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이 2025년 10월 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블룸버그 스크린타임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Patrick T. Fallon | AFP | Getty Images
2025년 11월 5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이하 WBD)는 연말을 전후해 향후 진로를 대외적으로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에 따라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이하 파라마운트)의 인수 구상은 최소 크리스마스까지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파라마운트는 올해 ‘연휴 소원’으로 WBD 인수를 명시적으로 내걸었지만, WBD가 12월 중·하순에 매각·분할 등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최종 향방은 연말에 가늠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자슬라브 CEO가 이끄는 WBD는 회사의 향후 구조에 대해 두 개 회사로의 분할, 일부 자산 매각, 전면 매각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공개적으로 검토 중이며,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12월 중·하순 공개할 방침이다. 사안의 민감성으로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WBD가 사실상 ‘매물’로 나와 있다고 전했다.
분할·매각 검토의 배경과 가치 논쟁
파라마운트는 WBD 이사회에 여러 차례 서한을 보내 자사 인수 제안이 분할 대안보다 주주가치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CNBC는 이 가운데 10월 13일자를 포함한 2통의 서한 사본을 확인했다. 특히 10월 13일자 서한에서는 주당 23.50달러로 제시된 최신 제안이 WBD의 ‘합리적인’ 분할 시나리오 대비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논리를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해당 서한을 접수한 지 약 일주일 뒤, WBD는 자사 보도자료를 통해 “자산의 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진로를 식별하기 위한 포괄적 대안 검토”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매각 프로세스는 공식화됐으며, 앞서 6월 WBD가 발표했던 양대 회사 분할 계획—즉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중심의 워너 브라더스(WBD 영화 IP와 HBO Max 포함), 그리고 디스커버리 글로벌(CNN, TNT 스포츠, 디스커버리 채널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편제)—을 기본 축으로 한 전략 옵션들이 본격적으로 비교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규제 승인에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분할을 먼저 완료한 뒤 각 사업부를 부분 매각 또는 단계적 매각하는 방식이 최대의 세제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분할은 내년 4월까지 완료될 전망이며, 세금 부담이 없는 거래로 설계되어 있다.
잠재 매수자 지형과 12월 발표 가능성
CNBC의 이전 보도에 따르면, 컴캐스트와 넷플릭스도 WBD의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자산 인수에 관심을 내비쳤다. 익명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WBD가 워너 브라더스(스튜디오·스트리밍 자산)의 매각이 가치창출 측면에서 최선이라고 판단할 경우, 분할 이전인 12월에 해당 방침을 먼저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컴캐스트의 마이크 카베나 사장은 지난주 실적발표 자리에서, 해당 인수가 Versant 분할 이후의 NBC유니버설 사업과 보완적 성격을 갖는다고 발언했다. WBD는 3분기 실적을 목요일 오전 발표한다.
파라마운트의 ‘적대적’ 카드 검토
WBD는 파라마운트의 전면 인수 제안을 세 차례 거부했다. 가장 최근 제안은 주당 23.50달러로, 현금 80%와 주식 20%로 구성돼 있다고 전해졌다. 파라마운트 경영진은 우선 WBD 이사회가 우호적 협상에 응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WBD가 결정을 미루거나 다른 길을 택할 경우 주주에 대한 직접 호소를 통해 적대적 인수(hostile bid)를 공식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WBD는 파라마운트에 데이터룸 접근권을 제공하는 대가로, 적대적 공개매수(텐더 오퍼)를 금지하는 스탠드스틸 조항이 포함된 비밀유지계약(NDA) 서명을 요구했다. 파라마운트는 선택지의 유연성을 남기기 위해 현재까지 NDA에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대변인은 모두 논평을 거부했다.
파라마운트가 주주 직행 전략을 택할 경우, 2025년 9월 10일 월스트리트저널이 파라마운트의 WBD 인수 준비를 보도하기 전날의 WBD 종가인 주당 12.54달러를 ‘비영향 주가’로 제시하며, 23.50달러 제안이 당시 대비 87% 높은 프리미엄이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WBD는 분할 혹은 일부 사업부의 제3자 결합(예: NBC유니버설과의 합병 가능성) 방안이 전면 매각보다 더 주주 친화적이라는 주장을 주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파라마운트는 10월 13일자 서한에서 이미 가치 산정의 ‘수학’을 상세히 제시한 바 있으며, 해당 서한은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회장 겸 CEO 명의로 WBD 이사회에 발송됐다.
“귀사 경영진은 계획된 분할을 통한 가치 창출에 낙관적일 수 있으나, 객관적 분석에 따르면 당사의 제안이 WBD 주주에게 제공하는 대가에 의미 있게 미치지 못합니다. 다음과 같은 낙관적 가정을 전제해 2028년 말 기준 WBD 주주가치를 산정했습니다:
* 워너 브라더스가 컨센서스 EBITDA를 약 5억 달러(10%) 상회하고, 디즈니가 대표하는 아이코닉 글로벌 기업 위상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와 동일 멀티플로 거래될 것
* 디스커버리 글로벌이 유의미한 역풍에도 불구하고 컨센서스 EBITDA를 달성하고, 애널리스트 리서치 ‘솜오브더파츠’ 멀티플의 중앙값으로 거래될 것
* 워너 브라더스에 25~40%의 M&A 프리미엄을 가정이 같은 가정하에서, 계획된 분할의 현재가치는 거래 기준으로 주당 15달러 미만이며, 강하지만 불확실한 M&A 프리미엄을 포함하더라도 주당 약 18~20달러에 그칩니다.”
