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돌아온 보호무역주의, 이번엔 ‘일시적 변수’가 아니다
2025년 7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서명한 ‘관세 상호주의 행정명령’은 미국 경제·금융시장을 즉각 흔들었다. 발표 당일 S&P500 지수는 2% 넘게 밀렸고, 10년물 미국채 금리는 안전자산 선호로 15bp 하락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을 긴장시킨 대목은 미국 평균 관세율이 단숨에 15~20% 구간으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19 직전 3.5% 수준과 비교하면 5배, 1990년대 초 NAFTA 체결 전 고점(5%대)을 3배 이상 상회한다. 시장은 다시 ‘고관세 뉴노멀’이라는 낯설고도 긴 터널 앞에 서 있다.
■ 왜 지금 관세인가 – 정치·안보·산업의 3중 퍼즐
1) 대선 정치학
트럼프 캠프 내부 문건을 보면 관세는 ‘국내 제조업과 농민을 결집시키는 즉효 카드’로 규정돼 있다. 2016·2020년 대선 당시 러스트벨트 경합주를 휩쓴 전략적 레토릭이 2026년에도 유효하다고 본 셈이다.
2) 경제안보·중국 견제
CHIPS and Science Act, IRA 등 산업법도 “공급망 재편→고관세 정당화” 흐름을 뒷받침한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핵심 소재까지 포함된 추가 리스트는 ‘중국 + 1’을 넘어 ‘중국 제외 범세계 공급망’을 겨냥한다.
3) 재정 & 통화 정책의 ‘빈 공간’
확장적 재정·저금리 부스터를 동시에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세는 정치적으로 “재난지원금 없는 경기부양”을 도모할 수 있는 quasi-fiscal 수단으로 간주된다.
■ 글로벌 무역 데이터로 본 ‘15% 관세’의 구조적 충격
지표 | 2017 (관세 이전) | 2024 (10% 관세) | 2025E (평균 1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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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입물가 YoY | +1.5% | +5.8% | +8.0~10.5% |
CPI 헤드라인 (연평균) | 2.1% | 4.0% | 3.8~4.3% *관세효과만 0.8~1.0%p |
美 재화수입 GDP 비중 | 14% | 12% | 10~11% |
중국 → 美 수출 증가율 | +8% | -15% | -25~-30% |
*자료: BEA, BLS, Peterson Institute 예측치, 이중석 계산
표가 시사하듯 이미 10%선 관세만으로도 수입물가·소비자물가(CPI) 0.4~0.6%p를 끌어올린 전례가 있다. 관세 인상이 재정지출을 수반하지 않는 ‘세금형 물가 충격’이라는 점에서, 장기적 인플레이션 기대(IE) 상방 리스크가 재부상한다.
■ 5대 섹터·산업별 장기 전망 (2025~2027)
1) 소비재·리테일 – 마진 스퀴즈와 소비 패턴 변화
- 월마트·타깃: PB(자체상표) 비중 40% 이상이 강점이지만, 의류·완구 등 중국산 비중이 큰 품목에서 가격 인상 압력. 고객 트래픽 유지 ↔ 마진 희생 딜레마.
- 아마존: 풀필먼트·물류 CAPEX 급증(연 1,100억 달러)과 맞물려 단기 비용 압력 ↑. 그러나 관세비 피크아웃 후에는 글로벌 셀러 다변화·인도 생산 허브로 상대적 수혜.
2) IT·반도체 – ‘중간재→완성품’ 이중 관세
- 애플·델·HP: 부품 → 완제품 2단계 관세로 실제 부담률 25~28% 추정. 인도·베트남 디카플링(de-coupling) 가속.
- 엔비디아·AMD: 칩셋 생산은 TSMC ·삼성 등 대만/한국 비중이 크지만, 후공정(테스트·패키징) 대만→말레이·시안 등 병목. 반도체 장비업체(ASML, LAM)는 예외 관세 협상 중.
3) 자동차·배터리 – IRA 세액공제 vs. 신규 관세 ‘엇갈린 시그널’
- EV 세액공제(7,500달러) → 미국 내 ‘자동차공동체(오토 앨리)’ 투자가속. 그러나 CATL·BYD 등 중국 배터리셀·양극재 의존도 30%+ → 임계한계.
- GM·포드·테슬라: IRA 국산화 요건 충족 위해 북미 광물·부품 내재화에 이미 CAPEX 430억 달러 선제 투입. 장기 원가 경쟁력 반등 가능.
4) 중간재·철강·신재생
- US 스틸·뉴코어: 15% 관세 → 국내 HRC(열간압연코일) 가격 상방 10~15% 추정. (탄소) 보더 조정세 도입 시 추가 수혜.
- 퍼스트솔라·넥스트에라: 중국산 폴리실리콘·태양광 모듈 관세 → 단기 비용↑ 불가피. 다만 IRA 세액공제 + 공급망 디커플링으로 2027년 이후 IRR↑.
5) 금융·채권시장 – 금리·스프레드 ‘관세 프리미엄’ 재가산
- 연준 ‘하이브리드 매파’: 단기(’25) 물가 +0.8~1.0%p → 인하 속도 늦출 소지. 리더 50bp 인하 베팅은 노동 충격을 전제.
- BBB-투자등급 하이일드 경계: 수입재 원가 부담이 가장 큰 섹터(리테일·호텔·항공) 발행 기업 회사채 스프레드 80~120bp 재확대 가능.
■ 베이스라인·경기침체·스태그플레이션 3대 시나리오
- Baseline(확률 50%): 관세 15% 고착, 연준 2025년 4Q 단차 25bp×2 인하. 2026년 실질 GDP +1.6%
- Mild Recession(40%): 관세 20%+ + 추가 보복, 연준 인하 지연, 소비심리 급락 → 2026년 실질 GDP -0.3%
- Stagflation(10%): 관세 25% 재돌출·공급망 혼란·에너지 가격 급등 → CPI 4%+ & GDP 0% 내외
(시카고 패드 모델 추정)
■ 투자전략 – “Selective Barbell”
① 단기(0~12개월): TIPS 10yr + USD IG Corp A 이상 오버웨이트, 주식은 다우 수출대기업 언더웨이트 / 리쇼어링 테마(건설·자동화·산업 SW) 적극 비중확대
② 중기(1~3년): 로보틱스 ETF, 전력그리드·AI 데이터센터 REIT > 글로벌 소비재·럭셔리 언더웨이트. 미 ‘오토 앨리’ 주·지자체 채권 (일리노이·테네시) 스프레드 축소 베팅.
③ 헤지 포인트: WTI 50/75 콜스프레드, CME 랜덤 레드 유로달러 3M 풋(금리 급등 헤지)
■ 결론 – “관세 2.0 시대, 인플레 2.0”
10% 관세가 일시적 변수일 것이라던 2020년 월가의 컨센서스는 빗나갔다. 이번 15~20% 국경세는 글로벌 GVC를 다시 쓰는 구조적 레짐 시프트다.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은 더 험난해지고, 연준은 성장 vs 물가 중 어느 신을 먼저 섬길지 재차 시험대에 오른다. 투자자는 ‘평균 회귀(mean-reversion)’가 아닌 ‘패러다임 이동’ 속에서 자산 배분을 재설계해야 한다.
글 · 이중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兼 데이터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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