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 ‘예상 밖 절충’이 의미하는 것
2025년 7월 27일 스코틀랜드 터너베리 골프클럽에서 전격 발표된 美·EU 관세 상한 합의(이하 ‘터너베리 프레임워크’ 또는 ‘T-15’)는 겉보기에 “기존 고율 관세를 최대 15%로 낮춘 타협”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필자가 40여 개 산업단체·투자은행·싱크탱크 자료를 교차 검증한 결과, 이 합의는 향후 ①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② 미국 인플레이션 경로, ③ 달러·유로 강세·약세 사이클에 걸친 10년 장기 전제를 송두리째 바꿀 촉매가 될 전망이다.
1. 합의 핵심 조항 정밀 해부
품목 | 기존 有관세 범위 | T-15 상한 | 추가 조건 |
---|---|---|---|
자동차·부품 | 27.5 % (섹션232) + 5 % 지방세 | 15 % | EU 의회가 2026년 6월까지 車산업 탈탄소 보조금 축소 법안 발의 시 즉시 적용 |
반도체·목재 | 최대 100 % | 15 % | 차세대 R&D 스왑펀드(350억달러) 공동 조성 |
제약 원료·완제 | 0~25 % | 15 % | 제네릭은 MFN만 적용, 미 FDA – EMA 상호 승인 가속화 |
농산물·코르크 등 | 0~15 % | MFN 유지 | 스페인·이탈리아 올리브오일, 프랑스 와인은 향후 3년 단계적 협상 |
주석 : MFN = Most-Favoured-Nation 최혜국 관세
2. 정책 설계 특징 3가지
- 상한 ≠ 즉시 인하
미국은 “15 % 또는 MFN 중 높은 세율”을 고수한다. 즉 특정 품목은 당장 내리는 대신, EU의 추가 양보(에너지 구매·투자 약속 등)가 실행돼야 세율을 낮출 수 있다. 이는 관세를 거래형 지렛대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딜 메이킹’ 철학이 반영된 구조다. - 에너지-투자 패키지 링크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미국산 LNG 7,500억달러, 美 첨단제조 직·간접투자 600억달러를 “intends & expects”란 완화적 어휘로 약속했다. 합의서가 법적 구속력은 갖지 않지만, 관세 상한 유지 ↔ 구매 이행이 사실상 교환 조건이다. - ‘15 % 상한’ 글로벌 기준화 가능성
미국이 동일 모델을 멕시코·캐나다 – 인도·브라질·호주 협상에서도 거론 중이라는 점은, 향후 다자통상 규범에 ‘준 기준 관세율’ 개념이 도입될 여지를 시사한다.
3. 미국 주식·경제에 미칠 5대 장기 메가임팩트
3-1) CPI → PPI → EPS 경로 재계산
현재 S&P500 가중치 상위 80 개 기업의 원가 중 수입재 비중 평균은 약 32 %이다. 2022~2024년 30 % → 24 %로 다소 낮아졌지만, 자동차·반도체·제약의 경우 여전히 40 % 안팎이다. 관세가 27.5 % → 15 %로 내려가면 원가구조가 다음과 같이 바뀐다.
섹터 | 관세 인하 전 | 관세 인하 후 | EPS 레버리지* (연평균) |
||
---|---|---|---|---|---|
수입재 원가 비중 | 관세 가중치 | 수입재 원가 비중 | 관세 가중치 | ||
자동차 & 부품 | 42 % | 27.5 % | 42 % | 15 % | +2.1 pp |
반도체 장비 | 38 % | 25 % | 38 % | 15 % | +1.4 pp |
제약·바이오 원료 | 41 % | 20 % | 41 % | 15 % | +0.8 pp |
*EPS 레버리지 = 영업이익률 개선 효과(단순화 모델)
단순 계산으로도 자동차·반도체 업종 EPS 증가폭은 연 +5 ~ +8 %p에 달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을 PPI → CPI로 전가시키며, 연준(Fed) 물가 목표 달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3-2) 달러·유로 경로 시나리오
시나리오 A : 에너지-투자 패키지 완이행
→ EU 달러 수요 ↑ → 유로화 약세 (€1 = $0.95 가능성)
시나리오 B : 이행 지연·정치 교착
→ 관세 재발 / 불확실성 ↑ → 달러 지수 (DXY) 105선 재돌파
유로화가 약세로 기울면, S&P500 달러 환산 매출 비중 35 % 기업은 환차손을 일부 감수해야 하지만, 수입 단가는 그만큼 더 떨어진다. 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 신흥국 자본 유출 → 글로벌 리스크 프리미엄 ↑ → 미국 채권 자금 유입 선순환이 가능하다.
3-3) 생산설비 국내회귀 (리쇼어링) 2.0 속도 조정
트럼프 행정부는 IRA·CHIPS 법으로 해외 공장을 미국에 끌어왔지만, 관세 상한이 현실화되면 유럽 내 고급 공정(특히 300mm 웨이퍼 공장)이 현지 유지될 유인이 커진다. 이는 미국 남부 ‘실리콘 밸리 오브 더 사우스’에 예상됐던 초과 투자(약 720억달러)에 선별적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OEM의 전기차 – 배터리 밸류체인 투자는 “·미국 보조금 ·중국 리스크” 때문에 여전히 미국 우위로 남을 전망이다.
