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발 글로벌 거버넌스 이슈를 둘러싼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이 다시 한 번 세계 금융·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럼 측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설립자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에 대한 내부 조사를 최종 마무리했으며, “중대한 위법행위(material wrongdoing)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WEF 이사회는 지난 4월 접수된 내부 고발 서한을 토대로 슈밥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을 조사해 왔다. 슈밥은 같은 달 별도의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으며, 이번 조사 결과는 그 공백을 메우는 첫 공식 입장으로 해석된다.
조사 경과를 발표하는 동시에, 포럼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Larry Fink)와 스위스 제약 대기업 로슈(Roche Holding) 부회장 안드레 호프만(André Hoffmann)을 공동 임시 의장(interim co-chair)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두 인사는 포럼 이사회 전반의 전략 방향을 관리하고 차기 정식 의장 인선이 완료될 때까지 조직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 시각 — 글로벌 거버넌스·ESG 관점
“슈밥 회장은 약 50년간 다보스포럼을 이끌며 글로벌 리더십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내부 고발과 별도 사임 발표가 동시에 이뤄진 당시, 시장은 ‘투명성 부족’이라는 리스크를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와 핑크·호프만 투톱 체제 구축은 포럼의 신뢰 회복에 긍정적 모멘텀이 될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WEF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의제의 핵심 네트워킹 허브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자산 10조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블랙록 수장의 합류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속 가능 금융’ 어젠다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는 핑크 CEO가 화석연료 기업 투자 비중 축소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이해상충 가능성을 제기하며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핵심 용어 해설
세계경제포럼(WEF) — 1971년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관으로,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연례총회 ‘다보스포럼’을 통해 정부·기업·학계 리더 간 정책 의제를 논의한다.
임시 의장(Interim Chair) — 정식 의장 선임 전까지 조직 운영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임명되는 직책이다. 이번 사례처럼 공동 체제로 운영될 경우, 주요 의사결정 및 대외 메시지에서 균형 잡힌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다보스포럼 2026 준비 과정에서 공동 의장이 제시할 거버넌스 개혁 로드맵이 주목된다. 둘째, 글로벌 ESG 규제 환경이 급격히 재편되는 가운데, WEF가 회원 기업들로부터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포럼의 플랫폼을 활용한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프로젝트가 확대될 경우, 국제 보건·디지털 전환·기후금융 등 폭넓은 분야에서 실질적 투자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슈밥 퇴진 이후의 리더십 공백은 이번 조사 발표와 핑크·호프만 체제를 통해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글로벌 거버넌스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은 WEF가 자문 역할을 넘어 실질적인 정책 영향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