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단독: 트럼프, 2003년 제프리 엡스타인 50회 생일에 ‘외설적’ 축하 서한 보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03년 억만장자 금융업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보낸 ‘외설적(bawdy)’ 축하 편지가 뒤늦게 확인됐다.

2025년 7월 1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편지는 엡스타인이 지인들로부터 받은 생일 편지들을 가죽 표지 앨범에 모아둔 ‘Birthday Album’ 안에서 발견됐으며, 서명란에는 트럼프의 필체로 추정되는 ‘Donald’라는 이름이 삽입돼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WSJ 기자 카디자 사프다WSJ 소비재·정치 담당조 팔라촐로는 해당 문건을 직접 열람한 뒤 “나체 여성의 윤곽선 안에 타자기로 쳐 넣은 대화체 문장들이 배치돼 있었고, 여성의 가슴 부분은 두 개의 작은 반원으로, 치모(陰毛) 위치에는 ‘Donald’라는 서명이 곡선 형태로 그려져 있었다”고 묘사했다.


1992년 트럼프와 엡스타인 파티 장면

편지 말미에는 “

‘Happy Birthday — and may every day be another wonderful secret’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생일 축하하며, 매일이 또 다른 멋진 비밀이 되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미국 언론은 이를 성적 암시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편지는 엡스타인의 오랜 지인이자 2022년 소아 성범죄 공모 혐의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기슬레인 맥스웰의 요청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맥스웰은 당시 엡스타인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유명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를 수집했다는 증언이 있다.

트럼프 측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WSJ와의 16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건 내가 쓴 것이 아니다. 완전히 가짜다’”라며 “나는 여성을 그림으로 그린 적도 없으며, 그림 속 언어 역시 내 어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문이 이걸 보도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현직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SNS ‘X’(구 트위터)에 “이 기사는 완전히 터무니없는 헛소리”라며 WSJ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편지를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이게 정말 트럼프다운 문체라고 믿을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WSJ 보도 하루 전인 17일, 미국 법무부는 맨해튼 연방검찰 모린 코미전 특수부 검사·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딸를 해임했다. 코미 검사는 엡스타인과 맥스웰 사건 기소팀에 참여했던 핵심 인물이었다. 일련의 조치가 편지 공개와 맞물리면서, 법무부와 백악관의 문건 관리·공개 방식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엡스타인 관련 수사는 2019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아동 성매매와 인신매매 혐의로 확대됐다. 엡스타인은 2019년 8월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했고, 뉴욕 시 검시관은 이를 자살로 판정했다.

엡스타인 관련 증거 자료

‘Leather-bound album’은 고급 소가죽으로 제작된 제본 앨범을 뜻한다. 엡스타인은 평소 친분이 있던 정·재계 거물들로부터 받은 서신을 이런 앨범에 모아 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앨범에는 앨런 더쇼비츠 변호사와 레슬리 웩스너 L 브랜즈(빅토리아시크릿 모기업) 창업자 등의 편지도 포함됐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로선 편지의 진위(眞僞)와 작성 경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트럼프 서명부’가 실제 친필인지, 제3자가 장난·모조했는지에 대한 필적 감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확보하려면, 원본 서류에 대한 체계적인 감식 절차가 필요하다.

법무부백악관은 CNBC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는 2000년대 초 갈라섰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으며, 엡스타인이 2008년 미성년자 성범죄로 유죄를 인정하자 관계를 완전히 끊었다고 주장한다.

정치권 파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재선 캠페인을 앞두고 ‘엡스타인 리스크’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민주당은 법무부 문건 비공개 결정과 편지 의혹을 연결해 ‘특검 임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세 가지 핵심 쟁점으로 요약된다. 첫째, 편지의 작성 주체와 진위 여부. 둘째, 법무부가 해당 앨범을 확보했음에도 추가 증거를 공개하지 않은 절차적 투명성. 셋째, 트럼프 측의 명예훼손 소송 가능성이다. WSJ가 원본 사본을 공개할지, 트럼프 캠프가 실제 소송을 제기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취재진은 bawdy라는 표현에 관해 미국 사전 정의를 확인했다. 통상 ‘음탕한, 외설적인’이라는 의미로, 법적·윤리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는 수위의 표현이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언론·사법·정치권이 얽힌 이슈가 터질 때마다 선거 리스크 프리미엄이 금융시장에 반영된다”면서 “이번 사안이 트럼프의 지지층 결집에 영향을 줄지, 중도층에 부정적 인식을 줄지는 증거 공개 속도언론의 후속 보도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Fear is the tool of a tyrant.” –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관련 보도: CNBC, 2025년 7월 17일

향후 연방대법원대통령 면책 특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그리고 언론의 공적 인물 검증 권리와 충돌할 여지는 없는지 주목된다. 이번 WSJ 보도가 가짜라면 트럼프 측은 손해배상은 물론 정정보도 및 명예회복 절차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편지의 진본성이 입증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도덕성 논란과 함께 엡스타인 성범죄 스캔들의 ‘공동체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미국 유권자들은 2016년 대선 당시 공개됐던 ‘Access Hollywood’ 녹취파문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빅데이터 여론 분석을 보면, 성윤리 문제는 중도·무당층의 표심을 크게 흔드는 변수”라며 “캠프와 법조계의 대응 수위에 따라 트럼프의 지지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백악관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설, 캘리포니아 고속철 예산 회수 등 여러 현안을 동시다발적으로 다루고 있다. WSJ 보도가 이러한 정책 드라이브에 미칠 잠재적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결론적으로, 편지의 존재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 단계다. 그러나 공개 여부, 법적 판단 그리고 정치적 후폭풍이 미합중국의 향후 정국을 뒤흔들 변수로 부상한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