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이 첨가된 음료와 주류에 대한 세금이 충분히 부과되지 않아 이들 제품의 가격이 여전히 저렴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6년 1월 13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WHO는 최근 발간한 두 건의 보고서에서 설탕 첨가 음료(sugar-sweetened beverages)와 맥주(beer)가 조사 대상 국가들에서 상대적으로 더 저렴해졌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탕 첨가 음료는 2024년에 2022년과 비교해 62개국에서 더 저렴해졌다. 별도의 보고서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맥주가 56개국에서 더 저렴해졌다고 지적했다. WHO는 이같은 추세가 소비 증가와 공중보건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강세(health taxes)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며 간단하지 않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을 수 있고, 손실을 보게 될 강력한 산업으로부터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은 제대로 시행될 때 그것이 건강을 위한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 WHO 사무총장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Ghebreyesus)
WHO는 이전에도 설탕이 첨가된 음료와 주류에 대한 세금 인상을 여러 차례 권고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향후 10년 내에 설탕 첨가 음료·주류·담배의 가격을 세금으로 50%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3 by 35”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이 이니셔티브에 따라 WHO는 콜롬비아(Colombia)와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 등 일부 국가의 건강세 사례를 근거로 2035년까지 약 1조 달러(US$1 trillion)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WHO는 세수를 재원으로 공중보건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개발원조가 축소되고 공공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적 보완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한 세금 정책의 정치경제적 측면을 상세히 설명했다. WHO는 건강세가 정치적으로 민감하며 강력한 산업계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올바르게 설계된 세제는 소비를 억제하고 보건비용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비재 기업들에 대한 규제와 책임 문제도 보고서에서 거론됐다. 코카콜라(Coca-Cola)와 펩시코(PepsiCo), 오레오(Oreo)를 제조하는 몬델리즈(Mondelez) 등 다국적 식음료 기업은 상품 구성과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보건 규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미국 보건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는 “Make America Healthy Again” 프로그램을 통해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며 설탕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용어 설명
건강세(health taxes)는 공중보건 개선과 소비 억제를 목적으로 특정 품목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음료·담배·주류 등 해로운 소비재에 대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세금은 품목 가격을 인상하여 소비를 줄이고, 동시에 정부 재정을 확충해 보건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다. 참고 설계 방식에는 소비량에 비례한 세금 또는 가격 기준 세금 등 다양한 방식이 있으나, 보고서는 특정 세제 구조의 장단점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포함한다.
설탕 첨가 음료(sugar-sweetened beverages)는 설탕 또는 기타 감미료가 첨가된 청량음료, 과일음료, 에너지 드링크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과도한 섭취 시 비만·당뇨병·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향후 영향과 전망
WHO 보고서와 이니셔티브는 향후 몇 가지 경제·보건 관련 파급효과를 예고한다. 첫째, 세금 인상은 단기적으로 해당 제품의 소매 가격을 올려 소비 감소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격 탄력성이 높은 소비자층에서는 수요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비만·당뇨병 관련 의료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WHO가 제시한 2035년까지 1조 달러의 세수는 각국 정부에 중요한 재원 확보 수단을 제공한다. 이 재원은 공중보건 투자, 예방 프로그램, 취약계층 지원 등에 쓰일 수 있어 보건 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할 여지가 크다. 다만 세수 전망은 각국의 정책 적용 범위, 회피 행태, 불법 유통 등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셋째, 산업계의 반발은 현실적인 변수이다. 다국적 음료·식품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 조정, 제품 포트폴리오 개편(저당·무가당 제품 확대) 및 로비 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대응은 시장 구조와 고용, 투자 패턴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정책 설계 시 사회경제적 파급을 고려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이 실제 물가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세율 수준, 면세 항목, 세금 징수의 효율성, 대체재의 유무 등 복합요인에 좌우된다. 따라서 WHO 권고가 각국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세금 설계의 투명성, 집행력 강화, 소비자 교육 및 대체 건강식품 보급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적 해석
WHO의 권고는 보건 정책의 재정적 수단을 강조한 사례로, 공중보건 개선과 재정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적 접근이다. 단순히 세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세제 설계에서 저소득층 보호 장치(예: 보조금, 대체식품 지원)와 산업 전환 지원(예: 저당 제품 연구개발 인센티브)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정책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효과에 대한 명확한 근거 제시와 이해관계자 설득이 필요하다.
종합하면, WHO의 보고서는 설탕 첨가 음료와 주류에 대한 세금 강화가 공중보건과 재정 측면에서 의미있는 수단임을 재확인시켰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정치적·경제적 현실을 고려한 정교한 설계와 보완 조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