감소라는 ‘이중 딜레마’에 놓였다.”

현재까지는 고마진 모델을 늘리고, 내부 비용 절감과 공급망 협상을 통해 관세 쇼크를 완화하고 있지만, 자동차 산업 특성상 대규모 설비·인력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영업 레버리지가 높다. 결국 판매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으로 관세가 유지되거나 확대될 경우, 세단·SUV·전기차 등 차급별 가격 구조가 재편되고, 소비자 선택은 ‘신차 대기’ 또는 ‘중고차 구매’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장기적으로 중고차 시장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어, 결국 자동차 전 생애 가치 사슬이 영향을 받게 된다.


■ 결론

완성차 업계는 ‘가격 인상’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당장 소비자에게 넘기지 않고 있지만,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점진적·선별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소비자는 향후 차량 구매 시 MSRP뿐만 아니라 목적지 비용·옵션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정책 당국은 관세 정책이 내수 소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정밀하게 점검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