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미국 증권사 Wolfe Research가 고용이 탄탄하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이 완강하게 지속되는 상황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며, 이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 방향과 업종별 투자 전략을 상세히 제안했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Wolfe Research의 수석 전략가 크리스 세니엑(Chris Senyek)이 이끄는 팀은 향후 수개월간 미국 경제가 “고용 강세 + 완고한 인플레이션” 국면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4.25~4.50%인 연방기금금리가 동결될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러한 환경에서 기술(IT) 및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종목, 그리고 필수소비재·유틸리티와 같은 방어적 섹터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설비 투자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그 수혜를 직접적으로 레버리지할 수 있는 기업들이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방어주’(Defensive Stocks)는 경기 침체나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에도 실적과 배당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포트폴리오 방어 수단으로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전력·가스 등 유틸리티, 식음료·생필품을 판매하는 필수소비재 기업이 속한다.
“예상보다 뜨거운 물가 지표가 단기적 ‘리스크 오프’(위험자산 회피) 국면을 유발할 수 있지만, AI 투자 모멘텀은 여전히 강력해 해당 테마에 노출된 종목이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Wolfe Research는 전했다.
● 4가지 거시 시나리오와 추천 업종
보고서는 기본 시나리오 외에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고용 강세·인플레 둔화(‘골디락스’) △광범위한 경기 둔화 등 총 네 가지 경로를 가정했다.
① 스태그플레이션은 부진한 고용과 동시에 가속되는 물가 상승이 맞물린 국면을 의미한다. 1970년대 미국, 1990년대 일본에서 경험됐으며, 경기가 식어도 물가가 잡히지 않아 통화정책 대응이 극도로 어렵다. 보고서는 2025년 하반기 들어 관세 인상 등이 재차 물가를 끌어올릴 경우 이 시나리오가 본격화할 가능성을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 경우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어렵게 되며, 필수소비재·유틸리티·성장주를 방어 수단으로 추천했다.
② ‘골디락스’ 시나리오는 견조한 고용과 물가 둔화가 동시에 존재하는 낙관적 그림이다. 이때 연준은 적극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고, 미 S&P500 내 경기민감 업종(임의소비재·금융·반도체·운송)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③ 광범위한 경기 둔화는 고용 악화와 물가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으로, 연준이 전례 없는 속도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 이때는 다시금 기술·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함께 유틸리티·필수소비재·금융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제시됐다.
● 실적 미스·가이던스 하향 기업 리스트
Wolfe Research는 최근 분기 실적에서 매출 및 EPS가 컨센서스를 하회하고, 연간 이익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는 기업을 지목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TSLA), 생활용품 기업 킴벌리클라크(KMB), 보험사 메트라이프(MET), 저비용 항공사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스(LUV), 서버·스토리지 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전력 기업 비스트라에너지(VST), 물류·창고 리츠 프롤로지스(PLD), 건설 자재 기업 벌컨머티리얼스(VMC) 등이 포함됐다.
● AI 버블인가, 구조적 성장인가? 전문가 해석
필자는 최근 AI 수혜주가 밸류에이션(Valuation) 부담에도 불구하고 EPS 추정치 상향과 함께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이익 주도(Benefit-led) 랠리’ 국면임을 주목한다. 이는 1990년대 ‘닷컴 버블’ 초기와는 달리, 실적 기반이 동반된 점에서 차별화된다.
다만 상반기 이후 실적 서프라이즈 폭이 둔화되면, ‘고용 강세+완고한 물가’ 시나리오는 기술주 주가 변동성과 옵션 변동성(VIX)을 동시에 확대시킬 수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방어주 비중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고, S&P500 풋 옵션을 활용한 헷지는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반대로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소프트랜딩(연착륙) 낙관론이 힘을 얻으며 다우운송지수·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등 경기민감 지수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이다.
● 용어 풀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경기 침체(또는 저성장)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 기업 매출·고용은 부진한데 생활비는 증가하므로 소비·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리스크 오프(Risk-off) :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주식·고수익채 등)을 팔고 안전자산(국채·금 등)으로 이동하는 현상. 지수 급락·달러 강세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필수소비재(Staples) : 식료품·생필품처럼 경기와 무관하게 소비가 유지되는 품목을 판매하는 업종. 매출 변동성이 적어 배당 성향이 높다.
임의소비재(Discretionary) : 자동차·가전·여행 등 경기 변동에 민감한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 경기 확장 국면에서 수요가 확대된다.
● 결론 및 투자 시사점
Wolfe Research의 네 가지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 추이·고용 지표·연준의 통화정책이 투자 포트폴리오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임을 재확인시킨다. 기준금리 동결이 길어질 경우 AI 투자 모멘텀과 방어주 배당 매력이 교차하는 ‘바이폴라’ 장세가 전개될 수 있으며, 여타 변수(관세·선거·지정학 리스크)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멀티 시나리오 전략을 기반으로 △IT·커뮤니케이션 비중 확대 △필수소비재·유틸리티로 방어벽 구축 △금융·반도체·운송에 대한 전술적 트레이딩을 병행하는 바스켓 포트폴리오 운용이 요구된다. 단일 방향에 ‘올인’하기보다는, 옵션 헤지와 섹터 로테이션을 병행해 샤프지수(위험 대비 수익)를 개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