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상원 선거 앞두고 국채·엔화 변동성 확대 우려

도쿄발(Reuters)—일본 금융시장이 7월 21일 실시되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극심한 변동성에 직면했다. 일본국채(JGB) 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가운데, 엔화 가치는 달러·유로화 대비 수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여당인 자유민주당(LDP)·공명당 연립이 과연 과반을 사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정치 리스크 프라이싱이 본격화된 결과다. 여야 의석 구도에 따라 재정 정책·통화 정책의 방향이 급변할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번 주 30년물 JGB 금리는 35bp(0.35%p) 급등하며 3.20%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8거래일 연속 매도세가 불러온 결과다. 동시에 엔/달러 환율은 200일 이동평균선(149.70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의 부채비율은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250%로 선진국 중 최고지만 최근엔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고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후지시로 코이치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정당 구도별 3대 시나리오

① LDP·공명당이 과반 유지
가장 ‘안정적’인 시나리오다. 재정지출 확대 기대가 줄어드는 만큼 JGB 금리는 하락(가격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스탠다드차터드는 “이 경우 대규모 숏포지션이 취약해질 것”이라며,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증세 없는 감세 요구를 거부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환율 측면에서도 안전자산 선호로 엔화가 일부 되돌림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② 연립여당 약세·이시바 총리 퇴진
여당이 과반(50석) 확보에 실패하면, 국민민주당(DPP) 등과의 추가 공조가 불가피하다. DPP는 일본은행(BOJ)에 재완화(re-easing)를 요구해온 정당으로, 시장은 이미 이번 주 금리 급등을 통해 이를 가격에 반영했다. LDP 내부 후임 1순위로 거론되는 다카이치 사나에아베노믹스 계승을 주장하며 통화완화 재개를 공언한 인물이다. TD증권은 “총리 교체 시 외국인 자금 이탈로 엔화 약세가 149.70엔 상향 돌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③ 야권 돌풍·소비세 인하 가속
야권(국민민주·입헌민주·산세이토)의 약진은 가장 ‘시장 교란적’ 결과로 꼽힌다. 세 정당 모두 소비세(부가가치세) 인하를 내걸고 있으며, 산세이토는 아예 VAT 전면 폐지를 주장한다. 바클레이스는 “소비세 5%p 인하만으로도 30년물 금리가 15~20bp 추가 상승, 장단기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베어 스티프닝(bear-steepening)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진 켄자키는 “야권 연정이 현실화될 확률은 10% 수준이나, 그 경우 ‘임기 초부터 금리가 급상승해 고금리 국면이 고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어 설명

• 일본국채(JGB)
Japanese Government Bond의 약자로,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엔화 표시 국채를 의미한다. 만기 구조가 다양하며,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간주되어 왔으나 최근 금리 급등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됐다.

• 아베노믹스(Abenomics)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2년부터 추진한 ①대규모 통화완화 ②확장적 재정정책 ③구조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 경제정책 패키지다.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부채 확대 부작용도 남겼다.

• 베어 스티프닝
채권시장 용어로,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며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이다. 보통 인플레이션 우려나 재정 확대 전망이 촉발한다.


전망과 투자 전략

시장 참여자들은 여당이 과반을 지킬 경우 JGB 매도 포지션 청산을, 반대로 야권이 약진할 경우엔 엔화 추가 약세·장기물 금리 상승에 대비한 헷지 전략을 검토 중이다. 다이와증권 쓰보이 유고 수석전략가는 “총리 교체 시나리오가 오히려 단기 조정 후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부채 감축 vs 경기 부양’이라는 두 축이 충돌하는 가운데, 일본 국채·외환시장은 정치 이벤트 리스크에 전례 없는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선거 결과는 7월 21일 밤 8시 이후 속보로 발표될 예정이며, 다음 주 월요일 개장과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즉각적인 포지션 조정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