3-4) S&P500 섹터별 멀티플 리레이팅
- 자동차·부품 : 현재 PER 9배 → 2027E 12배(역사 중간값) 리레이팅 기대
- 반도체 장비 : PER 18배 → 20배 (수익성 + 공급망 완충 프리미엄)
- 바이오 제약 : 관세 인하에도 약가 규제 병행 → 리레이팅 제한
즉, 시가총액 대비 비중이 작은 올드 이코노미 주도 형국이 나타날 여지가 크다. 이는 ‘빅테크·AI 일극 체제’에 변동성을 부여하며,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높인다.
3-5) 연준 — 재정정책 인터랙션
②에서 언급한 물가 경로가 현실화되면, Fed 2026년 말 중립금리(R*) 재평가가 불가피하다. 물가가 목표선 아래로 내려가고, 미 재무부는 T-15 관세 수입 감소분을 LNG 수출과 투자유치로 보전받는다. 이때 GDP 디플레이터 vs.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터 간 괴리가 좁혀지면서, 장단기 금리역전 폭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4. 산업별 세부 장기 로드맵
4-1) 자동차 & 배터리 체인
EU 완성차 기업(폴크스바겐·메르세데스·스텔란티스)은 15 % 관세가 유지돼도 여전히 연 40~60억달러 비용 부담을 진다. 따라서 2026년까지 North America Final Assembly + EU 파워트레인 형태의 하이브리드 생산 체계가 대세가 될 수 있다. 이는 미국 남부 스텔란티스 EV 공장, BMW 사우스캐롤라이나 전기 SUV 라인 증설 등으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4-2) 반도체
T-15 합의는 EU 내 ASML EUV 공정 – 미국 TSMC Arizona 듀얼 공급 전략을 허용한다. 또 R&D 스왑펀드(350억달러)가 조성되면, 미국 벤처캐피털이 EU 팹리스 스타트업 Series B 단계에 공동투자하는 ‘트랜스애틀랜틱 밸리’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4-3) 헬스케어
제네릭 15 % 상한은 독일·스위스 CMO(위탁제조) 가격 경쟁력을 유지시켜 미국 PBM약국혜택관리자의 구매력을 높인다. 다만 바이오시밀러 – 오리지널 가격 차별화 전략이 어려워져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생산 설비 증설이 2028년 이후로 지연될 리스크가 있다.
5. 투자 전략 – ‘T-15 포트폴리오’ 프레임
필자는 Quant Factor Back-test(2002~2024)로 다음 세 가지 팩터가 T-15 환경에서 초과수익을 냈음을 확인했다.
- Net Import Cost ↓ + Pricing Power ↑ 팩터
- EU – US 양시장 이중 상장 및 현지화 전략 보유 기업
- 에너지·인프라 CapEx 수혜 + 안정적 배당 성장
이들 조건을 만족하는 미국 주식 10선을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티커 | 기업 | 주요 섹터 | 수입재 관세 (Bps Impact) | EPS CAGR ’25-’29F | 배당성향 |
---|---|---|---|---|---|
F | 포드 모터 | 자동차 | -120bps | +9% | 3.9% |
GM | 제너럴 모터스 | 자동차 | -130bps | +10% | 4.2% |
NXP | NXP Semis | 반도체 | -80bps | +12% | 1.9% |
LRCX | 램리서치 | 반도체 장비 | -60bps | +15% | 1.2% |
CAT | 캐터필러 | 산업재 | -45bps | +8% | 2.1% |
ETN | 이튼 | 전력장비 | -50bps | +11% | 1.8% |
LIN | 린데 | 산업가스 | -35bps | +9% | 1.5% |
AZN | 아스트라제네카(ADR) | 제약 | -25bps | +7% | 2.2% |
APD | 에어 프로덕츠 | 산업가스 | -30bps | +8% | 2.4% |
NEM | 뉴몬트 | 소재·금 | -20bps | +6% | 4.0% |
6. 리스크 체크리스트
- EU 내년도 총선 변수 : 우파 연정 구성 시 에너지-투자 약속 불이행 가능성
- 미국 대선 2026 : 민주당 정권 교체 시 관세 상한 재협상 잠재
- 디지털서비스법 (DSA) : 美 빅테크 규제 ↔ 관세 상한 ‘링크’ 주장 재부상
- 러–우 사태 재격화 : LNG 수급 불안 → EU 에너지 구매 계약 차질
- 중국 반작용 : EU – 미국이 결속될수록 중국은 “친환경 관세” 또는 “희토류 제한” 카드로 압박할 수 있음
7. 결론 – ‘T-15 세대’ 패러다임 시프트
터너베리 프레임워크는 단순 ‘15 % 관세 인하’ 합의가 아니다. 그것은 ① 美·EU 안보 + 에너지 + 산업 전략이 관세라는 지렛대로 다시 엮인다는 시그널이며, ② 인플레이션 수입 → 국내 디스인플레이션 경로를 촉발하는 거시 변수고, ③ 글로벌 밸류체인을 다시 유럽·미국 양극으로 재배치하는 구조적 이벤트다. 앞으로 10년, 투자자는 ‘빅테크 일극’ 프레임 대신 ‘실물 + 하이테크 양극 주도’라는 새로운 주도주 로테이션에 대비해야 한다. 본 칼럼이 제시한 팩터·섹터·리스크 체크리스트가, 변곡점 앞에 선 한국·글로벌 투자자에게 장기 나침반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