규제 변수와 정치적 기류
파라마운트는 전면 인수 딜이 규제 승인에서도 유리하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미국이 데이비드 엘리슨과 그의 부친인 래리 엘리슨—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으로, 수십억 달러의 사재 출자가 가능하다고 거론되는 인물—에 대해 우호적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주 방송된 ‘60 Minutes’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엘리슨에 대해 “훌륭한 새로운 리더를 갖게 됐다”고 말하며, “이 쇼와 새로운 오너십, CBS의 새로운 오너십이 자유롭고 건전한 언론을 위해 오랜만에 일어난 최고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대조적으로, 트럼프는 컴캐스트의 브라이언 로버츠 CEO를 여러 차례 비판하며 “lowlife(하류 인생)”, “slimeball(지저분한 인물)” 등 원색적 표현을 사용해 왔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컴캐스트가 WBD와의 거래를 구상할 경우, NBC유니버설을 분할한 뒤 이를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자산과 합병하는 구조를 모색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 펀더멘털과 가치 평가의 딜레마
독립 회사로서의 디스커버리 글로벌 또는 워너 브라더스에 대한 주주들의 낙관론은 아직 불확실하다. TNT, TBS, CNN 등 유선 채널을 모은 디스커버리 글로벌은 매년 가입자 이탈이 수백만 명 단위로 진행되는 가운데, 광고단가 하락 압력도 겹치고 있다. 반면 HBO Max와 워너 브라더스 영화 스튜디오는 잠재적 매수자로 컴캐스트·파라마운트·넷플릭스가 거론되는 만큼 M&A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으나, 이는 WBD 전면 매각 대비 주주를 설득할 만큼 충분히 높은 가격이 전제돼야 한다.
그럼에도 파라마운트가 설령 공개매수로 전환하더라도 성공 보장은 없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최소 1년 이상 보유한 WBD 주주 중 20%의 동의만으로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적대적 제안에 맞설 수 있다. 이들 장기 주주들은 현재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회사의 최적 수탁자라고 주장할 여지도 있다.
미디어 노트
CNBC는 스포츠 비즈니스와 미디어 이슈를 다루는 ‘CNBC Sport’ 뉴스레터를 운영 중이며, 알렉스 셔먼이 진행하는 인터뷰와 주요 뉴스를 주간으로 제공한다. 구독 안내는 CNBC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시
컴캐스트는 NBC유니버설의 모회사이며, NBC유니버설은 CNBC를 보유하고 있다. 컴캐스트의 Versant 스핀오프가 완료되면, Versant가 CNBC의 새 모회사가 된다.
전문가 해설: 전략·세제·규제의 삼중 방정식
첫째, 절차적 현실이다. 규제 승인 1년+이라는 타임라인은 대형 미디어 합종연횡의 상수다. 세제 효율 극대화를 위해 분할 선행→자산별 매각으로 가는 로드맵은 이사회가 주주수익률을 방어하는 전형적 설계다. 이는 파라마운트의 현금 80% 제안이 제공하는 즉시성 대비, 분할 가치 실현의 시간가치를 어떻게 할인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둘째, 가치평가의 축은 23.50달러라는 확정가 대 SOTP(sum-of-the-parts) 멀티플, 그리고 M&A 프리미엄의 실현 가능성이다. 파라마운트가 제시한 2028년 말 가정은 낙관적임을 전제하면서도, 그 결과가 현재가치로 주당 15달러 미만(프리미엄 포함 18~20달러)에 머문다는 점을 집요하게 부각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확정가 프리미엄 87%와 미래의 멀티플 리레이팅 사이의 기회비용 비교가 핵심이다.
셋째, 정치·규제 레짐이다. 대통령 발언이 규제 우호성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정치적 헤드윈드는 분명한 가격 변수다. 파라마운트·컴캐스트·넷플릭스 가운데 누가 규제무난성과 시너지 명분을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딜 설계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특히 방송·케이블·스튜디오의 수직·수평 결합은 시장집중 심사에서 경쟁제한 우려를 촉발하기 쉽다.
넷째, 사업 구조의 디커플링이다. 디스커버리 글로벌의 선형채널 약화는 구조적이며, 워너 브라더스의 콘텐츠 IP는 여전히 희소 프리미엄을 갖는다. 따라서 분할 후 선택적 매각은 ‘좋은 자산에 높은 멀티플, 나머지는 구조개혁’이라는 자본시장 친화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실행 리스크와 타이밍 리스크는 불가피하다.
다섯째, 주주 거버넌스다. 20% 임시주총 트리거는 장기주주에게 의미 있는 거부권을 부여한다. 파라마운트가 공개매수에 나서더라도, 보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스탠드얼론·분할 로드맵의 방어 논리가 먹히면 딜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 시장은 12월 발표에서 방향성뿐 아니라 가격·세제·타임라인의 구체성을 요구할 것이다.
용어 설명
스탠드스틸 조항: 인수 협상 과정에서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대신, 상대방이 일정 기간 적대적 공개매수 등 적대적 행동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조항이다. 비영향 주가(unaffected price): 인수·합병 등 이벤트 보도 전에 형성된 시장 주가로, 프리미엄 산정의 기준점으로 쓰인다. SOTP: 사업부별 가치를 따로 평가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복합기업 분할 시 가치 극대화 논리에 자주 활용된다.












